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왜 국가를 위해 죽어야 하나 - 전쟁 없는 세상을 위해 어떻게 저항할 것인가
강희원 지음 / 경희대학교출판문화원(경희대학교출판부) / 2025년 10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책을 증정 받아 직접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제목부터 강렬한 인상을 주는 책이다. 요즘은 수많은 저명한 저자들이 쓴 책들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이 책은 단순히 법학 서적을 넘어 인간과 국가, 그리고 생명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는 철학적 저서로서의 깊이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경희대학교 출판문화원에서 출간된 이 책은 경희대학교 법대를 졸업하고, 경희대 대학원을 거쳐 제24회 사법시험을 통과한 후, 독일 프라이부르크 대학교에서 법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경희대 로스쿨 교수, 그리고 현재는 경희대학교 명예교수로 계신 강희원 명예교수님이 저술한 작품이다. 오랜 시간 법학자로서, 또 학자로서 삶을 살아온 저자가 쓴 책인 만큼 그 내용은 단순한 법학의 범주를 넘어, 법과 철학, 국가와 인간, 그리고 생명에 대한 총체적 사유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책의 제목이자 주제인 ‘왜 국가를 위해 죽어야 하는가’라는 물음은 매우 도발적이면서도 근본적인 철학적 질문이다. 저자는 이 질문을 단순한 도덕적 고민이 아니라, 국가의 존재 이유와 인간의 생명 가치에 대한 본질적 탐구로 확장시킨다. 예를 들어, 전쟁이 발발했을 때 젊은이들이 강제로 동원되어 전장에 나가야 하는 상황을 상상하게 만든다. 실제로 현재의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볼 수 있듯이, 수많은 사람들이 원치 않는 전쟁터로 끌려가 목숨을 잃고 있다. 저자는 그런 현실을 두고, 과연 ‘국가를 위해 죽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 희생이 정당화될 수 있는지, 그리고 국가라는 이름 아래 인간의 생명이 얼마나 가볍게 다뤄지고 있는지를 통렬히 묻는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단순히 전쟁 반대를 주장하는 감정적인 글은 아니다. 오히려 저자는 법학적, 역사적, 철학적 접근을 통해 ‘전쟁’이라는 현상을 다각도로 해석한다.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의 순국 개념, 중세 유럽의 종교전쟁, 그리고 근대 이후 체제 속에서의 전쟁 명분까지, 인간이 국가라는 개념을 만들고 그것을 위해 싸워온 역사를 폭넓게 탐구한다. 또한 각 시대마다 ‘죽음의 의미’가 어떻게 정의되었는지를 어원적·철학적으로 분석하면서, 독자로 하여금 ‘국가를 위해 죽는다는 것’이 과연 인간으로서 옳은 선택인가를 스스로 성찰하게 만든다.


저자가 강조하는 핵심은 명확하다. 전쟁은 언제나 인간의 생명을 파괴하고, 인간성을 잃게 만드는 가장 비극적인 사건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반복적으로 전쟁을 일으키며, 그 안에서 젊은이들이 이유도 모른 채 목숨을 잃어간다. 저자는 바로 그 모순된 구조 속에서 “국가란 무엇인가?”, “누가 국가를 정의하며, 그 국가를 위해 누가 희생되어야 하는가?”라는 철학적 물음을 던진다. 이 질문들은 단순히 전쟁에 대한 비판을 넘어, 인간 존재의 존엄성과 생명의 본질을 되묻는 근원적인 사유로 이어진다.
이 책은 역사학, 철학, 언어학이 서로 얽히며 전쟁의 개념을 조명한다. 단순히 ‘전쟁은 나쁘다’라는 감정적인 결론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온 사회적 구조와 권력 시스템, 그리고 언어 속에 숨어 있는 폭력성까지 들여다보게 만든다. 그리고 그 속에 담긴 국가와 개인의 관계를 냉철하게 분석한다.
저자는 법학자답게 논리적이고 명확한 문체로 사유를 전개하면서도, 그 속에는 인간의 생명에 대한 깊은 연민이 깃들어 있다. 책을 읽는 내내 저자가 던지는 수많은 질문들이 머릿속을 맴돈다. 국가란 무엇인가, 전쟁은 왜 일어나는가, 인간의 생명은 누구의 소유인가, 그리고 우리는 왜 여전히 죽음을 명령받는가?
이 책은 단순한 법학서나 철학서가 아니라, 전쟁과 인간의 본질을 꿰뚫는 책이다. 강희원 명예교수님의 오랜 학문적 경험과 성찰이 녹아 있으며, 그의 문장의 깊이가 대단하다. 전쟁이라는 재앙이 어떻게 개인의 삶을 파괴하고, 한 국가의 윤리적 근간을 흔드는지에 대한 탐구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따라서 이 책은 전쟁의 공포와 국가의 폭력성, 그리고 인간 생명의 존엄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고 싶은 이들에게 반드시 권하고 싶은 작품이다. 단 한 장 한 장을 읽을 때마다, 진짜 전문가가 전해주는 학문의 무게와 철학의 깊이를 느낄 수 있는 귀중한 경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