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빌리의 노래 - 위기의 가정과 문화에 대한 회고
J. D. 밴스 지음, 김보람 옮김 / 흐름출판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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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빌리의 노래>라는 책을 구입했던 건, 빌 게이츠의 도서 목록 덕분이었다. 매년 발표되는 빌 게이츠의 목록 중 재밌어 보이는 몇 권은 따라 사 본다. 문제는 바로 읽지 않고 묵힌다는 점.ㅎㅎ(이 습관은 언제쯤에나 고칠 수 있을런지..) 하여간~ 그렇게 책장 속에 묻혀 있던 책이 드디어 빛을 보았다. 그러니까 그 이유는... 한 2~3주 전부터 갑자기 이 책이 베스트셀러 목록에 뜨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응? 왜? 이제서? 갑자기?" 하며 궁금해 하다가 비로소 알게 됐다. 작가 J. D. 밴스가 트럼프 진영의 부통령 후보가 되었다는 사실을. 하... 진짜 이상했다. 내가 알기론 <힐빌리의 노래>는 트럽프의 당선 당시 아무도 이해하지 못할 그 현상을 가장 잘 파악하고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문화, 사회적 배경을 잘 드러낸 책이 <힐빌리의 노래>라고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저자 J.D. 밴스는 트럼프를 공화당의 쓰레기라며 가장 많이 비웃는 사람이었다. 도대체 어째서, 어떤 이유로 이 사람은 가장 끝에서 가장 끝으로 이동한 걸까. 궁금해졌다.


각종 미디어에서 소개한 대로 <힐빌리의 노래>는 애팔래치아 지역 중 "힐빌리" 지역에서 태어나 자란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그 지역의 특수성을 설명한다. 한 가족의 이야기는 마치 영화에서나 볼 법한 이야기가 난무하지만 저자에 의하면 그런 이야기들이 그 지역의 모든 이웃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사실이라는 점이다. 마약, 다혼, 불성실, 알코올 중독, 10대 임신 등 끊임없는 사고는 사고를 낳고 아이들은 제대로 돌봐지지 않으며 그렇게 자란 아이는 부모와 같은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다.


저자의 가족도 마찬가지다. 저자의 많은 형제들 중 진짜 친형제는 없다. 법적 아버지와 생물학적 아버지가 다르다. 어머니는 매일같이 아버지라는 다른 사람들을 데려오고 그때마다 이사와 전학이 반복된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아이들이 올바르게 자랄 수 있을까. 하지만 그럼에도 저자의 어머니는 자신은 버린 인생일망정 아이들이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어떤 이유든 책을 많이 읽게 했다. 또한 할머니, 할아버지는 끝까지 아이들 곁에 남아 무한의 지지와 올바른 길을 위한 교육에 대한 열정을 쏟아붓는다. 그렇기에 저자는 그곳에서 탈출해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었고 나름 성공할 수 있었다.


책에선 저자는 자신의 이야기만을 하고 있지는 않다. 결국 저자가 하고 싶었던 건, 이 지역의 이 사람들이 왜 그렇게 살아가느냐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제 8조 프로그램(정부에서 지원하는 정책)을 통해 이 사람들이 어떻게 이용하고 있는지, (주를 이루는 견해는 수많은 백인 노동자가 내가 딜먼에서 본 것과 똑같은 광경을 목격하고 분노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과거 1970년대 누구의 말마따라 복지 제도에 기대 놀고 먹는 사람들이 "정부에서 돈을 받으며 사회를 비웃는다!! 우리 같이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은 매일 일터에 나간다는 이유로 조롱받고 있다"라는 인식이 백인 노동 계층 사이에 팽배해지면서 공화당의 대선 후보 리처드 닉슨을 지지하기 시작했다"...234-235) 이곳 사람들 사이에 팽배한 노력 부족, 남 탓만 하고 더 나아지려고 하지 않는 그 습성을 지적한다. 


