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방의 비밀
가스통 르루 지음, 양혜윤 옮김 / 세시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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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로 밀실 미스터리를 다룬 밀실 트릭의 바이블"이라는 문구가 시선을 잡아끈다. 지금이야 소년 탐정 김전일이나 명탐정 코난 같은 것을 보는 우리 아이도 잘 알만큼 밀실 트릭이 추리 소설에서 아주 흔하지만 그런 트릭을 맨 처음 생각해낸 사람은 도대체 누구일까, 궁금하다. 그러고 보니 작가의 이름도 낯이 익다. <오페라의 유령>의 원작 작가이다. 그러니 조금 더 기대감 업!

 

소설이 시작되면 이야기를 하는 화자는 탐정 역할을 하는 주인공도, 피해자나 범인도 아닌 것을 바로 깨닫게 된다. 마치 셜록 홈즈의 왓슨과 같은 인물이라고나 할까. 아주 어린 나이지만 명석하고 뛰어난 두뇌로 남들이 전혀 생각해내지 못하는 방향에서 실마리를 찾고 자신의 추리를 바탕으로 증거를 찾아내는 조셉 룰르타뷰의 친구이면서 그의 옆에서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는 인물이다. 때론 거만하고 때론 너무나 자신감이 넘쳐 다른 이들의 마음 같은 것은 헤아릴 줄 모르는 룰르타뷰를 기꺼이 이해해주는 변호사 생클레르가 바로 이 소설의 화자이다.

 

흥미있는 사건이라고 함부로 끼어들 수는 없을텐데 어린 나이에 독보적으로 신문 기자가 된 룰르타뷰의 신분과 거부할 수 없는 눈빛, 사람의 폐부를 찌르는 카리스마 있는 룰르타뷰의 말 한마디로 생클레르는 그와 함께 도심에서 떨어진 한 성으로 떠나게 된다. 그곳에서 보통 사람들이라면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미 전세계적으로 알려진 과학자인 스탕제르송 박사의 조수이자 딸인 스탕제르송 양이 아무도 나갈 수도 들어올 수도 없는 자신의 노란 방에서 괴한의 습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주위 사람들이 그 방을 에워싸고 문을 열었을 때 그 방에는 피투성이의 스탕제르송양만 쓰러져 있었다는 사실이다. 범인은 과연 어떻게 그 방으로 들어가서 어떻게 탈출할 수 있었던 걸까!

 

<<노란 방의 비밀>>은 쉴 틈을 주지 않는다. 한 번의 사건이 밀실에서 벌어진 자체도 힘겨운데 연이어 또다른 풀 수 없는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한다. 그런가하면 사건을 추적하고 추리하는 룰르타뷰 외에 프랑스에서 인정받고 있는 저명한 탐정 프레드릭 라르상과의 추리 대결도 소설의 재미를 더해준다.

 

"만약 자신의 몸을 가해자로부터 지켜줄 방패막이를 스스로 열 수밖에 없는 비밀이 그녀에게 있다고 한다면, 대체 그것은 어떤 무서운 비밀일까?"...226p

 

밀실 트릭을 완성시키는 것은 바로 피해자가 목숨을 내어놓고 가해자를 숨기려 한다는 데에 있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은 이 밀실 트릭을 풀어내는 데에 다신 한 번 사용된다. 범인은 무조건 잡혀서 처벌을 받아야 할까. 룰르타뷰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피해자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는 동시에 피해자에게서 멀리 내쫓는 방향을 선택했다.

 

어쩌면 이 소설의 트릭은 '뭔가 기가 막힌 트릭이 있을 것이다' 라는 데에 있지 않을까 싶다.^^; 룰르타뷰의 말대로 모든 것을 "올바른 이성의 활동"으로 생각하면 당연한 것인데 의심부터 하는 우리가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간극이다. 그것 또한 트릭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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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1-11-24 0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추리소설! [환상의 여인] 읽을 무렵에 같이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서스펜스 짜릿하죠 ㅎㅎ

ilovebooks 2011-11-25 09:18   좋아요 0 | URL
전혀 아주 오래된 책 같지 않았어요.^^ 그럼에도 마지막엔 다소 허무해지는 경향도..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