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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기린을 보러 갔어
이옥수 지음 / 특별한서재 / 2024년 9월
평점 :
나는, 겨울 기린을 보러 간 적이 있었나~ 기억을 되살려 봤다. 아마도 아이들이 어렸을 땐 한창 동물원을 다녔으니 아마도 그 중 겨울 기린을 보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게 각인된 건, 겨울 기린보다는 훨씬 더 오래 전 큰 할머니댁에서 보았던 누렁이라는 이름의 황소의 눈이다. 그 커다란 눈망울에 물기가 가득 차서 정말로 슬퍼보였던 황소의 눈. 소가 이렇게나 슬픈 동물이었나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다고 내게 대입해서 생각했던 건 아니다. 난 감정, 공감 이런 거 잘 안된다는 극 T이니.
그래서인지 <겨울 기린을 보러 갔어>를 읽어나가며 온전히 공감하기보다는 이게 말이 되냐며, 이런 엄마가 어디 있느냐며, 불만만 가득했다. 사실 난 청소년을 키워 낸 50대이니 송이 엄마에게 공감해야 맞는 것이 아니가 싶었는데 암만 생각해도 사랑을 찾아 딸의 감정 따위 돌아보지 않는 엄마에게는 공감을 못 하겠다. 오히려 그런 상황에서 오도가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송이가 너무 가엾어 울컥울컥 얼마나 했는지~!
<겨울 기린을 보러 갔어>는 엄마와 둘이 사는 한송이 앞에 어느 날 등장한 엄마의 연애 대상자, 북극곰이다. 그동안 엄마의 연애를 지켜봤던 송이는 이번에도 연애가 잘 되지 않아 상처받을 엄마를 생각해 연애를 반대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엄마는 연애에 푹 빠져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던 꽃집도, 송이에게도 관심이 줄었다. 송이는 이제 겨우 중학생일 뿐인데, 자신에게 관심이 없어지는 엄마가 야속하다. 송이는 이 연애를 끝장낼 수 있을까?
송이의 주변인들의 캐릭터가 탄탄하다. 마치 주변에 정말 있을 것 같은 인물들로 송이에게 든든한 빽이 되어주는 따뜻한 인물들이다. 다소 엉뚱할 수 있는 아스퍼거 증후군의 준서와 그 준서를 홀로 키우는 광석, 꽃집의 이웃집에서 언제나 송이의 등장을 반겨주는 홍 이모까지. 송이의 고민을 귀 기울여 들어주고 함께 나눠준다. 그런 이웃들이 있기에 송이는 자신의 고민을 끝까지, 찬찬히 들여다볼 수 있지 않았을까.
아빠라는 존재를 무시하지 않고 등장시킴으로써 송이의 환경을 찬찬히 설명하며 온전히 송이에게 공감할 수 있도록 한 작가의 필력이 느껴진다. 오랜만에 한국 청소년 소설에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다. 가족이라고 서로를 의지학도 살아갈 순 없다. 어려운 일이 있을 땐 똘똘 뭉쳐야겠지만, 각자 홀로 설 수 있어야 진짜 가족으로서의 기능을 담당할 수 있다. 결국 육아란, 독립된 자아로 잘 길러내는 것이다. 송이가 홀로 잘 설 수 있기를~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