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요리책>을 리뷰해주세요.
비밀의 요리책
엘르 뉴마크 지음, 홍현숙 옮김 / 레드박스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고대로부터 인간은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들을 후세에 남기기를 원했다. 말에서 말로 전해지는 것보다 더욱 확실한 방법이 필요했고, 그렇게 글자가 만들어졌으며 벽에 새겨진 그림 벽화가 발견되는 것은 아닌지.... 그들이 남긴 지식은 후세의 우리들이 다시 그들의 생활을 유추하는 방법으로 사용되곤 한다. 

여기 책 한 권이 있다. 아니, 사실은 한 권만은 아니다. 어쨌든 이 한 권의 책에는 아주 오래전부터의 지식이 쌓이고 덧붙여져 있다. 다만... 그 지식을 공유할만한 시대가 아니기에 이 지식들은 요리 레시피의 탈을 쓰고 있을 뿐이다. 그렇게 요리사에서 요리사에게로 전해지는 <비밀의 요리책>. 

사실 이 책에서는  <비밀의 요리책> 속의 지식이 어떤 것들인지 확실하게 밝혀주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페레로 주방장이 루치아노에게 해주었던 가르침으로 유추해볼 때, 이 요리 비법 안에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지켜야만하는 지혜와 철학적인 삶의 태도...등이 숨겨져있지 않을까 생각해볼 뿐이다. 

단백질에 열이 가해지면 굳는다는 사실이 마치 마술이나 마법처럼 보여지듯이 "기술"과 연금술과 같은 "마법"에 차이가 없다고 생각되어지던 16세기 유럽이다. 르네상스가 시작되어 수많은 문화가 만들어졌지만, 그만큼 종교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암흑의 길을 걷던 시기가 이 책의 배경이다. 

눈 앞에 보이는 사건이 진실인지 아닌지를 분간하기 어렵고, 통치자들은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쯤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던 때이니 인간답게 살기 위한 책 같은 것들은 가치가 없다. 하지만 "수호자"들은 이 책들을 지키기 위해 은밀하게 전통으로 이어져 내려오고, 이 비밀스러운 책은 그렇게 소문이 부풀어 금을 만들어내는 비법이 있다거나, 영원한 생명을 위한 방법 등이 적혀져 있다고 알려진다. 

"사람들은 자기가 믿고 싶은 걸 믿지. 믿음이 사실보다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단다."...451p

진실이 무엇이건 자신이 원하는대로 믿고싶어 하는 것. 그렇게 "그 책"은 권력자들에게 자신만을 위한 책이 될 수밖에 없다.

어찌보면 이 책은 루치아노의 성장소설로도 볼 수 있겠다. 부모에게 버림받고 얼굴에 있는 모반때문에 모든 이들로부터 꺼려지는 루치아노가 주방자아에게 발탁된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끝도 없는 나락만이 자신의 길일 것처럼 생각하던 루치아노에게 페레로 주방장은 빛이고, 희망이었다. 잠자리와 먹을 것을 주었을 뿐 아니라, 직업도 주었다. 그뿐인가. 끊임없이 루치아노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말해주지 않는가. 거리의 부랑아였던 루치아노가 결국 어엿한 주방장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정신적인 아버지이자 몸소 삶의 철학을 보여준 페레로 주방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루치아노가 페레로 주방장의 아들이 아니기 때문에, 그래서 더욱 감동적이다. 전통이 피로 연결된 가족에서 가족으로 이어진 것이 아닌, 정신적 스승에서 제자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들은 그 어떤 부자들보다 더 진한 정신적 결속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인류가 후세에게 남겨주려는 지식과 지혜들이 이들을 통해 다시 되살아난 듯하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 "비밀의 책" 한 권을 둘러싼 미스테리한 팩션과 한 소년의 운명에 빠져들 수 있다.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 요리와 팩션의 접목. 이 두가지 중 하나라도 좋아하시는 독자분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사람들은 자기가 믿고 싶은 걸 믿지. 믿음이 사실보다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단다."...45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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