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아직도 똥 못 쌌지? 읽기의 즐거움 38
김하은 지음, 김고은 그림 / 개암나무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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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둘째는, 혼자 읽기엔 조금 두꺼운 책은 아예 거들떠도  보지 않는다. 자기 책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듯. 자, 그런데 <너 아직도 똥 못 쌌지?>는 처음 보자마자부터 열광했다. 이유? "똥"이야기니까. ㅋㅋ

물론 혼자 읽지는 않는다. 잠자리 동화 시간에 읽어달라 한다. 평소 수업하느라 항상 목이 아픈 엄마는 안읽어줄 수도 없고 난처한데 이렇게 원할 땐 읽어줘야지~! 해서 하루 두 꼭지씩 4일에 걸쳐 야금야금.

읽는 와중에 침대에서 데굴데굴, "깔깔깔~ 하하하~ 큭큭큭~!!!" 별 소리를 다 내며 듣는다. 궁금하면 책 속 일러스트도 들여다 보며. 너~무너무 재미있단다. 도대체 어떤 이야긴데?


유민이는 "똥 방귀 왕"이다. 평소 심한 변비가 있어 화장실 가는 것도 곤혹스러운데 며칠씩 똥을 못 싸다 보니 가끔 배도 아프고 그러다보면 배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며 엄청 구린 냄새가 나는 방귀를 뀌게 된다. 학교에서 몇 번씩이나 계속되다 보니 똥 방귀 왕이라는 별명이 붙었을 정도다. 




유민이의 고민은 이런 냄새 나는 방귀를 뀌어서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는 것보다 아빠 회사 문이 닫아서 이사를 가고, 전학을 가게 되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변비와 냄새나는 방귀는 나날이 더 심해졌다. 그러다 엄마가 알아낸 전학가지 않고 이사할 수 있는 이층집으로 이사를 가게 된다. 그곳엔 미생물을 연구한다는 "조"라는 박사님이 집주인으로 있다. 조를 만난 유민이는 앞으로 어떻게 변하게 될까?




<너 아직도 똥 못 쌌지?>는 아이만 재미있는 책이 아니다. 읽어주는 엄마도, 저도모르게 함께 웃을 수밖에 없다. 유민이의 상황이, 뿐만 아니라 같은 음식을 먹고 같은 고민을 하며 비슷한 생활을 하는 가족들, 특히 유민이와 비슷한 상황이 되었던 유민이 엄마의 사건이 얼마나 배꼽잡게 했는지 모른다. 


그런데 재미만 있었던 책이 아니다. 제목에서부터 어른들은 이 책의 교훈이 무엇이겠구나...생각했을지도 모르지만 이 동화책엔 훨씬 더 많은 것을 담고 있다. 우선 최첨단 시스템을 담고 있는 앱이 나온다. 아마도 이건 지금으로선 불가능하겠지만 언젠간 이런 앱이 생기면 정말 모든 이들이 건강해지겠구나..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아이디어였다. 또, 너무너무 심한 변비를 치료해 준 미생물 캡슐은 과학 관련 기사에서 본 적이 있어 무척 반가왔다. 




책 속에서 조는 직접 재배한 나물을 무쳐 먹고 과일은 되도록 껍질째 먹는데 사과나 수박 속껍질 정도는 먹어봤으나 참외 껍질은 먹어본 적이 없어 내년 여름이 되면 한 번 시도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도 며칠이 지나도록 큰풀이니 포릉이니 하며 자기 장 속 미생물을 그리며 놀았다. 우리집에서 가장 냄새가 심한 아빠의 방귀 냄새는 햄을 가장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해 보기도 하면서. 


사실 너무 재미있어서 한꺼번에 읽고 싶었을텐데 엄마도 진심으로 재미있어 하니 오히려 더 아껴가며 읽는 느낌으로 며칠을 읽었던 것 같다. 그저 똥 이야기라서 웃기고 재미있는 책이 아닌, 즐거움과 교훈, 실천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동화였다. 


