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소설을 읽는 기준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난 주저없이 "재미" 때문이라고 답하겠다. 꾸준히 서평을 쓰고는 있지만 난 문학평론가도 아니고 우리 소설의 미래나 과거 같은 것들을 고민하고 싶지도 않다. 그저 내가 읽고 재미있으면 주위에 권하게 되고 재미가 없다면 두번 다시는 그 작가의 책은 읽지 않게 되는, 그런 그저 평범한 독자일 뿐이다. 구병모라는 작가의 <<위저드 베이커리>>는 주위에 널리 알리고 싶은 책이었다. 우리나라 청소년 분야에도 이렇게 훌륭한 글을 쓰는 작가가 나왔구나..하고 놀랐던 그 기쁨을 다른 사람들도 누려주기를 바랬다. 때문에 그녀의 다음 작품들도 기대하게 된다. 기존에 볼 수 없었던 그 참신하고 예리한 구성과 무엇보다 읽는 재미를 주었던 작가에 대한 기대이다. 때문에 이번 <<고의는 아니지만>>을 읽기 전에 미리 <<아가미>>부터 챙겨 읽었다. 작가에 대한 기대가 계속 이어졌는가...! 아니다. 이제 그녀의 세 작품을 읽고나서는 난 자신이 없다. <<고의는 아니지만>>은 단편모음집이다. 7편의 조금 긴 듯한 이 단편들은 작가가 꾸준히 고집해 온 "판타지"적인 환상이 들어있다. 하지만 내용면에서 따지자면 다분히 사회비판적이며 지금의 답답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래서 읽기가 괴로우며 힘들고 아주 극심하게 우울하다. 이 한 권의 책을 읽으며 도대체 몇 번이나 손에서 내려놓아야 했는지! 안그래도 하루하루 힘든 이 현실 속에서 시간을 내어 읽는 책마저 이리도 힘들다면 난 차라리 책읽기를 포기하겠다. <<위저드 베이커리>>에서의 통통 튀고 어둡지만 희망을 노래했던 작가의 발랄함은 어디로 갔을까. 그 분야에서 거의 독보적인 존재라고 생각했는데 왜 그저그런 다른 일반적인 작가들의 반열로 내려왔을까. 그녀가 아니라도 지금 한국에는 이 현실을 비트는 수많은 작가들이 있지 않나. 이 단편들은 조금 더 정리된 장편을 위한 실험적인 작품들일지는 모르겠으나 청소년 문학상을 수상한 이후 성인소설로 방향을 튼 작가가 너무나 아쉽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