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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모호함에 관하여 - 정답을 내리기 어려운 삶의 문제들을 대하는 심리학
네시베 카흐라만 지음, 배명자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26년 3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책을 증정 받아 직접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이 책은 표지에 “정답을 내리기 어려운 삶의 문제들을 대하는 심리학”이라는 부제가 적혀 있는 책입니다. 제목 역시 『인생의 모호함에 관하여』라고 되어 있어서, 처음부터 이 책이 다루고자 하는 핵심 주제가 무엇인지 비교적 분명하게 드러나 있다고 느꼈습니다. 독일어 제목은 Alles, was dazwischen liegt이며, 독일의 심리학자이자 심리치료사인 네시베 카흐라만이라는 중년의 여성 심리학자분께서 집필하신 책입니다. 저자는 어린 자녀를 키우고 있는 어머니이기도 하며, 다양한 내담자들을 만나 상담을 진행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을 구성하였습니다.
책의 내용은 저자가 실제로 만났던 내담자들과의 상담 사례를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상담 과정 속에서 드러나는 여러 에피소드들을 통해,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사건과 갈등, 그리고 인간관계의 문제들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는지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분쟁도 발생하고, 서로를 오해하기도 하며, 인식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갈등이 끊임없이 나타나게 되는데, 이 책은 바로 그런 인식의 문제, 즉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생각하고 해석하느냐에 따라 상황이 전혀 다르게 보일 수 있다는 점을 짚어주고 있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저자가 우리가 어떤 점에서 잘못 생각하고 있는지, 또 어떤 부분에서 지나치게 편향되어 사고하고 있는지를 조목조목 지적해 준다는 점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 역시 제 생각의 틀이 얼마나 제한적이었는지를 돌아보게 되었고, 기존에 당연하게 여겼던 판단 기준들이 흔들리는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단순히 심리 상담 사례를 나열하는 책이 아니라, 인지적인 측면에서 사고의 틀을 깨고 기존의 프레임을 무너뜨리도록 돕는 책이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좁은 우물 안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개구리와 같은 인식에서 벗어나, 더 넓은 시야로 세상을 관망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역할을 한다고 느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는 제가 이전에 가지고 있었던 편향적인 생각이나 일방적인 판단들이 상당 부분 변화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기보다는, 적어도 조금 더 유연하게 사고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습니다. 또한 책 속에는 여러 내담자들과의 상담 내용이 구체적인 에피소드 형식으로 담겨 있어서, 각 사례를 따라가며 읽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각각의 에피소드는 흥미롭기도 하고, 때로는 깊이 공감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단순한 이론서라기보다는, 이야기를 따라가며 자연스럽게 심리학적 통찰을 얻을 수 있는 책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각 내담자들의 고민은 인생에서 누구나 한 번쯤 마주할 법한 문제들입니다. 인간관계에서의 갈등, 가족과의 상처, 자기 자신에 대한 의심, 사회적 낙인에 대한 두려움 등 다양한 주제가 등장합니다. 저자는 이러한 고민들을 단순히 위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심리학적 해석과 더불어 철학적인 논증까지 곁들여 설명합니다. 그 과정에서 내담자들이 처한 상황이 어떤 구조 속에서 이해될 수 있는지, 그리고 우리가 그러한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합니다.
물론 인생에서 발생하는 여러 철학적 물음들에 대해 완벽하게 명확한 정답을 제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책은 완전한 해답을 제시하기보다는,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생각을 이동시킬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합니다. 잘못된 이념이나 고정된 견해, 그리고 확증 편향에 사로잡힌 사람들의 완고한 사고를 서서히 녹여서, 보다 유연하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나아가도록 돕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챕터 중 하나는 “모든 소아성애자가 성폭행범일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부분이었습니다. 이 장에서는 자신의 소아성애적 성향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한 사람이 저자에게 상담을 의뢰하는 사례가 등장합니다. 저자는 이 문제를 매우 신중하고도 논리적으로 다루면서, 일반 대중이 가지고 있는 일괄적인 인식과 낙인에 대해 비판적으로 성찰합니다. 이 부분은 단순히 특정 집단을 옹호한다기보다는, 우리가 얼마나 쉽게 일반화의 오류에 빠지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읽혔고, 논리적으로도 충분히 타당한 측면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또한 “나의 불쌍한 폭군 아버지”라는 챕터에서는 어린 시절 정서적 학대를 경험한 인물의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이 에피소드는 가족이라는 가장 가까운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상처와 갈등을 다루고 있으며, 가해자와 피해자를 단순히 흑백으로 나누기 어려운 복잡한 감정 구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처럼 이 책은 인간관계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들을 입체적으로 조명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정치적 견해의 충돌, 극단주의 이념, 서로가 서로를 혐오하는 시대적 분위기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사고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나무만 바라보는 시각이 아니라 숲을 함께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 태도, 즉 개별 사건에 매몰되지 않고 더 큰 맥락을 읽어내는 능력을 기르도록 이끌어주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심리학적 측면과 철학적 측면을 동시에 참고할 수 있는 좋은 책이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삶의 모호함을 인정하면서도, 그 안에서 조금 더 나은 방향을 모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었으며, 사고의 경직성을 완화하고 시야를 확장시키는 데 의미 있는 역할을 해준 독서 경험이었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