*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너아직도똥못쌌지? #개암나무 #김하은 #미생물 #변비동화 #똥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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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의 공부법 - 생각의 패턴을 바꾸는 공부의 비밀
헤닝 벡 지음, 강민경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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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란 뭘까?

배움이란 뭘까?"...6 p 서문 중


대한민국 학부모라면 아이를 키우는 내내 '도대체 어떻게 가르쳐야 아이가 공부를 잘 할 수 있을까.' 고민할 것이다. 대한민국은 서열화 되어있고 그 서열화의 가장 기본이 대학명이기 때문이다. 70-80년대로부터 많은 시간이 흘렀고 지금은 대학 잘 나와도 좋은 직장을 얻는 게 쉽지 않음을, 혹여 좋은 직장에 들어간다 해도 평생 직장이 되지 않을 수 있음을, 그 좋은 직장이 좋은 직장이 아닐 수도 있음을, 무엇보다 가장 잘 사는 길은 자신이 행복하면 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막상 아이를 키우다 보면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공부가 인생의 전부가 아닌 게 맞는 걸까...하고 말이다. 


대한민국의 아이들은 "진짜 공부"를 하지 않는다. 주어지는대로 받아들일 뿐이다. 물론 우리 세대로부터 교육의 방향이 많이 변하기는 했다. 많은 시도가 있기는 하지만 그것도 중학교까지가 전부다. 고등학교에 입학하면 다시, 입시를 위한 주입식 공부가 시작된다. 과연 그 중에 정말로 궁금하고 알고 싶어서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들이 몇이나 될까.


<이해의 공부법>은 "진짜 공부"를 위한 책이다. 따라서 입시를 위한 공부를 잘하게 하는 법 같은 것은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인생을 살아가면서 하게 되는 공부를 위해서, 그 원리를 깨우치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는 중요한 것들을 알려준다. 


급하게 외운 지식은 금방 잊히게 마련이다. 잊혀지지 않도록 제대로 공부하는 법을 <이해의 공부법>에서는 3부로 나누어 설명한다. 1부에서는 "배움에 대하여", 뇌의 작용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다. 뇌가 어떻게 망각하고 왜곡하는지를 통해 오래 기억할 수 있는 과정을 "이해하도록" 하고 있다. 2부에서는 "이해에 대하여", 배운다고 전부 지식이 되고 지혜가 되는 것은 아님을, 무엇보다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설명한다. 3부에서는 "이제,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가", 효과적인 공부를 위해 제대로 이해하는 법을 설명한다. 


공부의 원리를 "뇌"의 원리를 통해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마냥 쉽지는 않다. 하지만 가능한 다양한 예시를 들어 비유하며 설명하고 있어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무언가를 이해한다는 것은 내가 그에 대한 개념을 세운 다음, 그 개념을 전혀 모르는 질문이나 새로운 상황에도 응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111p


"지식이란 사람이 아주 개인적이고 고유한 방식으로 정보나 감각자극을 정신적으로 처리하는 과정을 말한다. 그러니 지식을 전달하기보다는 스스로 지식을 구축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120p


효율성만 따지자면 이해하며 스스로 방법을 구축해서 공부하는 방법은 너무 느리고 효과가 바로 나타나지 않는다. 하지만 오래 기억하고 어떤 응용에도 자신의 지식을 사용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려면 이해야말로 가장 바른 길이다. 어른이 되어서야 하게 되는 이 진짜 공부를 이제 우리 아이들에게도 적용할 때가 아닌가 싶다. 


*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이해의공부법 #흐름출판 #진짜공부 #헤닝벡 #뇌과학 #정재승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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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책의 다리 A Bridge of Children's Books - 책으로 희망을 노래한 옐라 레프만의 삶
옐라 레프만 지음, 강선아 옮김 / 나미북스(여성신문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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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뮌헨에 있는 블루텐부르크 성에는 국제 어린이 도서관이 있다고 한다. 이곳에는 150여 언어로 된 약 61만 권의 세계 어린이, 청소년 도서가 소장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책과 관련한 다양한 각종 행사도 열린다. 이런 사실을 뉴스로 보게 된다면 그냥 그런가 보다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사실, 이런 도서관이 생길 수 있었던 데에는 한 사람의 주도적인 역할이 아주 컸다. 바로 <어린이 책의 다리>의 저자 옐라 레프만이다. 




