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하라 이야기 - 아주 특별한 사막 신혼일기
싼마오 지음, 조은 옮김 / 막내집게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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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특별한 책을 한 권 만났다. 중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여성 작가 싼마오의 첫번째 작품이란다. 그녀의 이름도 낯설지만, 70년대 이전에 이미 전세계를 여행하며 돌아다녔고, 더욱이 스페인령 서사하라에 정착해 스페인 남자와 결혼했다는 그녀의 스토리는 더욱 낯설다. 이렇게 자유로운 영혼이 된 데는 분명 그녀의 부모님이 한몫을 하신 것 같다. 딸에 대한 무한한 믿음과 애정으로 말이다.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그녀는 잘 이겨낼 거라고 믿어주는 부모님이 있었기에 그녀는 다른 여성들과는 많이 다른 삶을 살 수 있었지 않았을까.

<<사하라 이야기>>는 제목대로 싼마오가 서사하라에 도착하여 결혼을 하고 그곳에서 신혼시절을 보냈을 때의 이야기를 묶은 산문집이다. 그녀의 삶 자체가 닮겨있기 때문에 사막의 이야기는 아름답고 환상적인 꿈 같은 이야기가 아닌, 직접 몸으로 부딪히고 겪어낸 "현실"의 이야기이다. 그녀 자신도 <내셔널 지오그래픽>지에서 사하라 사진을 보고 한 눈에 반해 사하라행을 결심했을 정도로 사하라는 그녀에게 꿈과 열정이 담긴, 그런 마음 속 고향 같은 곳이었다. 하지만, 여행이 아닌 그곳에서의 삶은 그렇게 녹록하지만은 않다는 것이 글 속에 잘 담겨져 있다. 그렇다고 고통스럽고 힘들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 이유는 바로 그녀와 그녀의 남편 호세가 아주 작은 것에도 감사할 줄 알고 행복해 할 줄 알기 때문이다. 

시골 사람들은 무조건 순박할 것이라는 편견처럼, 사막에 살고 있는 원주민들(사하라위족)은 거의 모두 순박하고 착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니것 내것 없이 가져다 쓰고 돌려주지 않는다든가(물론 문화의 차이이므로 그렇다고 그들이 착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지만...) 빌려주지 않으면 오히려 자신들의 자존심을 건드렸다고 적반하장격으로 화를 내는 것 같은 이야기들은 읽는 나까지 당혹스럽고 짜증나게 만든다. 나는 매우 이기적인 인간이라  그런 것들은 도저히 용납이 안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싼마오와 호세는 그들을 이해해주고 오히려 퍼다주기까지 하니.. 정말 천사같은 사람들이 아닐 수 없다. 

처음 책을 펴고 겉표지에 작가 프로필을 읽으며 매우 우울했다. 아주 예쁘장한 얼굴의 싼마오의 사진이 있고 "신혼일기"라는 타이틀이 있었으니 매우 밝고 산뜻한 이야기일 것으로 예상했으나 프로필에는 결혼 6년만에 남편 호세가 죽었다고 하니 책을 읽기도 전에 기분이 가라앉는 것이다. 이 당혹스러움이란... 

그래도 <<사하라 이야기>>는 밝고 명랑함으로 가득 차 있다. 그 이유는 워낙에 천방지축으로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싼마오와 느긋이 부인의 그런 귀여움을 묵묵히 받아주는 호세가 있기 때문이다. 젊은 나이에 수없이 많은 곳을 돌아다녀서인지 싼마오는 매우 자유분방한 사고방식에 매우 진취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하고 싶은 일이 있어 한 번 마음 먹으면 무조건 해 봐야 하고, 자신이 하기 싫은 것은 어떻게든 안하려 하는 것이나, 어떤 일에든 당당하고 씩씩한 모습들이 그렇다. 그런 싼마오가 나는 얼마나 부러웠는지...

싼마오의 그런 호기심과 당당함은 많은 에피소드들을 만들어 내고, 그런 에피소드들에는 사하라 사막의 삶이 그대로 녹아 있다. 책을 읽다보면 싼마오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된다. 천방지축처럼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젊은 새댁은 스스로 행복함을 만들어 낼 줄 아는 사람이기에 더욱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마지막 후기는 나를 조금 더 슬프게 했지만, 그렇게 열심히 삶을 살아갔던 그녀가 나는 정말로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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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리스트: 전달자
장태일 지음 / 팬덤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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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개념 장르소설, 무비픽션!"으로 무장한 이 소설은 저자가 국내에서 처음 선보이는 장르의 소설이라고 한다. 영화의 등장인물, 배경, 장소, 물품 등을 가져와 소설의 일부인 것처럼 차용한 신개념 소설이라는 것. 그런데 나는 이 소설이 왜 이렇게 산만하기만 한건지... 

