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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타카타부라! 엄마가 마녀가 됐어! ㅣ 읽기의 즐거움 36
최수정 지음, 이경석 그림 / 개암나무 / 2020년 9월
평점 :
우리 집 둘째는 늦둥이다. 이 아이는 자신이 늦게 태어난 걸 아주 잘 알고 있고 마치 그 시간 동안을 모두 메우려는 듯 애정을 끝도 없이 갈구한다. 3, 4살까지는 아기라고 생각해 왠만하면 다 받아주고 애정 표현도 잘 해주고 스킨십도 넘치도록 해줬는데 5, 6살이 되고 이제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어린이라고 생각하니 원래 내 성격대로 점점 줄어들었나 보다. 그대신 늘어난 건 어린이에게 알맞는 생활습관과 초등 생활을 앞두고 익혀야 하는 것들을 위한 잔소리이다. 성실이나 노력보다는 꾀와 잔머리를 마구 굴리는 이놈과는, 그래서 자꾸 어긋나고 부딪히고 그런다. 그래서 이 어린이는 가끔 "엄마, 미워!"를 외친다.
<코타카타부라! 엄마가 마녀가 됐어!>는 아마도 그런 아이들의 마음에서 출발한 것 같다. 마녀처럼 나를 괴롭히는 엄마, 차라리 마녀나 되어버려라! 하고 말이다.

잠깐 TV보며 깔깔거리고 쉬고 싶은데 엄마는 학원 숙제를 다 했냐고 묻는다. 잠깐만 쉬고 하려고 했는데 엄마가 말하니 하기 싫고 퉁퉁거리는 말대답만 나갈 뿐이다.
"하기 싫다고! 나도 내 마음대로 할 거야!"...8p
엄마가 맞춰주려고 해도 자꾸만 짜증만 나던 니누는 방으로 들어와 창문 밖 고양이 한 마리를 만난다. 심지어 잠깐 방으로 들어온 이 고양이는 평범한 고양이가 아니다. 목 부분 지퍼를 열더니 고양이 옷을 벗고 강아지가 나타나지를 않나, 그 강아지 짱아가 말을 하지를 않나. 신기한 이 강아지에게 옷도 말려주고 간식도 주었더니 소원권을 이야기하고 사라진다. 니누는 자기도 모르게 또 엄마와 대화를 나누다 짱아가 말했던 소원권을 사용하고 만다.
"엄마는 심술쟁이 마녀야! 심술만 가득해서 사람들을 괴롭히는 마녀!"...30p
니누는 마녀로 변해버린 엄마를 구할 수 있을까?

니누에겐 사실 아픈 이야기가 있다. 엄마와 아빠가 헤어지셔서 엄마와 단 둘이 살고 있던 것. 어쩌면 엄마에게 괜히 툴툴거렸던 이유가 매정하게 아빠를 내쫓은 엄마에 대한 반항일 수도 있고 갑자기 벌어진 상황에 대한 불만일 수도 있겠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사정을 이해하지 못할테니 이야기해 주지 않는 것이 좋다고 어른들은 생각하지만 사실 아이들의 마음도 배려해서 어느 정도의 설명은 필요하지 않았을까.
"니누야, 어떤 일도 이유 없이 일어나지는 않는단다. 일어나는 모든 일은 나름의 이유가 있어. 이전에 일어난 일들도, 이후에 일어날 일들도 모두 그렇단다. 마음의 눈으로 보렴. 그럼 모든 게 이해될 거야."...52p
니누의 입장에서 설명해주시는 모니아줌마의 말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말이 아닌가 싶다.
거의 20여년 간 아이들 키우고 있지만 육아는 정말 쉽지 않다. 큰아이를 키울 때 잘못 했던 것들을 둘째를 키우면서 메워질 줄 알았는데 이런, 아이마다 다를 뿐 아니라 그만큼 나이 먹은 엄마의 체력으로는 쉽지가 않다. 첫째도 방임이었는데, 둘째도 방임중이다. 심지어 자꾸만 애정을 갈구하며 달려드는 둘째를 때론 자꾸 밀어내곤 한다. 해야만 하는 일을 알려주는 사람은 엄마가 아닌 것 같다. 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일상 생활을 하다보면 어느새 또 잊는다.
<코타카타부라! 엄마가 마녀가 됐어!>는 아이에게는 후련함, 즐거움을, 부모에게는 반성의 기회를 주는 책인 것 같다. 여러 사건을 겪으며 엄마가 진정 자신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니누처럼 내가 아이를 항상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달해주려 노력해야겠다.
*이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진솔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