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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 라이프 아르망 가마슈 경감 시리즈
루이즈 페니 지음, 박웅희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코지 미스터리라는 분야가 있다는 것을 안 지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냥 뭔가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누군가 그것을 해결하려 하는 내용이 있다면 모두 다 추리/미스테리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양한 작품들을 읽다보니 이 분류들도 다시 많은 종류들로 나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나로 말하자면... 피가 난무하고 너무나 잔인하며 오싹!한 느낌보다는 이렇게 느긋한 풍경과 아기자기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마을과 다양한 이야기가 있는, 조금은 가벼운 코지 미스터리가 좋다.

 

<<스틸 라이프>>는 캐나다 작가가 쓴 코지 미스테리이다. 지금까지 캐나다 작품을 읽어본 적이 있었나? 하고 다시 생각해 볼 만큼 생소했다. 코지 미스테리라는 분야가 아니라 이들의 말 끝에 붙는 프랑스어가 말이다. 소설을 읽어나가면서야 퀘백주에는 프랑스계와 영국계 사람들이 그렇게 서로 나뉘어져 이중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을 알아챘다. 모르던 사실을 알게된다는 것은 놀라움이다.

 

아무도, 그 어떤 사건도 일어난 적이 없어 거의 모든 마을 주민들이 문을 잠그지 않는  평화로운 마을, 스리 파인스. 사계절이 뚜렷한 듯 그 마을을 둘러싼 나무들의 변화가 눈에 보이는 듯하고 마을의 평화로움 만큼이나 마음씨 좋고 즐거우며 느긋하고 행복해 보이는 이 마을 사람들의 모습이 정말 아름답다. 이런 곳에서 살고 싶다는 마음이 절로 드는 마을이다. 그런 마을에 사건이 발생한다. 마을 사람들의 존경과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던 제인의 사체가 마을 숲 입구에서 발견된 것이다. 이 마을의 첫 번째 범죄. 제인은 자연사일까, 사고사일까, 아니면 살인을 당한 걸까.

 

"그의 눈앞에서 스리 파인스 마을이 완연히 느려지는 듯했다. 삶의 집요함, 그 부산함과 에너지가 한 풀 꺾였다. 목소리는 낮아지고 걸음은 느려졌다. 가마슈는 몸을 뒤로 젖히고 자신이 가장 잘하는 일을 했다. 지켜보는 것."...70p

 

경찰청 최고의 경감인 아르망 가마슈 경감이 이 사건의 책임자다. 그는 마치 조르주 심농의 매그레 경감 같다. 지켜보고 관찰하고 듣는다. 함부로 추리하지 않는다. 사건이 저절로 해결될 때까지 정보를 모은다. 그런 그의 정보 능력은 마냥 평화롭게만 보이던 스리 파인스가 사실은 어디선가 곪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채게 한다. 그는, 혹은 그녀는 누구일까.

 

결코 얇지 않은 한 권의 책에 마을 사람들을 비롯하여 사건을 해결하러 온 경찰들까지 적지 않은 사람들이 등장하는데, 놀라운 것은 이들의 각 캐릭터가 한 권의 책에 확실히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주인공 몇몇이 아닌 거의 모든 등장인물들이. 작가는 누구 하나 소홀히 대하지 않는다. 때로 경감의 말을 끝까지 못알아듣는 니콜이 얼마나 답답한지 독자는 마구 화가 날 지경이다. 경감보다 훨씬 더 추리를 잘 이끌어가는 클라라도 그렇다. 시골이지만 전혀 시골에 살 것 같지 않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이 상상의 마을에서 다음엔 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벌써 궁금하다.

 

이제 겨우 스리 파인스의 첫 번째 살인이 일어났을 뿐이고 "악은 특별하지 않고 언제나 인간적이어서, 우리와 함께 자고 우리와 함께 먹는다."(...443p)라는 오든의 시처럼 평화롭던 마을엔 평화롭지만은 않은 마을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제인이 평생을 숨겨온 비밀을 가졌듯이 누군가 또다른 비밀을 품고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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