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피의 천사 - 바나나 하우스 이야기 1 독깨비 (책콩 어린이) 5
힐러리 매케이 지음, 전경화 옮김 / 책과콩나무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어릴 적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음직한 농담이 있다. 너,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라는 부모님의 말씀! 왜 어른들은 그렇게 아이를 공포의 상황으로 몰아넣고 재미있다고 낄낄대며 웃으시곤 하셨는지... 이 말이 진실일까 고민하며 밤을 새던 아이들은 자라서 또 자신의 아이들에게 그렇게 장난을 치곤 한다. 하지만 어떤 집에서는 그런 농담이 금기사항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이들은 알기나 할까? 지금이야 입양 사실을 공개적으로 알리고 주위 도움을 받아가며 "가족"이 되는 가정이 많기는 하지만, 예전에는... 그리고 어쩌면 지금 또한 어느 가정에서는 쉬~ 쉬~하며 가족 구성원 중의 누군가가 데려온 아이라는 사실을 숨기던 때가 있었다. 자신의 부모님이 아닐 거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었는데, 어느 날 자신은 데려온 아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의 그 절망감이란! 그것은 공포이고, 외로움이며, 자신의 정체성이 한꺼번에 사라지는 듯한 혼란스러움일 것이다. 

엄마, 아빠 두분 다 화가이고 아이들의 이름이 모두 색상환 표에 나오는 색깔 이름을 지닌 바나나 하우스의 아이들. 이들은 무척이나 자유분방한 교육관을 지닌 부모님 밑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하며 자라난다. 그 중 둘째 새피(새프론의 애칭)가 8살 때 자신은 이 색상환 이름에 나와있지 않으며, 사실은 자신의 부모가 친부모가 아니고 형제들도 이종사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후 새피는 달라졌다. 그리고 다시 5년 후... 할아버지만이 자신의 진짜 할아버지라고 생각하며 무한한 애정을 보였지만 결국 할아버지는 돌아가시게 되고 유언장이 공개되며 자신은 천사상을 유산으로 받게 되었음을 알게 된다. 

새피에게 천사상은 어떤 의미일까? 물론 현재의 가족들도 너무나 사랑하지만 무언가 홀로 자신만 이 진짜 가족에서 소외되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새피에게 이 천사상은 진짜 가족이 남긴 새피의 정체성이다. 친엄마와 살 당시에 자신이 사랑하고 아끼던 물건(비록 3살이었다고 해도)을 되찾고 싶은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순리이다. 

그리고 사라의 존재는 언제나 바나나 하우스 세상에만 묶여 있던 새피를 바깥 세상으로 조금씩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다리가 불편해서 휠체어 신세를 지고 있음에도 자신이 원하는 것은 모든 갖고, 모든 해내는 사라를 새피는 자신의 형제들에게도 빼앗기고 싶지가 않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채 일주일도 되지 않았다. 게다가 가족을 두 번이나 잃은 적이 있지 않는가. 첫 번째는 이탈리아에서, 두 번째는 색상표에서 자기 이름을 찾던 날. 새피는 평생 사람을 잃기만 하고 살아온 것 같았다. 처음으로 맘에 딱 드는 친구를 사귀었는데, 또 다시 잃어버릴 수는 없다. 절대로."...91p

하지만 천사상을 찾아가는 여행을 통해, 그리고 그 여행의 의미를 자신도 잘 이해하지 못할 때에도 다른 형제들은 그 의미를 아주 잘 알고 있다는 사실과 이제 자신의 틀을 깨고 조금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보기 시작한 새피를 자신도, 가족들도 조금씩 알아가게 된다. 어떤 물건에는 진짜 의미가 담겨있지 않다. 그것을 찾아가는 바로 그 행동에 "진짜 의미"가 있는 것이다. 새피는 자신의 천사상을 찾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행동했는지, 그 행동을 하며 모두 새피를 얼마나 걱정하고 사랑하고 있었는지를 비로소 깨닫게 되는 것이다. 

"입양"이라는, 조금은 어두운 주제일 수도 있는 문제를 아주 즐겁고 발랄하게 그리고 있다. 아이들 양육에 방관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새피의 부모도 사실은 깊은 믿음을 갖고 아이들을 밀어주고 있다는 사실과 각자의 재능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이 카슨네 아이들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모른다. 

처음 입양아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대부분 방황..이라는 것을 하게 되나보다. 아무래도 자신이 믿어왔던 세계가 와르르... 무너지는 듯한 느낌이겠지. 하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고나면... 진짜 "가족"이란 꼭 핏줄로만 이어져있지는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것 같다. 지금은 너무나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 내 사촌동생처럼.^^ 진짜 가족이란 하루 하루 살을 맞대며 함께 싸우고 울고 장난치고 웃고... 그렇게 즐겁고 행복한 추억이 잔뜩 생각나는... 바로 그런 관계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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