옐라 레프만은 히틀러가 정권을 잡자 영국으로 망명한다. 이후 전쟁이 끝나고 미국이 독일을 점령한 후 그 점령군의 요청으로 "여성과 어린이들에게 필요한 문화와 교육을 위한 자문" 자격으로 독일로 돌아온다. <어린이 책의 다리>는 그렇게 독일로 돌아오는 45년 가을부터 도서관 업무에서 은퇴하는 1957년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 약 12년 동안 옐라 레프만이 이룬 성과는 어마어마하다. 


분명 요청을 받고 시작한 일이었지만 여성이, 제복을 입고, 남성들 그것도 군인들 사이에서, 여성과 아이들을 위한 작업을 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수많은 절차에 부딪히고, 결과가 좋지 않을 거라는 반대에 맞서야 했고, 전쟁의 폐허인 그곳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그녀 자신이 토대를 세워야 했다. 


"세계사에서 가장 끔찍한 일이 이렇게 잊히고 있는 상황뿐 아니라, 그것을 단지 흘러간 과거로 여겨버리는 상황을 목격하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충격이었다."...42p


아무것도 없는 것에서 무엇인가를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만 어려운 건 아니다. 전혀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바로 그곳에서 이 모든 일의 잔재가 남아있는 상황과 객관적이지 않은 편견들, 이 나라는 틀렸다는 우울감이나 반대로 지나간 시대를 잊지 못하는 생각들과도 맞서 싸워야 했다. 




그렇게 그녀의 첫 성과, 국제 아동 전시회가 열린다. 주요 도시마다 열렸던 이 전시회는 옐라 레프만의 열정으로 각 나라에서 받은 기증 도서로 이루어지고 각 나라에서 부탁해 받은 어린이들의 그림으로 구성되는데 아이들의 열렬한 환호로 대성공을 이루게 된다. 많은 사람들의 우려가 있었지만 성공으로 이끈 이 도서전에 힘입어 옐라 레프만은 이러한 전시회를 언제든 아이들이 만나볼 수 있도록 도서관으로까지 기획하게 되고 착착 진행시킨다. 




전시회와 도서관만 이룬 것이 아니다. 전반적으로 미래 아이들을 위한 기획들이 오히려 내겐 눈에 띄었다. 잠자리 동화(이미 있는 이야기들이 아닌, 각지에서 받은 새로운 이야기들)나 청소년 토론회 같은 것들이 그러하다. 기존의 생각들을 완전히 뒤집고 새롭고 희망적이지만 과거를 덮으려거나 비판 없이 나아가려는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그야말로 미래를 위한 설계이고 기획이라고 생각한다. 


"최고의 인간이란 어린이였던 기간이 가장 짧은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가슴속에 어린 시절의 풍부한 보물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플라톤이 오래전에 우리에게 말했듯이 우리는 우리 안에 있는 어린이를 죽게 해서는 안 됩니다."...207p(오르테카 이 가세트의 말 중)


읽는 내내 같은 시절, 힘든 상황을 보내고 있었던 우리나라를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시대, 우리나라엔 우리의 미래를 위해 이렇게 한 몸 희생해 아이들을 위해 뛰었던 사람이 과연 있었던가. 만약 있었다면 우리의 현재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하고 말이다. 아직도 우리의 교육은 제대로 된 길에 들어선 것 같지 않다. 초등학교 고학년만 되면 아이들은 책을 손에서 놓는다. 이른바 "공부"를 하기 위해서다. 진짜 공부는 바로 책인데 말이다. 좋은 책들이 매일같이 쏟아지고 있지만 유아 시절에만 책을 사주는 부모들도, 독서의 소중함은 알아도 매너리즘에 빠져버린 우리나라의 교육에도 안타까울 뿐이다. 