솔직히 책을 끝까지 다 읽고 나서도 어째서 이 지역, 이 계층 사람들이 트럼프를 왜 지지했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내가 너무 정치에 무지해서이기도 하겠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트럼프는 좀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트럼프의 반대편에 있던 J.D.밴스의 변심이 또한 충격이다. 이미 한번 대통령으로 당선되어 바꿔놓은 것이 없어 연임이 되지 않았다면, 가능성이 없는 것이 아닐까. 무엇을 보고 그는 그를 지지하는가. 역시 정치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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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어의 절반은
곤도 후미에 지음, 윤선해 옮김 / 황소자리(Taurus)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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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도 후미에라는 작가는 스펙트럼이 참 넓다. 추리소설에서부터 역사, 미스터리, 멜로뿐만 아니라 음식에 대한 소설까지 아우르며 이 작가의 관심과 호기심은 어디까지일까...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작가다. 개인적으로는 추리나 미스터리보다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음식 시리즈 소설이 더 좋았다.


<캐리어의 절반은> 또한 음식 시리즈 소설처럼 편안한 소설이다. 야마구치 마미라는 여성의 이야기로 소설은 시작한다. 결혼한 지 3년차, 맞벌이로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 마미는 지금까지 한 번도 해외 여행을 가본 적이 없다. 뉴욕으로 신혼여행 가는 것이 꿈이었으나 그마저도 불발, 이렇게 가다가는 은퇴 후에나 가게 되는 것은 아닐까 불안하다. 하지만 대학 친구들과 플리마켓에 갔던 어느 날, 마미는 운명처럼 파란색 커다란 캐리어를 보게 되고 한눈에 반에 덜컥! 구매하게 된다. 그리고 그토록 망설였던 뉴욕 여행을, 그 누구와도 아닌 혼자서 떠난다.


<캐리어의 절반은>은 옴니버스 식 구성으로, 마미에서 시작된 여행은 마미의 대학 친구들로 이어지고 프랑스에서 유코를 도와준 시오리로, 그리고 그 캐리어의 시작점인 유미와 하루나에게로 옮겨간다. 대미는 마지막! 그 마지막은 비밀~ㅋㅋ


쨍한 파란색 가죽 캐리어를 따라 각 나라는 여행하는 컨셉이나 그 여행지를 찾아간 각 주인들의 삶의 여정이나 고민, 무엇보다 여행을 통해 각자의 위치에서 한 발 더 나아가게 된 그들의 이야기가 참 감동적이다. 남에겐 아무렇지 않아 보여도 사람들은 각기 나름의 고민을 안고 산다는 것. 그리고 그 고민은 어쩌면 나의 삶에서 한 발짝 떨어져서 바라보았을 때에서야 보이고 풀어낼 수 있으지도 모른다는 것. 그 중심엔 "여행"이 있다.


"열심히 일한 자! 떠나라!"

가고 싶다, 여행...ㅠㅠ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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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먼 가라사대, 우리는 모두 별이다 - 2024 뉴베리 아너상
에린 보우 지음, 천미나 옮김 / 밝은미래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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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인가 우리 둘째가 영어학원에 다녀와서 재미있는 게임을 했다고 얘기했다. 일명 "사이먼 가라사대~" 게임인데 뒤에 붙이는 대로 나머지 인원이 그대로 따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게임이 있는 줄 모르고 있던 나는 왜 도대체 이렇게나 구체적인 이름을 게임에 넣었을까 궁금와해졌는데 정확히 그 시작을 찾지는 못했다. 그런데 그 "사이먼 가라사대"를 책 제목에서 보다니~ 반가웠다.


