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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린 해부학자입니다 - 기린 덕후 소녀가 기린 박사가 되기까지의 치열하고도 행복한 여정
군지 메구 지음, 이재화 옮김, 최형선 감수 / 더숲 / 2020년 11월
평점 :
한 번도 기린을 "예쁘다"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예쁘다고 생각하기엔 너무 큰 동물이고 가까이 할 수 없는 동물이라고 생각했다. 심지어 사파리를 통해 기린을 가까이에서, 먹이를 먹으려 검고 긴 혀를 내미는 머리가 얼마나 큰지를 확인하고는 징그럽다고까지 생각했다. 그런 기린을 누군가는 정말 좋아한단다. 평생을 함께 하고 싶을 만큼. 물론 그럴 수 있다. 사람은 개인마다 다른 가치관과 취향을 갖고 있을 테니.
누군가는 주사 맞는 것도 싫어하고 피를 보면 하얗게 질리는가 하면 내 경우는 주사 바늘이 내 피부를 뚫는 과정, 영화에서 피가 철철 흐르는 광경을 보아도 아무렇지도 않다. 아이를 데리고 간 응급실에서 손가락을 꿰메거나 찢어진 두피를 의료 스테이플러로 처치할 때에도 궁금해서 너어무 쳐다보다가 의사들에게 혼나곤 했다. "궁금하다" 내 경우는 그게 더 크다. 그런데 <나는 기린 해부학자입니다>의 저자 군지 메구도 그런 사람이다. 특히 좋아하는 기린이 궁금해서 무작정 해부해보고 싶었단다.
일본도 우리와 비슷한 교육 환경이라서 고등학교까지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들어가면 곧잘 길을 잃곤 한다. 저자도 대학 1학년, 그저 많은 주제의 세미나를 열심히 들으러 다녔을 뿐(어쩌면 이것이 가장 큰 차이점일지도...), 무엇을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몰랐다고 한다. 하지만 "좋아하는 것"이 확실하다면 자신의 길은 점처럼 이어져 확실히 길이 된다. 입학 전 들었던 TV 강연 속 한 교수님의 인상 깊은 강의에서, 학교의 한 세미나로, 무작정 시작한 해부에서 기린으로... 그렇게 군지 메구는 기린 박사가 된다.
<나는 기린 해부학자입니다>는 대학 1학년 해부를 하게 된 경위에서부터 좋아하는 기린을 전문으로 연구하게 된 과정, 그 중 정말 무엇을 연구하고 싶은지 고민했던 과정, 그리고 결정적으로 기린의 8번째 경추 역할을 하는 제 1 흉추의 역할을 발견하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책이다.
처음부터 전문 지식을 갖춘 상태로 해부를 시작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좌충우돌할 수밖에 없고 고민과 좌절의 늪에 빠질 수밖에 없었지만 정말 좋아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그 모든 것을 버티고 성취감과 희열을 느끼는 과정이 아주 생생하게 전달된다. 그렇게 열정을 다해 임했기 때문에 26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어마어마한 진실에 닿을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기린과 함께 보낸 10년 동안 깨달은 사실이 있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의 소중함입니다."...225p
어떤 특이한 취향의 것이라도 주위에 밝히지 않고 혼자만 품고 있다면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저절로 이루어질 리가 없다. 오로지 한 길만을 보고 달려왔기 때문에 아직 어린 나이에 훌륭한 성과를 낼 수 있었을 것이다. 그토록 원하던 결과를 냈다고 해서 끝난 것이 아니다. 기린 전문가로서 그녀가 또 어떤 사실을 밝혀낼지 궁금하다.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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