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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번째 손
존 어빙 지음, 이문희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존 어빙의 소설은 읽는 재미가 있다. 가끔은 민망하고 가끔은 불편할 때도 있지만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하게 하는 힘, 그걸 가지고 있다. 그래서 스토리텔링의 대가로 불리는 것이 아닐까. 기존(한국에서 출간된) 그의 작품이 두 권씩으로 꽤 길어서 다음 대에 걸쳐 웅장한 대서사시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던 것에 비하면 <<네번째 손>>은 조금 다른 느낌이다. 그럼에도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은 다를 바 없다. 한 편의 영화... 그게 존 어빙의 힘이다.
내가 지금까지 만났던 주인공들 중 가장 특이하다. 성격 뿐만아니라 이력, 특징, 삶 자체 모두. 모든 사람들이 부러워할 만한 매력적인 마스크에 모성애를 자극하여 모든 여성들에게 흠모의 대상이 되는 그가, 하지만 '오는 여자 안막는다'라는 사고방식으로 점점 꼬여가는 삶 속에서... 운명적인 사고를 당하고 만다. 취재차 갔던 인도의 한 동물원에서 사자에게 왼손이 먹혀버리고 만 것. 그야말로 강력한 시작이 아닐 수 없다.
몸의 한 부분을 상실한다는 사건을 맞은 사람은, 어떻게 변하게 될까. 이런 운명적인 사고로 인해 그의 인생관 자체가 바뀔 수 있을까? <<네번째 손>>의 주제는 두 가지다. "사랑"과 "미디어의 진실".
"당신이 '잘생긴 머저리' 취급을 받는 건 손이 없어서가 아냐. 당신의 직업이 한몫 거들기는 했지만, 주원인은 당신이 삶을 사는 방식이라고!"...117p
결국 그를 바꾼 것은 잃은 왼손도, 뉴욕 한복판에서 잘나가는 기자로, 앵커로 살다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미디어의 흐름도, 그를 거쳐간 수많은 여자들도 아니었다. 단 한 여자... 그에게 수부이식할 손을 제공했으며 다시 그의 사랑으로 마무리 될 네번째 손을 만들어 준 도리스에 대한 사랑 뿐이다.
"패트릭 월링퍼드는 왼손을 두 번 잃었지만 영혼을 얻었다. 그에게 영혼을 준 것은 클로센 부인을 사랑하고, 잃은 일이었다. 그녀에 대한 갈망과 그녀의 행복을 비는 순전한 마음이었으며, 왼손을 얻고 다시 잃은 일이었다. 도리스의 바람만큼이나 자기 아이가 오토 클로센의 아이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었으며, 오토의 아들과 아이의 엄마를 향한 사랑, 짝사랑이었다."...211p
이렇게 써놓고 보니 소설이 무척이나 통속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건 결론일 뿐 책을 읽으면서는 다른 재미에 빠져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소설은 먹고먹히는 뉴욕 미디어의 한복판에서 우유부단한 패트릭을 통해 그들이 제공하는 "진실"의 "진실"을 역으로 보여준다. 수부이식에 대한 갖가지 정보들도 흥미롭다. 어찌됐든 존 어빙의 작품은 언제나 읽을만 하다는 사실, 그게 가장 중요한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