반을 넘게 읽으면서도 이야기가 왔다갔다 하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했고, 나중에서야 주인공이 두 명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소설에서 차용한 40여편의 영화들 거의 대부분을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작은 글씨로 어떤 영화의 어떤부분이라고 설명해주지 않았으면 몇몇 장면을 제외하고는 알아채지도 못했을 만큼 내 기억은 깜깜 무소식이다. 

소설 자체는 매우 스피디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이지만, 난 왜 그렇게 정리가 안되는 건지...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도 계속되는 의문... "그래서... 진짜가 누구라구? 왜 그랬는데?" 이런 질문을 하는 내가 마치 바보같다. 그냥 심심풀이로 읽을 수 있는 소설이 제대로 이해되지 않으니 답답할 따름이다. 

중간중간 이해가 되지 않아 다시 되돌려 읽고 싶은 마음 굴뚝 같았으나 차마 다시 읽고 싶지는 않아 끝까지 직행했다. 그러나 역시 마지막까지 이해 불능..^^ 나만 그런가? 이 책을 읽은 친구에게 가서 물어봐야 하는 건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내가... 역시 또, 바보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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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생
나쓰메 소세키 지음, 김정숙 옮김 / 이레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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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끝나는 것이란 하나도 없다.



일단 한 번 일어난 것은



언제까지나 계속 된다.



그저 여러 가지 형태로 모양만 바뀌기 때문에



당신도 나도 느끼지 못할 뿐이다.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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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날마다 놀라운 일들이 생겨요 문지아이들 58
신시아 라일런트 지음, 코코 다울리 그림, 이경혜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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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엄마들이라면 아마도 EBS의 "생방송 부모 60분"을 목숨 걸고 보는 시기가 조금씩은 있었을 것이다. 내가 무엇을 잘못하고 있고, 무엇을 잘하고 있는지 확인받는 시간이랄까. 내게도 그런 시기가 있었다. 지은양이 3~4살 때, 어느 정도 아이에게 목메달만큼 시간이 없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육아에 완전히 편안해질 때도 아닌 그 시점에 나는 그 프로그램을 만났다. 때로는 나와 비슷한 엄마들에 공감하며, 때로는 위로받기도 하면서 그렇게 육아에 대하여 하나씩 배워나가던 시절이었다.

어느 날, 특집으로 아이들에게 "철학"을 쉽게 가르쳐줄 수 있는 책을 소개하는 시간이 있었다. 그날 소개된 책은 4~5권이었던 것으로 생각하는데 다른 책들은 생각이 나지 않고, 한 권은 <<오른발, 왼발>>이었고 다른 한 권이 바로 <<날마다 날마다 놀라운 일들이 생겨요>>였다. 이 책을 소개해주시는 선생님께서 이 책의 일러스트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시던 장면이 아직도 생각이 난다. 미국 사람들에게 매우 사랑받는 일러스트레이터여서 크리스마스 카드나 달려에도 이 분의 그림이 날개돋친 듯 팔린다는 것. 

   

하지만, 이런 어여쁜 그림보다도 나는 그 내용에 심장이 쾅! 내려앉았다. "저 책은 꼭 사야해. 꼭 살거야" 얼마나 다짐을 했는지 모른다. 어린 아이에게 철학을 이해시키기란 좀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 나 자신도 어려운 여러가지 문제를 아이에게 던져놓는다니 정말 우스울 따름이다. 하지만 <<날마다 날마다 놀라운 일들이 생겨요>>는 그런 어려운 철학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고, 매일 일어나는 일들...땅에서 밀이 자라고, 그 밀이 빵이 되고... 혹은 씨앗을 심어 정성껏 기르니 하얀 울타리 위로 새빨간 장미가 올라가는 일. 그렇게 아름답고 멋진 일들이 우리 주위에서 항상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 이 모든 좋은 것들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단다.
놀라운 일들은 생기고, 생기고,
또다시 생기니까.

파이랑
고양이랑
사과랑
시계랑
차랑
새랑
강아지랑
담쟁이덩굴이랑
밀이랑
복숭아랑
그리고
너!   "


작가가 얼마나 아이들의 마음을 잘 아는지, 정말 신기할 따름이다. 여기까지 읽으면 아이들은 하나같이 "나?" 하고 되묻는다. 그러면 작가는 다음 페이지에 이렇게 말하는 거다.                      



그리고 알려준다. 이 세상 어느 곳에도 있지 않았던 네가 "빵처럼, 새처럼, 비처럼...그렇게 생겨난 거라고. 그리고 울타리를 따라 어여쁘게 자라나는 새빨간 장미꽃처럼 너는 그렇게 놀라운 존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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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 법의곤충학자가 들려주는 과학수사 이야기
마크 베네케 지음, 김희상 옮김 / 알마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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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책을 선택했던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그저 CSI의 그 어떤 시리즈보다 가장 좋아하는 라스베가스 시리즈의 길 그리섬 반장이 "법의곤충학자"이고 같은 법의곤충학자인 마르크 베네케가 실제 범죄 현장에서 어떤 식으로 사건을 풀어나가는지가 궁금해서였다. 여기서 함정은 "곤충"이다.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곤충이래봤자 개미, 파리, 모기..정도이고 화면(정확하게는 CSI 안에서)에서  보아왔던 곤충들도 만든 것이려니...하는 생각에 별로 징그럽다거나 역겹다는 생각을 못했었다.

