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삼킨 소년
트렌트 돌턴 지음, 이영아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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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에 가깝다니, 믿기지 않는다. 자전적 소설이라 물론 이 소설 전체가 진실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이 소설의 배경은 사실일 것임을 생각하면 소름이 끼친다. 이 세상 어딘가에선 분명 엘리와 비슷한 환경에서 자란, 자라고 있는 아이들이 존재할 것이다. 그러니 이 성장 소설은 나를 비롯한 많은 어른들과 비슷한 환경 속에서 미래를 꿈꾸는 수많은 아이들에게 공감을 이끌어내고 희망을 줄 것이다. 


엘리에겐 말하지 않는 형이 있다.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안 하는 것이다. 자신이 말을 하면 많은 사람이 다치고 많은 것들이 복잡해질 것이라면서. 엄마는 마약중독자였고 아빠가 아닌 엄마의 동거인 라일 아저씨는 마약상이다. 게다가 자신들의 베이비시터는 '보고 로드의 후디니'라고 불리는 택시 기사 살인범, 슬림 할리데이이다. 또한 이들 형제들에게는 형이 말을 하지 않게 되었던 6살 때의 기억(친아버지와 관계 있는)의 트라우마도 함께 한다. 


보통 아이가 자랄 땐, 환경이 무척 중요하다고 한다. 주양육자의 끊임없는 관심이 있어야 하고 세심한 보살핌이 있어야 한다고.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인 장면을 보여주어서도 안 된다. 그런데 엘리 형제에겐 그런 환경은 언감생심이다. 하지만 이들에겐 사랑이 있었다. 항상 곁에서 보살펴주지 못하고 엉망인 모습을 보여주지만 "가족"이라는 모습으로 서로가 서로를 지켜준다. 또한 슬림 할아버지도 아이들에게 진심을 담아 사랑해준다. 그런 것들이 모여 엘리와 오거스트는 그 모든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할아버지는 좋은 사람이에요?"...(중략)

"난 좋은 사람이야.  .... 하지만 나쁜 사람이기도 하지. 누구나 다 그래, 꼬마야. 우리 안에는 좋은 면과 나쁜 면도 다 조금씩 있거든."...223p

"그저 선택의 문제라고, 그때 말해줬어야 하는데. 네 과거도, 엄마도, 아빠도, 네 출신도 상환없어. 그저 선택일 뿐이야."...351p


엘리의 고통이 그저 환경에서 그쳤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지만 그들에겐 좋은 곳으로 가고 싶은 열망이 있었고 그런 열망은 다른 나쁜 일과 얽혀 비극으로 치닫는다. 거기. 그 밑바닥에서부터 다시 차근차근 극복해가는 엘리와 가족의 모습은 정말로 감동적이다. 


문장이 무척 시적이다. 상징으로 가득한 문장들은 600페이지가 넘는 마지막으로 갈수록 하나로 귀결된다. 그 또한 아름답다. 이제 막 시작하는 엘리의 또다른 시작을 위해, 이제는 어엿한 저널리스트이자 소설가가 된 작가를 위해 진심으로 행복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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