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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마트에서 울다
미셸 자우너 지음, 정혜윤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2월
평점 :
2년 전 <H마트에서 울다>가 김영하 북클럽으로 지정되었다. 제대로 참여한 적은 없지만 그래도 시간 내어 읽고 참여하려고 노력했던 해였다. 몇몇 권은 한두 달이 지나 읽기도 했고 어떤 책은 거르기도 했다. 때맞춰 읽은 건 딱 한 권 뿐이었던 듯. <H 마트에서 울다>는 그때 구입해 두었던 책이다. 또, 읽기 시작한 지도 어언 세 달이 넘었다.
인디 팝 밴드 재패니즈 브렉퍼스트의 가수이자 기타리스트가 쓴 에세이로, 작정하고 읽자면 하루 이틀이면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그런데도 세 달이나 붙잡고 있었던 건, 바쁘기만 해서는 아니었다. 아마도 엄마와 딸의 관계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도 암에 걸린 엄마와 딸.
처음엔 미국에서 한국인 엄마와 미국인 아빠 사이에 태어나 어디에 속하는지 알 수 없어 힘들고 괴롭기만 하던 사춘기 소녀의 이야기라 훌훌 잘 읽혔다.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아빠와는 여전했지만 엄마와는 조심스레 관계를 개선해 나아가던 때, 미셸 자우너는 엄마의 암 발병 소식을 듣는다. 아마 이 즈음부터 페이지가 잘 넘어가지 않았던 것 같다.
나와 엄마는 애증의 관계였다. 엄마는 화가 나는 일이 있으면 내게 전화해 퍼부었다. 곰살맞고 그런 얘기 잘 들어주는 딸이었다면 참 좋았겠는데, 마흔이 넘어도 딸은 어린 시절부터 내가 스트레스 풀이 대상이냐며 꼬박꼬박 받아주지 않았다. 그런 우리 엄마가 한창 바쁠 때 내게 전화 해 "내가 이상하게 걷나 봐. 사람들이 빨리 병원 가보래"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 이후 한 번도 병원 밖을 나오지 못했다. 뇌 속에 자리잡은 악성 교모세포종 때문이었다.
<H 마트에서 울다>를 읽으며 엄마 생각을 많이 했다. 11개월의 간병 기간 동안 혹 고통만 준 건 아닌지, 들어주고 싶어도 더이상 들어줄 수 없었던 엄마의 요구들을 들어주지 않은 게 맞았던 건지 곱씹던 시간은 지났다. 지금은 엄마의 엉뚱함에 웃었던 기억이나 손녀들에게 아낌없이 주려 했던 기억만 난다.
미셸 자우너 또한 엄마를 보내고 엄마와의 추억을 되새기며 H 마트에 간다. 엄마가 해주시던 한국 요리, 그 요리를 본인이 직접 하며 엄마의 뒤를 밟는 것이다. 한인 2세로서 자신의 위치와 모든 한국어를 다 알아듣거나 잘 하지는 못하지만 엄마에게서 받았던 한국 문화 등이 엄마를 추억하는 딸로서 함께 공감하고 함께 추억하게 한다.
읽는 동안보다 책장을 덮고 난 이후 더 감동적으로 기억되는 책이다. 더 늦기 전에, 현재 내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 하라고. 다시금 되새기게 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