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한지> 가제본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삼한지 세트 - 전10권
김정산 지음 / 서돌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진정되지 않는 이 가슴을 어찌할까. 처음 <<삼한지>>를 손에 들었을 때만 해도 삼국의 700년이 넘는 이야기 모두가 아님을 조금 아쉬워했으나 마지막권을 손에서 내려놓은 지금은 격변의 중심지였던 100년 이야기의 감동에 가슴이 떨리고 소름이 돋는다. "역사소설"이지만 허구보다는 진실에 가깝고 따라서 소설임에도 역사서보다 더욱 신뢰가 감을 <<삼한지>>를 읽으며 느낄 수 있다. 

<<삼한지>>는 삼한 즉 고구려, 백제, 신라가 각각의 나라 정세를 안정시키고 세력을 확장해 나아가며 서로 대립하고 부딪히다가 신라가 당과 연합하여 삼국을 통일하고, 다시 당을 우리 국토에서 몰아내기까지의, 약 100년 간의 역사를 담고 있다. 이렇게 두 줄에 이야기를 축소시키면 우리가 그 옛날 교과서에서 배웠던 것과 그리 다르지 않고 그다지 감흥을 느끼지 못하지만, 그 내면을 바라보면 <<삼한지>>에는 무궁무진한 이야기가(계략과 계책이, 병법이 있고 감동과 눈물이, 웃음이...그리고 무엇보다 영웅이...) 들어있다. 

도대체 내가 알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아주 오래전 배웠던 단편적인 지식들과 TV에서 지나가듯이 보던 정보들, 그리고 드라마를 통해 그것이 진실이라고 믿어왔던 많은 것들은... 때로는 진실일 수도 있으나 그보다는 거짓이 많았고 그렇기에 <<삼한지>>를 읽는내내 내가 겪은 충격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역사란... 이미 지나온 과거이기 때문에 우리가 직접 돌아가 그곳에서 살아보지 않는한은, 세세한 이야기는 어느정도 허구가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에 더욱 고증과 철저한 연구가 뒷받침되어 재구성해야 하지 않을까. 좋은 역사 소설은 최대한 역사에 가깝게 재구성하여 그저 역사라면 고개를 흔드는 사람들조차 즐겁고 재미있게 역사를 바로 알 수 있게 하는 것이 아닐까. 역사 드라마로 본 것이 진실이라고 믿어버리는 청소년들이나 나와 같은 사람들을 위해서도 말이다. <<삼한지>>는 작가의 철저한 고증과 자료를 통해 최대한 역사에 가깝게 재구성한 것이 돋보인다. 그래서 믿게 된다. 역사서의 여러 이론들 중 어느 하나에 치중되지 않으려 노력한 의도와 흔적이 엿보이니 더욱 그렇다. 

작가는 <<삼한지>>를 통해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일까. 사실 한 권 한 권을 읽을 때에는 삼국의 형세라든가 전쟁의 병법, 책략 등이 거듭되어 조금 지루해지는 것도 사실이지만 작가가 그 하나하나의 전쟁이나 책략 등을 독자에게 알려주고 싶었던 것은 아닐 것이다. 물론 우리의 역사를 바로 아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지만 그보다는 100년의 길지 않은 세월동안 위로는 임금으로부터 아래에는 백성에 이르기까지 한마음 한뜻으로 행한 나라는 흥했고, 자신만의 입신양명과 눈앞의 물질에 눈이 멀어 일을 그르친(전쟁에서 패하고, 나라를 잃기까지 한)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인생을 배울 수 있다.

<<삼한지>>는 영웅들의 이야기이다. 우리가 익히 아는 을지문덕, 김유신 뿐만이 아닌, 잘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영웅들이 있다. 이들이 영웅이 되는 이유는 자신들의 입신양명만을 바라지 않고 자신들의 나라만을 바라보고 오로지 나라만을 위해 "행동"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의 힘이 모이고 모여서 삼한일족을 이루는 그 단계는 감동이 아닐 수 없다. 

<<삼한지>>에는 간혹 전율이 이는 장면들이 있다. 유신이 백석을 따라 백제로 가려다 돌아온 장면이나, 단귀유의 죽음과 용춘이 비형과 마주치는 장면 등은.... 삼국의 큰 역사 틀 속에서 아주 작지만 이 긴 글을 계속해서 읽어나갈 힘을 주는 장면들이다. 백제 장왕이 신라에 전쟁을 낼 때마다 간계(병법으로 부를 수도 있겠지만...)를 부려 눈쌀이 찌푸려져도, 한낱 종으로서 나라를 구한 벌구의 이야기에는 감동하지 않을 수 없다.

그저 역사의 한 줄과 한 줄의 사이, 궁금하면서도 굳이 의문을 가져볼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들이 <<삼한지>>를 읽으며 해소된다. 어째서 신라는 당과 손을 잡을 수밖에 없었는지, 그렇게 부강하고 강했던 백제가 어째서 의자왕의 세대에 와서 무너질 수밖에 없었는지.. 마지막 10권에서 더욱 감동을 받는 이유는, 이 긴 장편을 내가 끝까지 읽어냈다는 성취감과 그토록 다사다난했던 세월을 넘어 삼국을 아우르며 모든 백성을 끌어안은 통일신라의 결말을 보았음이다. 

한 번 읽고 내려놓을 책이 절대 아니다! 또한 페이지를 휙휙 넘겨 읽을 책도 아니다. 생각 날 때마다 꺼내 며칠을 되새기고 음미하며 읽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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