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 엄마>를 리뷰해주세요.
고마워, 엄마! 마음이 자라는 나무 21
유모토 카즈미 지음, 양억관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유모토 가즈미의 소설 몇 편을 통해, 이제는 완전히 신뢰하게 되었다. 작가가 그녀라면.... 무조건 재미있고, 감동적일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또한 매 편마다 비슷한 듯, 조금 다른 듯... 책을 읽으며 내 어린시절을 추억하고 돌아보게 되는 경험은 매우 특별하다. 그렇기에 그녀의 작품은 읽을 때마다 큰 감동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어느 날, 갑작스레 아빠가 세상을 떠나고 며칠 후 엄마는 잠이 들었다. 나, 치아키는 여섯 살. 엄마가 깨어날 때까지 부엌 선반에 있던 연어 통조림으로 끼니를 떼울 수밖에 없었다. 사나흘인지, 일주일인지 알 수 없는 시간이 흐른 후에야 엄마는 잠에서 깨어났다. 그리고 그 이후 치아키와 엄마는 아무 말도 없이 전철을 타고 이곳에서 저곳으로, 저곳에서 이곳으로 떠돌아 다닌다. 

"아빠에 대해서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다는 엄마의 마음이 그대로 내게로 전해져 왔다. ...(중략) ... 그러나 그때쯤에 이르러서는, 마음속에 보이지 않는 장막이라도 쳐진 듯 아빠의 모습이 떠오르지 않았다. 주위 세계에 대한 엄마의 분노와 거부가 나에게 전염되었던 것이다."...12p

아이도 생각이 있고, 나름대로의 계획과 세계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어떤 큰 사건이 있어났을 때에는 아이에게 그 일에 대해 사실대로 말하고 스스로 이겨낼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이다. 하지만, "엄마"라는 존재도 때론 흔들리고, 중심을 잡을 수 없을 수도 있다는 사실 또한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치아키와 치아키 엄마 사이에 흐르는 이 미묘한 감정이 너무나 잘, 이해할 수 있다. 

그렇게 전철 여행 중에 마주친 코코 포플러.. 포플러장. 이 연립주택으로 세들어 온 치아키와 엄마는 조금씩 예전의 생활로 돌아오는 듯 했다. 하지만 아이에겐 이미 너무나 큰 짐이 지워져 있다. 엄마에게 방해가 되지 않는 아이여야 한다는 생각과 어디서나 반듯하고 스스로도 잘 해내는 아이가 되어야 한다는 이 짐은 여섯 살 아이에겐 너무나 큰 스트레스였다. 또 있다. 아빠처럼 엄마 또한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강박증이 생긴 것이다. 이러한 여러 스트레스들은 결국 밖으로 표출되어 치아키는 열이 오르내리는 나날이 계속된다.

학교에 가지 않고 이부자리에 누워 생활하는 날이 계속되면서 치아키는 점점 연립주택 사람들과 소통하게 된다. 엄마 대신 자신을 돌봐주는 주인집 할머니와 이층에 세들어사는 사사키씨나 니시오카씨와도. 

"그렇게 외부 세계를 향해 말을 하기 시작하자, 바깥에서도 나를 향해 여러 가지가 흘러 들어오기 시작했다. "...42p

<<고마워, 엄마>>는 갑자기 아빠를 잃은 슬픔을 이겨내고 엄마와 이웃집 사람들과의 소통을 통해 세상으로 조금씩 나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아빠에게 보내는 편지를 쓰며 그 어디에도 쏟아놓지 못했던 것들을 담아 조금씩 감정을 토로하고 이 치아키의 행동은 엄마에게도 전해져 함께 슬픔을 극복하게 되는 것이다. 

포플러장에서 보낸 시간은 비록 3년뿐이지만 그 3년동안의 기억이 치아키의 밑거름이 되었음이 틀림없다. 포플러장을 나온 이후 엄마와의 관계가 애증의 관계가 되었지만 결국 후에 다시 포플러장을 방문하면서 치아키는 엄마를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어린 딸을 너무나 큰 슬픔으로부터 지켜내려 했던 엄마의 진심을 알게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치아키는 말한다. "고마워, 엄마!"

엄마를 전혀 이해할 수 없을 때가 많았다. 그건 지금도 계속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내가 아이를 낳고 키우다보니 엄마라는 존재가 완벽할 수는 없다는 것을, 그래도 아이에게 최선의 결과가 나오도록 얼마나 힘쓰는 존재인지를 직접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이제는 엄마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더 많이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하려 한다. "엄마"라는 이름을 부르기만 해도 눈물이 나는 이유는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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