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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트라 강가에서 나는 울었네
파울로 코엘료 지음, 이수은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5월
평점 :
15년 쯤 전인가,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가 한창 베스트셀러였을 때 나도 책을 구입해서 읽었다. 책을 잘 읽지 않는다는 사람들도 너도나도 사서 읽을 때였고 다들 감동했다 하고 인생이 바뀌었다 했다. 그런데 나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줄거리는 알겠고 무언가를 이야기하려는지도 알겠는데 전혀 거기에 공감이 안되는 거다. 약간의 오기랄까. 다른 작품들도 구입해서 읽기 시작했다. 그때 구입했던 책들 중 3권 세트가 이른바 "영혼 3부작"이다. 그 중 <11분>은 그런대로 괜찮았지만 이렇게 세트를 구입해놓고 지금까지 읽지 않은 걸 보면 그 뒤 읽은 몇 권이 이렇게 오랫동안 책장에 꽂아두게 했을지 모르겠다.
영혼 3부작 중 어떤 걸 먼저 읽어야 하는지 오래 고민했는데 그냥 함께 엮기 위해 이름을 붙였을 뿐 작가가 의도한 것은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그냥 세트 표지에서 표시된 가장 위에서부터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왜 나는 오랫동안 파울로 코엘료를 읽지 않았는가. 이 작가의 은근하지만 꾸준한 "종교"와 "영혼" 이야기가 나를 불편하게 한 것 같다.
<피에트라 강가에서 나는 울었네>는 좀 더 본격적이다.
"피에트라 강가에서 나는 울었다"로 소설은 시작된다. '필라'라는 여인이 이 강가에 앉아 자신이 겪은 일들을 돌아보고 사랑으로 쏟았던 순간들을 추억하기 위해 이 글을 쓴다. 그리고 그녀의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어릴 적 함께 자란 "그"는 세상을 향해 떠나고 '나'는 안정된, 누구나 원하는 삶을 위해 고향에 남는다. 하지만 그 안정된 삶을 위한 노력도 쉽지가 않다. 어느 날 그에게서 강연을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와 보러 와 주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녀는 지난 시간을 추억하기 위해 네 시간의 여행을 하기로 하고 그를 만나러 간다.
그렇게 시작된 그와 그녀의 만남. 1993년 12월 4일부터 1993년 12월 10일까지 단 일주일 간의 이야기다. 그동안 그들은 만나지 못했던 사이의 간극을 메우고 너무나 달라져버린 삶을 이해하고 그의 오랜 사랑을 담은 고백과 설득으로 채워진다.
이 책은 사랑 이야기일까.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전면에는 "모든 사랑 이야기는 닮아 있다"...(21p)라거나 그의 고백과 설득당하지 않으려는 그녀의 노력이나 결국 그를 사랑하게 되는 된 후의 기쁨, 그 이후의 고민들을 담고는 있지만 사실 사랑의 탈을 쓴 종교와 영혼에 대한 이야기이다.
난 종교인이 아니기에 예수를 인정하느니 안하느니, 성모 마리아의 위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아닌지 같은 건 도통 이해할 수가 없다. 그게 왜 중요한지조차 모르는 사람이라 그쪽은 아예 포기하고 이번엔 "영혼" 쪽에 집중하며 읽었다.
안전을 위해 멈추고 싶을 때, 또다른 내 목소리를 집중해서 들어보는 것. 때론 과감하게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을 시도해 보는 것. 안정감이라는 것이 어쩌면 도태일 수도 있다는 것을. 가끔 잊고 사는 것이라 다시 한 번 일깨워주었다는 점에서 이번 책이 아주 나쁘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