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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 마련의 여왕
김윤영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나는 참 운이 좋았다. 사회 생활 시작하자마자 얼마 되지도 않는 월급을 조금 떼어 부었던 청약 통장이 1순위가 되었고... 그저 부모님이 시키는대로 넣었던 것이 4번째만에 덜컥! 하고 당첨!!! 그 행운이 어딘가로 날아가버릴까 서둘러 결혼을 강행했다. 하지만 이제 막 결혼했고 결혼하자마자 아이가 생겨 직장을 그만둘 수 없었던 우리 부부는... 중도금 이자 내기도 점점 벅찼다. 그래도 마지막까지 버텼던 이유는... 남들 다 하듯이 "내 집을 마련하겠다!"는 의지와 30대 초반에 기반 없이 시작한 결혼 생활이지만 우리 힘으로 이루어냈다!라는 무언가를 보여주고 싶었던 듯하다. 하지만 그때부터 지금까지... "집"은 우리의 재산이 아닌, "짐"이 되어버렸다. 

왜 나의 집 이야기를 하는가!  <<내 집 마련의 여왕>>을 읽으며 느끼는 바가 많았기 때문이다. 난, 무언가를 얻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정보를 캐고 부리나케 돌아다니며 내 몸으로 체험하는 지식을 얻는 대신, 집 안에 앉아 조용히 외로움을 즐기는 쪽이다. 그러니까... 벌은 돈으로 재테크를 하여 재산을 불리는 사람쪽이 아닌, 그저 매달 들어오는 돈이나 차곡차곡 모아 "티끌이 태산이 되겠거니.."하는 타입이라는 것이다. 그러한 내가, 남들 다 한다는 부동산에 어줍짢게 관심을 기울이고 남들 다 ~ 이득 보고나서 뒤늦게 '나도 해볼까?' 해 봤자... 집이 짐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이 소설, 무척이나 매력적이다. 한국의 부동산 시장과 경제를 한눈에 꿰뚫고 있으면서 그 안에서 유토피아를 꿈꾼다. 너도 그랬냐고, 잘 알지도 못하면서 왜 그랬냐고 꾸짖는 것과 동시에, 그래도 희망은 있으니 열심히 살으라고 격려해준다. 그래서 눈물이 나고, 눈꼬리가 쳐지도록 미소가 지어지면서도 알려주는 지식들을 이해하려고 열심히 머리도 굴려본다. 

처음, <다소 긴 작가의 말>을 한참이나 읽다가... '아... 이 부분도 소설의 일부였구나!'하고 사뭇 당황했다. 수빈이라는 인물은 도대체가 어째 그러고 살까..싶게 그 삶이 비련한 여인의 삶이지만 그 인물 자체는 강단 있고, 정에 약하며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부지런하고 열정이 가득하다. 그래서 그녀의 운명이 더욱 기구하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녀의 인생은 정사장이라는 사람을 만나며 조금씩 바뀌어나간다.

"내 말을 아직도 못 알아듣는군 작가 선생. 나는 사람들과 이 세상에 대한 아주 세심한 눈썰미가 있는 사람을 원하는 거요. 거기다 약간의 경제감각과 집에 대한 보통 이상의 조예도 갖췄으면서 실용감각까지 갖춘 사람."...35p 

이 설명이 바로 그녀다. 그녀에게 주어진 임무는 정사장이 지명하는 사람들의 "내 집"을 마련해 주는 것. 그렇게 그녀의 집 구해주기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부동산 이야기인가... 싶던 소설은 어느새 감동과 사연을 담고 희망을 이야기한다. 

"공동선에 대한 의지가 진심을 전하는 시대는 가버렸다는 걸 모르는 게 아니다. 하지만 그래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뭔가가 아직은 남아 있다고 믿는다."...332p

'수빈'이 남의 집을 구해주면서 자신의 집에 대한 집착을 버렸듯이 나 또한 어느새 집에 대한 집착이 사라져버렸다. 수빈과 그렉이 말하는 '소울하우스'란 어떤 집일까. 우리는 어떤 집을 갖고 싶은 걸까. 그저 내 재산을 불리기 위한 집이 필요한 것인지, 가족과 함께 추억을 쌓아갈 장소가 필요한 것인지... 나에겐 이제 '짐'이 아닌 행복이 가득한 '집'이 필요하다. 그리고 나는 그 집에서 추억을 만들어가고 있음에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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