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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편지
이원규 지음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봄.....
섬진강 첫 매화가 피었습니다.
망덕포구를 향해 걷고 또 걷다가 닷새 만에 막 피어나는 매화꽃, 눈빛 선연한 그대를 만났습니다. 섬진강 매화나무 아래 쪼그려 앉아 그대의 안부를 묻습니다.
여여하신지요?
<<지리산 편지>> 산문 첫 편의 앞부분입니다. 시작이 마음에 듭니다. ’여여하다’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으나 그 읖조리는 느낌이 무척이나 기분 좋습니다. 사전을 찾으니 ’여여하다’ 는 1. 초목이 무성하다. 2. 위엄있게 느릿느릿 움직이는 태도가 있다..라고 되어있습니다. 하지만 위 문장에서의 뜻은 아닌 듯합니다. 아마도 위의 뜻은... 변함없이 항상 똑같다..라는 것일 테지요.
지리산에 입산한 지 10여년이 되신 이원규님이 지리산을 벗삼아 길을 곧 집처럼 여겨 2만리를 걷고 배를 타고 4만리, 모터사이클로 50만 킬로미터를 누비는 동안 느끼고 깨달은 것이 모두 담겨져 있는 듯한 책입니다. <<지리산 편지>>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다시 봄으로 이루어져 있어 지리산의 아름다운 모습이 계절마다 어떻게 변해가는지 알 수 있고, 그에 따라 이원규님은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알 수 있습니다.
시인이라는 직업을 살려 곳곳에, 풍경이나 자신의 마음에 딱 맞는 시를 골라 써 넣고 그 시를 풀어주시기도 하고, 친분이 있는 시인들의 이야기나 주변의 동물 이야기 등을 읽으며 정말 편안하게, 하지만 진심으로 슬픔, 기쁨, 행복, 고통..등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 세상에 인연은 있어도 악연은 없다고 하네요. 전 악연은 있다고 믿는 사람이었는데, <악연은 없습니다.>라는 장을 읽으니 정말 부끄러웠습니다. 소중한 만남을 스스로 망쳐놓고 자기 합리화를 하는 것이라고요.
다시 반복하거니와 아무리 생각해도 이 세상에 악연은 없습니다.
행여 악연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다만 잘못 살았다는 것의 반증일 뿐입니다. (101p)
<<지리산 편지>>를 읽고 나니 나도 걷고 싶어집니다. 이원규님처럼 걷는동안(이원규님이 걸으셨던 이유는 "생명평화"라는 이름의 순례단에서였지만) 나의 짐과 고민을 훌훌 털어버릴 수 있을 것 같아서 나도 그렇게 하고 싶습니다. 걷는 것을 무척이나 싫어하지만, 이 책을 읽고는 절로 걷고 싶어졌습니다. 아마도 세속의 짐 같은 건 내려놓고 훌훌 떠나 자유롭게 사시는 이원규님의 삶을 들여다보고 따라하고 싶어진 것이겠지요. 부러웠습니다. 저도 언젠간 그렇게 훌훌 털고 떠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