하지만 <사이먼 가라사대 우리는 모두 별이다>는 마냥 반갑기만 한 즐거운 책은 아니다. 제목에서부터 "별"은 종종 죽은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니 책장을 펼치기 전부터 스멀스멀 뭔가 의미심장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시작은 사이먼네 가족이 네브래스카 주 그린앤 베어잇이라는 마을로 이사하면서부터다. 이곳은 전파 망원경을 보호하는 국립 전자파 제한 구역으로 와이파이를 비롯한 인터넷과 모든 전자파를 사용하지 못하는 곳이다. 스마트폰도, 전자레인지도, 텔레비전도 안된단다. 그런데 그런 곳으로 이사가면서 이 청소년 사이먼은 아주 완벽한 곳이라고 표현한다. 하루종일 스마트 폰을 들고 사는 우리 아이들을 생각하면 그저 이상할 뿐이다.


하지만 독자들은 곧, 학교와 마을에 적응해 나가는 사이먼의 행동과 생각을 읽어나가며 사이먼에게는 다른 사람들에게 숨겨야만 하는 어떤 비밀이 있음을 눈치채게 된다. 그리고 그 비밀로부터 비롯된 트라우마가 있다는 사실도. 그걸 제일 먼저 알아차린 사람은 자폐라고 자신을 소개한 아게이트다. 어느 날 다가와 사이먼 곁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사이먼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묵묵히 응원해 주는 아이. 그리고 이 아게이트와 사이먼, 또다른 친구 케빈은 이 마을에 하나의 큰 사건을 만들기로 한다.


사이먼은 어떤 일을 겪었을까를 추리하면서 따라가는 과정은 마치 미스터리 같다. 그 과정 속에 사이먼네 가족의 끈끈함은 언제나 감동을 주고, 때로는 아이들이 얼마나 폭력적일 수 있는지, 혹은 아이만도 못한 어른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이 소설이 보여준다. 하지만 어떤 상황 속에서도 아주 현명하게 아이들을 보호하고 침착하게 행동하는 어른들이 있어 이 아이들이 다시 희망을 갖고 시작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을 읽어나가는 독자는 무한한 감동을 받게 된다.


작가는 맨 마지막 작가의 말 부분에서 이 소설의 기반이 되는 사실들 중 어떤 것이 진짜 사실이고 어떤 것이 허구인지 간략하게 설명하고 있는데 무척 재미있었다. 사실을 기반으로 한 허구 속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아주 적절하게 보여준다. <사이먼 가라사대 우리는 모두 별이다>는 2024년 뉴베리 아너상 수상작인데, 역시 뉴베리의 이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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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북 Wow 그래픽노블
레미 라이 지음, 심연희 옮김 / 보물창고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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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서의 "죽음"은 언제나 두렵고 피하고만 싶은 단어이지만, 그 죽음에 관련된 여러가지 이야기들은 항상 흥미롭다. 특히 동양 문화권에서 죽음은 이승과 저승으로 나뉘며 그 중간에서 머무는 귀신 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존재한다. 어렸을 때부터 그런 이야기들을 듣고 자라서 우리에겐 흥미로운 소재 중 하나이다. 좀 자라서 일본 문화를 접하다 보니 우리와 비슷하지만 다른 것들을 발견하기도 했다. 커다란 동양 문화 속에서 각각의 나라 안에서 발전해 간 이런 저승 이야기 또한 재미있고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다.

<고스트 북>이라는 그래픽 노블을 한, 두 장 넘기면 "저승사자"가 등장한다. 그 저승사자가 우리나라의 갓 쓰고 도포 입은 저승사자는 아니지만 어딘가 익숙하다. 그래서 작가 소개를 보니, 역시~ 인도네시아에서 출생하여 싱가포르를 거쳐 현재는 오스트레일리아에 거주하고 있단다. 따라서 <고스트 북>은 동양 문화권의 저승 문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생김새 등 세밀한 부분의 차이는 있지만 큰 테두리로 봤을 때 우리의 저승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아 정말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첫 장면에 등장한 저승사자 우두와 마면은 두 명의 혼을 데리고 저승으로 가야 했다. 그런데 그들이 데려간 혼은 엄마의 혼, 하나뿐이다. 이날 엄마에게서 태어난 여자아이와 아파서 입원한 남자아이는 살아남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글, "둘 중 하나는 죽었어야 했는데."(...7p)

시간이 흐르고 여자 아이는 음양안(귀신을 볼 수 있는 눈)으로 살아간다. 귀신의 달인 음력 7월, 저승 문이 열리고 여자 아이는 귀신인 남자 아이를 아귀에게서 구해주고 이 남자 아이와 자신의 관계, 그리고 그 속에 숨긴 비밀을 찾아 저승으로 모험을 떠난다.

