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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마, 죽지 마, 사랑할 거야 - 지상에서 보낸 딸과의 마지막 시간
김효선 지음 / 21세기북스 / 2010년 2월
평점 :
절판


2월 중순... 바람이 많이 불고, 눈도 많이 내려 몹시 춥던 날. 남편이 급체한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극심한 통증에 결국 남편은 혼자서 응급실로 향했고 금방 처방받고 올 것이라는 내 예상과는 달리, 밤 11시쯤 병원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급성심근경색이란다. 응급 수술에 들어갔으니 어서 빨리 병원으로 오라는 전화. 그 때... 병원으로 가는 택시 안에서 내가 했던 생각은, '아... 내게도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구나.' 하는 것이었다. 

너무나 큰 좌절이나 나쁜 일들에 우리는 면역되어 있지 않다. 그런 일들은 모두 우리를 비켜갈 거라고, 언제나 그런 일들은 다른 사람들의 일이며 내게는 그저 견뎌낼 수 있을 만큼의 좌절이나 힘든 일이 있을 뿐이라고, 그렇게 생각한다. 어쩌면.... 그래서 우리는 더욱 더 조심하지 않고, 매 순간을 기뻐하거나 행복해하지 않고 그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는지도 모른다. 

"내일 혹은 훗날 찾아올 행복을 기다리는 어리석음 대신 '지금 여기' '이 순간'의 행복을 미리 알아차렸더라면, 평온한 일상이야말로 가장 놀라운 기적이란 사실을 좀 더 일찍 알아 차렸더라면....... 그러나 그것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모든 것이 너무 늦어 있었다. "...16p

<<울지 마, 죽지 마, 사랑할 거야>> 는 남편은 교수에 두 딸은 예쁘고 공부 잘 하며 진취적인 삶을 찾아가고 있고 자신 또한 드라마 작가로서 최선을 다 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던, 그야말로 누가 봐도 행복할 것 같은 김효선 작가의 좌절과 그 과정을 담은 책이다. 어느 날 그녀의 큰 딸(18세)이 이상 증세를 보였다. 그저 피곤해서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던 아이의 병명은 급성 백혈병. 이후 그녀는 모든 그녀의 일을 놓고 딸 옆에서 간병하며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게 된다. 

드라마 작가로서 평소 자신이(혹은 시청자들이) 생각했던 백혈병의 이미지와 막상 현실에서 부닺혀야 하는 딸의 병이 괴리가 너무 커서 자신의 직업에 의구심이 들고 한없이 죄책감을 느낀다. 돈이 없어 치료를 포기해야만 하는 상황도 지켜보게 되고 같은 골수를 겨우 찾아 이식을 기다리다가도 기증을 번복하는 바람에 그 기회조차 잃게 되는 어이없는 상황에 희망은 자꾸만 무너진다. 그런 와중에도 이들은 함께 하지 못했던 과거를 묻고 이 소중한 시간을 감사하고, 몇 번의 좌절 속에 조그만 희망의 빛을 찾아 행복해한다.

"하지만 기억해라. 부모와 자식이 서로 다른 영혼이라 해도, 설사 내게서 잠시 머물다 가는 존재라 해도, 너는 나의 분신이야. 나의 전부이자 나의 가장 위대한 파트너야. 그러니 제발 이겨내 줘. 이 엄마를 위해서라도."...148p

어떤 슬픔이 가장 크냐고... 묻는다면 대답하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엄마"이기 때문에 자식을 먼저 보내야 하는 슬픔은.... 어떻게 말로 표현하지 못할 것이다. 아이 앞에서 그 아이의 죽음에 대해 말해야 하고, 더이상 함께 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하는 그 슬픔을... 어찌해야 할까. 울었다. 울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나 또한 엄마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기에. 남편의 급작스런 병에는 나름 의연하게 대처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너무 놀라고 앞으로의 삶에 대해 다신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지만 만약 그 경우가 아이였다면.....  생각하기도 싫다. 

"사랑하는 딸을 살아생전엔 다시 볼 수 없을 것이란 사실을 떠올리면 지금도 뼛속까지 슬프다. 때때로 가녀린 몸에 맞지 않게 푸하하 호탕한 소리로 웃어젖히며, 포기해야 할 것은 과감히 포기할 줄 알았던 그리고 안 되는 것은 절대로 욕심내지 않던 그 강직한 포부가 너무도 그립다. "...299p

작가는... 이 글을 통해 슬픔을 치유했을까. 그 가족은 이제 슬픔을 딛고 다시 평온한 일상을 소중하게, 행복하게 보내고 있을까. 사람은 망각의 동물인지.... 시간이 지나면 또 주의하던 것에 소홀해지고 무감각해지는 것 같다. 남편과 퇴원하며 앞으로는 채식만 할 거라는 다짐은 이틀만에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매일 밥상을 차릴 때마다 "가족의 건강"이 우선이라고 내게 되새긴다. 또 행복한 미래를 위해 행복한 하루, 바로 오늘을 사랑하기로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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