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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의 몸값 1 ㅣ 오늘의 일본문학 8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오쿠다 히데오의 유쾌하면서도 흐뭇한 소설이 한창 유행할 때는 내가 가장 바쁜 시기여서 그의 책을 접하지 못했다. 나중에... 시간이 흘러 이제 좀 책을 읽어볼까?라고 생각했을 때는, 그의 소설 성향이 이미 조금 더 진지하고 의식적인 것으로 바뀌었더라...하는 말이다. 그 전의 비슷비슷한 유쾌한 소설을 접해보지 못한 나로서는 그의 방향 전환이 조금 아쉽게 느껴진다. 그래도 그를 놓지 못하는 이유는, 그의 소설 방식이 진지하고 정치적이거나 사회적으로 바뀌었다고 해도 여전히 독자를 끌어들이는 강력한 카리스마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라고 하겠다.
그렇다. <<올림픽의 몸값>>은 2008년의 <<최악>>보다 모든 면에서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된 것 같다. 현재와 과거를 오고가며 범인의 입장과 대다수 국민의 입장을 대변하는 구성이라든가, 한 사람의 고민이나 아픔을 다루는대신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저 밑바닥에서 고통받는 이들을 이야기한다. 더 나아가 이념까지 끌어들여 '이런 방법은 어때?'라고 제시하고 있는 듯하다.
1964년 패전의 아픔을 딛고 올림픽을 개최하게 된 일본은 온 열도가 이 새로운 목표를 앞두고 모두 들떠 있다. 도쿄는 하루가 다르게 성장해 나아가고, 그와 더불어 곳곳에서 공사가 진행중이다. 국민의 의지는 모두 하나로 모여 위로는 천황부터 아래로는 야쿠자까지 어떻게하면 이 올림픽을 무사히 치를 수 있을까..하는 것이 일본인의 화두이자 목표가 되었다. 그런데 약간의 문제가 생겼다. 누군가 이 올림픽을 방해하려는 것이다. 폭발이 두 번 일어났다. 협박 편지도 도착했다. 도대체 범인은 왜, 온 국민의 성원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려는 것일까. 그의 의도는 무엇인가.
각 챕터마다 날짜가 있다. 이 날짜는 현재의 사건이 진행되는 것이기도 하고, 다시 과거로 돌아가 시마자키 구니오에게 일어난 일을 따라가기도 한다. 그렇게 구니오가 왜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현재의 사건과 함께 설명하는 것이다.
"세상은 불공평하다..."...105p
" 노예를 해방시켜주는 것은 노예 측의 지도자가 아니라 지식계급 혹은 유산계급에서 태어난 이질분자, 혹은 테러리스트들이라고 이제야 실감했습니다. 거기에 제가 '조합도 사회주의 정당도 실은 부르주아의 일종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덧붙인다면 교수님은 어떤 반론을 하실까요. 노동의 실천이라는 건 지식을 뒤흔드는 힘을 가진 모양입니다."...354p
아무리 마르크스주의에 대해서 공부하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구니오의 형이 죽기 전까지는 그 이론에 대한 실제가 어떤 것인지 그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애초에 그는 왜 형을 따라 육체 노동을 하게 된 것일까. 멀끔한 도쿄생인 구니오는 과외만 해도 막노동의 몇 배나 되는 돈을 벌 수 있었음에도 형의 길을 택했다. 그리고 그는 점점 그 계급 밑에서 사회의 부조리함과 불공평함을 깨달아가는 것이다. 모든 것을 뒤엎지는 못하겠지만 조금의 타격을 줄 수 있겠지... 라는 것이 그의 도전이었다.
"도쿄만 부와 번영을 도차지하다니, 결단코 용서할 수 없는 일이에요. 누군가 나서서 그걸 저지해야 합니다. 내게 혁명을 일으킬 힘은 없지만, 그래도 타격을 주는 것쯤은 할 수 있어요. 올림픽 개최를 구실로 도쿄는 점점 더 특권을 독차지하려 하고 있어요. "...404p
"올림픽을 인질로 몸값을 두둑이 받아낼 거예요."...414p
이제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에서 웃음을 찾을 수는 없을까. 내게는 이 부분이 여전히 아쉬운 점인데 이 작가에게 기대하는 것이 유쾌, 통쾌, 상큼이었기 때문이다. 이제 반 왔다. <<올림픽의 몸값>> 2편에서는 그 통쾌하고 상큼한 결말을 볼 수 있을런지... 구니오는 자신의 계획을 어떻게 성공시키고, 경찰은 그를 어떻게 막을 것인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