#옐라레프만 #나미북스 #어린이책 #책을읽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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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와 에르네스토는 단짝이야 - 2022 어린이도서연구회 추천도서 Wow 그래픽노블
그레이엄 애너블 지음,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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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정말 예쁜 책을 만났다. 일러스트나 표지뿐만 아니라 내용도 정말 예쁜 책이다. 

조금은 우울했던 날, 이 책을 펼치고 얼마나 즐겁고 재미있고, 감동적으로 읽었던지~!!!


<피터와 에르네스토는 단짝이야>는 그래픽노블이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만화 형식으로 칸이 구분되어 있고 말풍선 안에 등장인물들의 말이 들어가 있다. 아이들은 만화를 읽는 느낌으로 아주 훌륭하고 감동적인 동화책 한 권을 읽게 되는 것이다. 




나무 위, 나무늘보 두 마리가 하늘을 보며 대화를 나눈다. 지나가는 구름을 보며 토끼이고, 곰이고 하면서 간식도 나눠먹고.

피터는 이렇게 함께 친구와 한가로이 보내는 시간이 너무 좋다. 정말 좋다.

그런데 에르네스토는 물론 이 친구와 함께 지내는 것도 좋지만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많다. 그래서 떠나기로 한다. 


피터가 혼자 들떠서 함께 하는 즐거움을 노래하는 동안 에르네스토의 표정 변화가 아주 절묘하다. 이건 그래픽노블만이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친구와 똑같은 마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된 순간, 미안하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꿈을 포기할 수는 없음을 깨닫는 순간, 에르네스토의 표정이 아주 잘 표현되어 있다. 


그렇게 에르네스토는 떠난다. 


"난 돌아올 거야. 그리고 너에게 하늘의 다른 면들까지 다 얘기해 줄게."... 10p




두 친구는 아주 다르다. 

에르네스토가 여행을 떠나 세상을 향해 첫 발을 내딛고 한 발 한 발 앞으로 향하는 동안 새로운 도전에 즐거워하고 기뻐하는 모습이, 

피터가, 친구가 너무나 걱정되어 에르네스토를 뒤쫓아 가면서 맞이하게 되는 새로운 도전에 겁먹고 어찌할 줄 모르고 당황하는 모습이 대비된다. 

하지만 그 피터도 결국 그런 경험들이 그리 나쁘지는 않다는 것을, 단짝친구 에르네스토 말고 모든 다른 동물들도 무섭거나 나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야기는 둘로 나뉜다. 

여행을 떠난 에르네스토가 만나는 친구들과 각각의 하늘 그리고 에르네스토를 뒤쫓아 간 피터가 만난 친구들과 경험으로.

에르네스토의 도전도 좋았지만 난, 무엇보다 피터의 친구를 향한 마음과 새로운 경험을 통해 천천히 바뀌는 마음가짐이 훨씬 애정이 갔다.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달까.


누군가는 항상 도전하고 실행해보고 맞서지만 누군가는 움츠리고 망설이고 용기를 내지 못한다.

누가 맞다고, 옳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에르네스토가 충분하다고 피터가 있는 집으로 다시 돌아온 것처럼, 피터가 친구를 위해서긴 해도 새로운 도전을 결국 하게 된 것처럼 내 곁의 누구와 함께라면 빠르든 느리든 조금씩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친구 #피터와에르네스토는단짝이야 #보물창고 #동화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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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지만 책을 읽었습니다 - 김은섭 암중모책
김은섭 지음 / 나무발전소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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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투병기... 벌써 두 번째 책이다. 최근엔 자꾸 이런 책만 눈에 띈다.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에는 누군가의 죽음이 잘 와닿지 않았다. 친구 어머님이 돌아가셨을 때에도 친구의 마음을 이해하는 척 했지 그게 실제 내 일처럼 느껴지진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내가 겪어보고 나니 내가 잘 모르는 사람들의 아픔도 마치 내 일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자꾸 찾나 보다. 거기에 공감하고 싶어서. 


