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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어디 가?
장 루이 푸르니에 지음, 강미란 옮김 / 열림원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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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렸을 때 친했던 한 친구의 동생은... "지적장애아"였다. 친구와 친구의 엄마가 우리집에 자주 놀러왔기 때문에, 나도 그 아이와 자주 대면할 수 있었다. 그런 아이가 있는 가정인데도 친구도... 친구의 엄마도... 어찌나 밝고 명랑한지, 그 아이를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는 두 사람이 어린 내 눈에도 무척이나 존경스럽게 보였다. 하지만 후에(20년이 흘러 나도 아이의 엄마가 된 후)... 엄마에게 들은 얘기는 조금 달랐다. 나와 친구가 없을 때 놀러오실 때면, 동생을 차에 두고 오셔서 1 ~ 2시간 계시다가 가시곤 했다는 것이다. 존경해 마지 않던 분의 그런 비리..비슷한 이야기를 들으니, 배신감이 느껴지기도 했지만...한편으론 이해가 전혀 가지 않았던 것도 아니다. (아마도 내가 부모가 되고나서 들었기 때문일 거다.)

임신한 엄마들은 모두... 하나같이 하는 걱정...혹은 바램이 있다. 혹시나 아이가 잘못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과... 그 무엇보다 건강하게 태어나주길 바라는 마음! 나 또한 아이를 낳고 남편에게 한 첫마디가 "괜찮아? 멀쩡해?" 였으니 말이다. 아마도...건강하지 못한 아이를 낳았을 경우 앞으로 어떻게 키워야할지 몰라 당황하게 될 우려와 걱정이 깔려있었을 것이다. 그렇다. 나라면... 정말 자신이 없다. 멀쩡한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도 인내심을 잃어 하루에 몇 번씩 소리를 지르기 일쑤인데, 소리 질러봤자 아무것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아이들을 어떻게 상대해야 한단 말인가.

<<아빠 어디 가?>>는 장 루이 푸르니에의 두 아들 마튜와 토마에 대한 책이다. 첫아들 마튜가 장애를 갖고 태어났고, 둘째 토마도 형과 같은 질병을 가지고 태어났다. 얼마나 기가 막힌 일일지... 나로선 상상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책 속에 '눈물'은 없다. 대신 장 루이 푸르니에식 블랙 유머가 자리잡고 있을 뿐이다. 읽는 이들을 불편하게 할지도 모를 이 블랙 유머는 현실처럼 느껴지지 않는 이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그만의 탈출구가 아니었을까..싶다. 내 친구 어머니가 조금이라도 아이를 잊고 싶은 마음에 우리집을 방문하셨듯이 말이다. 

이 책은 놀랍도록 솔직하다. 부모로서 해서는 안될 생각을 가끔 할 때가 있다. 아이를 키우다보면 너무 힘들어서, 귀찮아져서, 화가 나서... 이성과 이론적으로는 알고 있지만 나도모르게 내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드는 생각들. 물론 이런 생각들은 잠깐 상상의 나래를 펴곤 고이 접어 넣어둔다. 그런 부끄러운 생각들을 장 루이 푸르니에는 거침없이 쏟아놓고 있다. 그만의 문체로... 그 밑바닥의 진심이 보이기 때문에 더욱 애절하고 감동적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미안하다, 마튜야. 하지만 이런 꼬인 생각을 하는 것이 꼭 아빠 탓만은 아니란다. 너를 놀리고 싶었던 것이 아니야. 아마 나 자신을 놀리려는 것이었겠지. 내가 처한 고통에 내가 웃는 걸 봐라,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니......."...110p

내 아이인데, 아이가 정상이 아니라고해서 사랑스럽지 않을리가 없다. 그렇게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남들처럼 할 수 있었던 일상적인 일들을 함께 할 수 없다는 사실이 그를 슬프게 한다. 두 아이 모두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사실이 자기 탓이 아니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 느껴진다. 남들과 다르게 살기를 꿈꾸던 그도 자신의 아이들만큼은 남들처럼 살 수 있기를 바란다. 남들의 시선이, 관심이 싫은데도 그만의 유머로 받아들인다. 그런 그가...정말 위대하게 느껴진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 장애아를 둔 아빠의 마음을 매우 솔직하게... 담아내고 있다.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 아이를 둔 부모들... 내 아이에게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새삼스레 느끼게 될 것이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정상적이라는 것이 무슨 뜻인가? 당연히 그래야 하는 상황에 있다는 뜻, 꼭 그래야 하는 상황에 있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평균 안에 들어야 한다는 말이다."...136p 

...하지만, 평균 안에 들지 않아도 가치 있는 것들이... 우리 주위엔 굉장히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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