책장을 넘기고 거의 매 페이지마다 있는 사진들과 그림들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온통 징그럽기 그지없는 구더기떼(한 마리가 아니다.), 시체, 그리고 해골들까지... 비위가 강한 편이라 이런 것들을 잘 보는 편이지만 그래도 시체를 뜯어먹고 있는 곤충들 사진은 정말 해도 너무했다. 이렇게 보는 이들을 힘들게 하는 사진과 그림들을 굳이 실은 이유는 무엇일까? <<모든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는 단순한 범죄 이야기가 아니다. 실제 법의곤충학자가 겪은 사건들을 풀어내어  해결하는 과정을 많은 사례들을 통해 밝히고 있지만, 저자는 흥미 위주의 서술이 아닌 다양한 시점의 관점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곤충들(특히 시체를 파먹는 구더기와 파리들)에 대한 새로운 관점...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종과 수를 자랑하는 곤충들 중에는 죽은 동물이나 시신을 갉아먹는 것들이 있다. 이렇게 곤충에 의해 빚어지는 신체의 부패는 물론 보기에 좋지 않다. "하지만 구더기의 기생으로 인한 부패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생명의 순환과정은 멈추게 된다. 이유는 간단하다. 새 생명을 빚을 재료가 없기 때문이다."(....24~26p ) 이렇게 생각해본 적이 한번도 없었다. 죽은 자의 신체를 이루고 있던 물질이 다시 생명의 순환 속으로 돌아가기 위해 그 구성 물질로 해체되기 위해 곤충들에 의해 먹힌다고는 생각해보지 못한 것이다. 

과학자로서의 임무.... "법의곤충학자"로서 마르크 베네케는 개인적으로 죄의 유무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는다고 한다. 자신의 임무가 현실을 여러 가지 측면에서 과학적으로 조명하는 것이므로 유죄냐 무죄냐에 관심을 갖게 되면 어느 쪽으로든 기울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처음부터 차단시키는 것 같다. 또한 유죄냐 무죄냐의 관점에서만 접근하다 보면 전체 진실을 알 수 없게 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과학자이기 때문에 피의자의 죄가 있느냐 없느냐를 생각하기 보다는 그 상황에 맞는 진실은 무엇인가!를 가장 최우선에 두는 것이다. 때로는 진실이 죄인을 풀어주게 되는 일이 있거나, 죄가 없어도 당시 상황의 진실에 따라 근무 태만 등으로 기소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과학자는 판사가 아니므로 "진실"을  밝히는 데만 집중할 뿐이다. 

낡은 범죄생물학에 대한 생각.... 그가 독일인이기에 진실에 가감없이, 오히려 더욱 신랄하게 비판할 수 있는 것 같다. '인종학'과 '범죄생물학'의 이름을 쓰고 아돌프 히틀러의 <<나의 투쟁>>으로 요리된 나치즘. 어떤 과정을 거쳐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질 수 있었던 것인지를 그 당시의 여러 과학자들이 내놓은 책을 통해 밝히고 있다. 그리고 그 책들에서 벌어진 여러가지 오류들에 대하여 말하고 왜 그들은 양심도 없이 그렇게 정치와 손을 잡았는지 비판한다. 과학을 잘못 받아들였을 때, 그것을 미끼로 얼마나 큰 잘못들이 정당화되는지 알려주는 것이다.

"물론 정치적인 이유에서 그런 저항의 목소리가 묻힐 수는 있다. 하지만 최소한 학자라면 유행 이론에 휩쓸릴 게 아니라, 비판적으로 철저히 검증하고 불편할지라도 사실적으로 정확한 연구 성과를 세상에 알려야 하는 양심은 가져야 한다.

이런 양심은 현대의 범죄생물학자도 꼭 갖추어야만 한다. 깔끔하게 증명된 객관적 사실을 이야기하고 있는지, 아니면 자신의 의견을 털어놓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지 항상 점검하고 태도를 분명히 하라. 최후의 보루는 어디까지나 객관적인 사실이어야 한다. 이를 무시하고 개인적인 의견과 이해관계에 빠지다 보면 우리가 그토록 자부하는 과학이라는 게 정치 논리에 의해 훼손당하는 지극히 불편한 상황을 자초하게 된다. 진리가 아닌 것은 불편한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치욕까지 불러온다. "    ...397p

단순한 과학 수사에 대한 책이 아니다. 그만의 철학이 가득하다. 내가 그동안 알려고 하지도 않았던 많은 것들을 이 책을 통해 배울 수 있어 좋았다. 처음엔 비록 역겨울 정도로 징그러운 사진들에 기겁했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안에 담긴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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