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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의 몸값 2 오늘의 일본문학 9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88 올림픽 때가 생각난다. 온 사방이 논과 밭이던 곳이 금새 아파트가 들어서고, 경기장이 지어지고 8차선 도로가 생기고... 시골 같던 곳은 어느새 서울의 떠오르는 주요지가 되었다. 노점상도 치워지고 거리의 걸인들도 사라지고 인도 위의 껌딱지나 침 등도 신기하게 안보이던 그 때... 온 국민이 올림픽이 우리나라에서 개최된다는 사실을 자랑스러워 하던 그 때. 꼭 우리나라처럼 24년 전 일본의 도쿄도 그렇게 급성장하며 올림픽을 맞이했다는 사실이 신기할 뿐이다. 

<<올림픽의 몸값>>은 1964년의 도쿄 올림픽을 이야기하고 있다. 종전 19년만에 패전국가에서 다시 세계 주요국으로 발돋움하는 데 발판으로 삼으려 온 국민이 열광하며 무사히 치러지기를 바랬던 그 도쿄 올림픽을 단 한 사람만이 다르게 생각하고 있다. 구니오 형의 죽음이 없었다면... 구니오가 형을 대신하여 그 막노동을 경험해보지 않았던들, 올림픽을 저당잡은 이 엄청난 사건이 발생할 수 있었을까. 

한 달 이상의 차이를 보이던 원인 - 결과의 시간차가 조금씩 좁혀져서 2권에선 조금씩 그 사건의 전모가 밝혀지기 시작한다. 이러한 구조는 독자에게 긴장감을 더해주고 때론 주인공에게 동화되어 그의 범죄에 동조하게 되기도 한다. 이 소설은 구조가 상당히 복잡하면서 튼튼하다. 네 명의 인물을 따라가며 당시의 일본 상황을 묘사하고 있고 동시에 사건의 원인과 결말을 날짜순으로 병렬시킴으로서 범인을 알고 있으면서 사건을 추리할 수 있도록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몸값을 받아내려 하는 장면이나 마지막 구니오의 체포를 목전에 앞둔 상황 등에서는 그야말로 긴장감이 폭발적이다. 

젊고 잘생기고 촉망받는 도쿄대생 구니오는, 어째서 이와 같은 엄청난 사건을 일으킬 수밖에 없었을까. 그는 사상가도 아니었는데 왜, 탄탄대로같은 미래를 뒤로 하고 혁명의 길로 들어섰을까. 그가 선택한 방법과 노동자들이 그에게 기대했던 방법 중 어느 것이 옳고 바른 것일까. 아니면... 어느 방법이 더 빠른 길일까. 

"대학 나오거든 꼭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 해. 그래서 일본을 좀더 좋게 만들어야지. 날마다 소금땀 흘리면서 일하는 사람들이 집 한 채 못 가진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잖아?"...96p
"우리의 목적은 프롤레타리아의 자격으로, 잘못된 이 나라에 경종을 울리려는 거예요. "...400p

자신이 아무리 밑바닥에서 출발한 상위권층이라고 해도 결국 조직에 들어가서는 그 조직의 말 밖에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구니오. 그로서는 그의 의지와 결심이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부강해지고 깨끗해지고 위대해 보이는 됴쿄이지만 그 안쪽에선 썩어들어가고 희생자들의 피와 땀이 서려있다고, 그리고 그 희생자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다시 맨 위의 몇 사람들의 배를 채워줄 뿐이라고... 구니오의 행동이 말하고 있는 것이다. 

과연 이 젊은이의 반항은 성공할 수 있을까. 너무나도 외롭고 힘든 혼자만의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또 그가 승리한다면, 혹은 승리하지 않더라도... 무언가 변하는 것이 있기는 할까. 올림픽이 무사히 치러져야 하는 것과 살상이 있어서는 안되는 것이 분명함에도 왠지 구니오에게 더 동조하게 되고 안타까워지는 것은, 바로 "절대 권력층"에 대한 반항 때문인 듯하다. 그래서 구니오가 번번이 공안부들을 골탕먹이고 탈출에 성공할 때마다 안도하고 통쾌해지는 것이 아닐까. 

소설이 끝났을 때, 기쁨과 안도감보다는 안타까움과 무언가 허전함이 느껴지는 이유는... 몇 십년이 흘렀음에도 이 사회는 조금도 변한 것 같지 않다는 느낌과 구니오처럼 이 나라의 앞날을 진정으로 걱정하는 젊은이가(구니오가 비판했던 사회운동 말고) 과연 얼마나 존재할까.. 하는 걱정때문일 것이다. 

역시, 오쿠다 히데오다! 읽는 재미와 확실한 주제, 그리고 탄탄한 구성이 돋보이는 멋진 작품이다. 벌써부터 그의 차기작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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