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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호, 실패는 없다 - 미국 비밀경호국의 흥망성쇠
캐럴 리오닉 지음, 오상민 옮김 / 책과나무 / 2025년 8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책을 증정 받아 직접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이 책은 미국의 비밀 경호국(Secret Service)이 무엇을 보고, 무엇을 듣고, 또 누구를 경호하며 어떤 방식으로 움직이는지를 깊이 있게 다루고 있는 책이다. 하지만 단순히 특정 조직이 어떻게 움직이고 누구를 보호하는지에 관한 표면적인 이야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미국 대통령들과 그 주변을 둘러싼 수많은 역사적인 사건과 비화까지 폭넓게 담아내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다.
책에서는 여러 시대의 대통령들에 대한 경호 이야기뿐만 아니라, 그들을 위협했던 수많은 사건과 위기 상황을 상당히 자세히 다루고 있다. 대통령이 직접 악행을 저질렀다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나 그 주변 인물들을 해치거나 위협하기 위해 벌어졌던 각종 사건들이 구체적으로 소개되어 있다. 덕분에 독자는 단순한 경호의 기록이 아닌, 미국 현대사 속 위기와 경호의 이면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다.
이 책은 캐네디와 닉슨 시절부터 포드, 클린턴, 부시, 오바마, 그리고 2016년부터 2021년까지 이어지는 트럼프 정부에 이르기까지, 총 다섯 개의 큰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각 정부 시절의 사건과 경호 활동을 시기별로 따라가다 보면, 독자는 자신도 모르게 각 시대의 미국 사회와 정치의 흐름을 함께 이해하게 된다. 이러한 구성 덕분에 단순한 사건 나열이 아니라 미국 비밀 경호국의 역사와 진화, 그리고 그 안에서 벌어진 인간적인 이야기들까지 차근차근 따라가며 읽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부분은 미국 현대사에서 가장 절망적이고 충격적인 순간 중 하나인 9.11 테러에 관한 이야기다. 이 사건은 미국인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들에게도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 있는 비극적인 사건이다. 책에서는 부시 대통령 임기 중 벌어진 이 비극적인 테러 상황을 매우 생생하게 다룬다. 당시 부시 대통령이 한 초등학교를 방문했을 때, 한 보좌관이 대통령의 귓속말로 상황을 전했던 장면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지만, 책을 통해 그 당시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더 깊은 내막을 접할 수 있다는 점이 매우 흥미롭다.
나 역시 그 사건과 관련된 세부적인 뒷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는데, 이 책에서는 바로 그러한 궁금증을 충족시켜 줄 만큼 디테일한 정보와 현장감 있는 묘사가 가득 담겨 있었다. 단순히 언론에서 전했던 간단한 요약이나 표면적인 이야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깊고 촘촘한 내용 덕분에, 책을 읽는 내내 몰입감이 상당했다.
언론 보도에서는 대부분 사건의 핵심만 짧게 요약해서 전하기 때문에, 그 사건 안에서 인물들이 실제로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어떤 시간대에 어떤 결정이 내려졌는지, 수사와 조사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었는지는 쉽게 접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그 모든 과정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세세하게 복원하고 있어, 독자 입장에서 사건을 마치 현장에서 지켜보는 듯한 생생함을 느낄 수 있다. 심지어 사건 당시 비밀 경호국 간부들 사이에서 오갔던 무전 내용까지 담겨 있어, 이 책의 깊이와 철저함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 책의 저자는 캐럴 리오닉(Carol Leonnig)이라는, 2000년부터 워싱턴 포스트에서 탐사 보도 기자로 활동 중인 베테랑 기자다. 그녀는 NBC 뉴스와 MSNBC에도 자주 출연하는 언론인이며, 현재 남편과 두 자녀와 함께 워싱턴에 거주하고 있다. 오랜 기간 기자로서의 취재와 탐사 보도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을 집필했기 때문에, 내용의 정확성과 신뢰도가 매우 높다.
책은 단순히 미국 비밀 경호국의 역할과 내부 이야기를 다루는 것을 넘어, 미국의 현대사와 정치사에 대한 방대한 기록이기도 하다. 오래전 대통령들부터 최근의 사건들까지 아우르는 이야기 속에서, 독자는 경호국이라는 조직이 단순한 ‘경호팀’이 아닌, 미국이라는 나라의 심장부와 가장 가까운 위치에서 역사를 지켜보고 기록하는 존재임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이 책을 읽으며 미국이라는 나라의 무게감과 세계 최강국으로서의 복잡한 역사와 현실을 조금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평소에 나 또한 미국과 영국이라는 나라에 호의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 미국이라는 나라의 이면을 더 자세히 알게 된 경험은 값졌다. 미국을 조금 더 제대로 알고 싶거나, 현대사의 중요한 순간들을 깊이 들여다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이 훌륭한 참고서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책의 분량은 600페이지에 육박한다. 덕분에 방대한 사건들을 단순히 스쳐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각 사건의 흐름과 맥락, 그리고 그 속에 있는 인간적인 이야기들까지 충분히 담아내고 있다. 특히 언론에서 비교적 다루지 않았던 세세한 이야기들과 디테일 덕분에, 이 책을 선택한 것이 탁월한 결정이었다는 확신이 들었다. 지금껏 읽어본 어떤 관련 서적보다도 가장 깊이 있고 디테일한 기록이라는 점에서, 이 책은 단연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결국 이 책은 단순히 미국의 비밀 경호국을 소개하는 것을 넘어, 미국이라는 나라의 역사와 현실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라고 할 수 있다. 대통령 경호와 관련된 흥미로운 사건, 위기 상황 속의 긴박한 이야기, 그리고 그 속에 살아 숨 쉬는 인간들의 감정까지 생생히 담고 있는 이 책은, 미국과 현대사, 그리고 비밀 경호국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가치가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