재미있었다. 무엇보다 처음부터 차근차근 알려주지 않고 미스테리적 요소를 계속 흘리면서 추적해 가는 내용이 무척이나 흥미로웠고 비슷하지만 조금은 다른 이 저승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것 또한 즐거웠다. 11살인 둘째도 연달아 두 번을 읽는 기염을~!

있는 듯 없는 듯한 존재로 지내는 여자 아이지만 자신이 해야 할 때가 오면 멈추지 않고 도전하고 용기를 낼 줄 아는 점도 무척 마음에 든다. 다른 문화를 알기 위해 모든 나라를 여행 다닐 필요는 없다. 이렇게 재미있게 즐길 수 있으니~. 역시 책이다!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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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수록 빠져드는 도시기담 세계사
가타노 마사루.스가이 노리코 지음, 서수지 옮김, 안병현 그림 / 사람과나무사이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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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이야기들은 언제나 흥미를 돋운다. 때론 무섭기도 하고 때론 신기하기도 한 이런 이야기들은, 어쩌면 우리 역사 속에서 다른 이야기들을 이런 기묘한 이야기들로 풀어낸 것일 지도 모르고 아직은 과학적으로 밝혀지지 않은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해 본다. 어쨌든 명확하게 그 바탕을 알 수 없기에 우리는 어쩌면 그런 일들을 기묘하다고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도시기담 세계사>는 저널리스트인 가타노 마사루와 스가이 노리코가 실제 세르비아와 헝가리 등지에서 살면서 30년 간 실제로 발품을 팔아 유럽 각국을 돌아다니며 하나씩 취재한 이야기들로 이루어져 있다. 정확히는, 유럽에서 떠도는 13편의 유럽 기담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이야기들도 있고, 그렇지 않은 이야기들도 있다.


사실 제목에 "세계사"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어 좀더 역사에 초점이 맞춰진 이야기인 줄 알았으나 막상 읽어보니 그렇지는 않아 살짝 아쉽기는 했다. 하지만 저주나 괴이한 현상, 다양한 사건들,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전승 등으로 남아있는 13편의 이야기는 무척이나 흥미롭고 재미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을 수 있었다.


첫 시작은 "글루미 선데이"로 2000년 영화화 되었던 작품을 통해 나 또한 이 이야기를 알고 있었는데, 사실 나처럼 둔하고 아무리 열심히 들어도 가사를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으로선... 이해할 수 없었던 이야기 중 하나인데 어떤 식으로 유럽에서 이 노래가 퍼져나가고 어떻게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는지를 읽고 나니 조금은 무섭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책에선 그 무엇보다 그 시대의 분위기와 맞물려 일어난 하나의 현상이라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었다.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이야기들도 있었지만 책을 읽어나갈 땐 역시나 "애나벨" 이야기나 "드라큘라" 이야기처럼 익히 알고 있던 이야기들이 훨씬 흥미로웠다. 특히 애나벨의 경우, 이야기는 들었지만 영화는 한번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흥미로웠던 것 같다.


<도시기담 세계사>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다시 언급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런 현상이 일어난 시대적 배경이나 당시의 문화를 잘 설명해 줌으로써 어느 정도 근거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그래서 "세계사"라는 제목이 붙지 않았나 싶은데, 역사의 일부분으로보다는 어떤 기묘한 사건들을 이해해가는 관점으로 접근한다면 아주 즐겁고 흥미로운 독서가 될 것이다.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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