<아프지만 책을 읽었습니다.>는 암에 걸린 작가가 당황하고 슬프고 외로웠던 감정을 책으로 버티고 이겨낸 이야기를 담고 있다. 대강 이런 내용이라고 알고 읽기 시작했는데, 앞표지를 넘겨 지은이 소개를 보다가 깜짝 놀랐다. "인터넷 세상에서는 리치보이(Richboy)라는 필명으로 알려진 1세대 온라인 서평가"라는 설명을 보고서다. 10년 전 쯤 한창 온라인 서점 블로그에서 활발히 활동할 때 알던 필명이다. 경제도서 쪽에는 별 관심이 없었던지라 블로그를 자주 찾아가고 하지는 않았지만 항상 보이던 닉네임이라 잘 알고 있었다. 오랫만에 보는 그 닉네임이 이 책의 저자라니. 그렇게 생각하니 저자의 아픔이 더 와닿는 것 같다. 


저자는 우연히 받게 된 건강검진의 추가 항목 대장내시경을 통해 대장암 진단을 받게 된다. 징후는 분명 있었지만 다른 이유 탓이라고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생활했다. 하지만 이 검진을 통해 이미 대자암 3기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왜 내가...."는 어떤 병의 진단을 받았을 때 모든 이들이 하게 되는 생각인 것 같다. 억울하고 견딜 수 없는 상황에 저자는 본인이 평소 하던대로 "책"에서 답을 찾는다. 자신과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자신의 감정을 해소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내가 가진 불행을 애써 감추려 하지 않고,

거부하지도 않고, 있는 그대로 안고 살기.

내 삶에 있던 일이었으니까."...97p




때문에 책은 자신이 투병하며 겪은 과정별로 챕터를 나누고 그때마다 자신이 겪었던 다양한 감정과 그 감정들을 잘 이겨내기 위해 도움이 되었던 책이야기로 진행된다. 그래서 한 과정이 끝나면 그 뒤 페이지를 통해 정리하듯 책 목록을 소개하고 있다. 


앞서 읽었던 <암병동 졸업생>은 암을 진단받은 순간부터 암을 이겨내기까지의 과정이 아주 자세히 덤덤하게 객관적으로 그리며 실제 진단받았을 환자들에게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소개하고 준비하도록 한다면 이 책은 그 과정의 자세함보다는 그 과정에서 겪을 수많은 감정들을 아주 자세히 그리고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암환자가 된다는 건 죽을 때까지 삶과 죽음을 동시에 경험하며 '철저하게 혼자'가 된다는 것과 같다. 이런 암환자의 고독은, 겪어보지 않고는 그 누구도 모르는 '절대고독'이다. 당신이 상상하는 그 이상이다."...7p


<암병동 졸업생>에서도 그렇고 이 책에서도 그렇고 환자들이 겪을 가장 큰 감정은 "외로움", "고독"이다. 세상에 나 혼자인 것 같은 느낌. 가까이 가족이 있고 그 가족이 혼신의 힘을 다해서 보살펴도 그 외로움은 혼자서만 겪어낼 수밖에 없는 감정이다. 엄마를 지켜보면서도 생각했던 점인데 치료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건, 바로 환자의 멘탈이다. 평소에도 유리 조각 같던 엄마의 경우 우울증에 공황장애까지 겹쳐서 너무나 힘들었다. 그런데 그걸 약으로밖에 도와줄 수가 없어서 가족 모두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아마 나도 같은 경험을 하게 된다면 평소 책을 읽던 습관대로 책부터 찾을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아프지만 책을 읽었습니다>에서 소개한 굳은 의지, 세상을 새로 바라보는 법, 자신을 다스리는 법 등을 배울 수 있는 책 소개는 무척 의미가 있다. 제발 이 분도 5년 후의 완치까지 건강하게 잘 버텨내시기를~!


*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아프지만책을 읽었습니다 #김은섭의암중모책 #리치보이 #대장암 #나무발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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