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즈음에 생각해야 할 모든 것 - 인생 여행에서 나를 뒤돌아 보다
김정희 지음 / 북씽크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마흔이라는 숫자를 떠올릴 때마다 내게는 소설가 박완서 님이 우선적으로 떠오른다.

마흔이라는 다소 늦은 나이에 등단해 이후 왕성한 작품 활동으로 생의 마지막 지점에서도 책 한 권을 남긴 채 작가로서의 테이프를 끊었던 이 시대의 문학인.

마흔이 저만큼 앞에 있던 이십대에도 꿈이 있는 도전으로 멋진 용기를 보여준 박완서 님 덕분인지 내게는 마흔이 추레하거나 쪼글거리게 느껴지지 않았다.

정작 박완서 님은 도전의식이 아닌 간절한 꿈틀거림에서 비롯된 글쓰기일 뿐이었노라, 하실지라도 마흔을 앞둔 누군가에게는 박완서 님의 사례가 마흔이라는 사회적 통념이 주는 중년의 무거움을 한층 가볍게 만들어준 자극이 됐음에는 충분했으니까.

 

 

 

무언가를 시작하기에는 늦었다는 느낌이 들고, 익숙한 것을 유지하기에는 뭔가 아쉬움이 남는 나이, 마흔.

평균적 생애 주기로 보자면 자기자신보다는 자녀와 부모의 틈바구니 속에서 의무와 도리를 다하느라 맘 편히 쉴 쉬도, 맘 놓고 울 수도 없는 애매한 시기이지만, 거창하지 않더라도 소박하게 이뤄놓은 것들이 있어 서글프지만은 않다.

다만 평균 수명이 길어지고 사회가 빠르게 변화하는 오늘날의 관점에서 '마흔'은 인생의 딱 절반에 해당하는 시기로 생애주기가 앞당겨진 만큼 남은 날들에 대한 보다 계획적이고 합리적인 중간점검은 꼭 필요하리라 본다.

단순히 마흔이라는 지점에서 편안한 노후 준비 여부를 점검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 성찰의 시간을 통해 가족과 일, 건강과 휴식, 관계와 소통, 자아성취와 미래 계획 등을 살펴보라는 말이다.

 

 

 

그런 면에서 <마흔 즈음에 생각해야 할 모든 것>은 힘차게 달려온 인생 여정에서 잠시 쉬며, 앞으로의 남은 여정을 위한 에너지 충전법을 도와주는 여행 안내문 같은 책이다.

즐거운 여행은 여행지 자체의 아름다움보다 동행자가 누구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말이 있다.

인생이라는 긴 여행에서는 가족과 친구로 형성된 관계적 동행 이외에도 각자의 취미, 일, 건강, 사회 활동 등 더불어 함께 동행하는 것들이 무수히 많다.

이 책은 말하자면 그런 동행자들을 꼼꼼히 챙겨가며 행복한 동행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알찬 정보를 다양하게 제공하는 안내서이다.

생애전환기 건강검진의 중요성과 40대라면 누구나가 꼭 알아둬야 할 5대 암에 대한 정보 및 금연의 필요성,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젊어지는 방법, 우울증 테스트 등 행복한 생활의 기본인 건강 유지에 대한 알찬 정보를 제공한다.

부모가 된 입장에서 내 부모를 돌아보며 생각하는 치사랑과 내리사랑의 감격, 부부농사 진단 및 부부 백년해로법, 갱년기증후군 자가 진단 등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며 소중한 가족을 지키기 위해 각자의 위치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지에 대해 지혜로운 힌트를 준다.

이밖에도 부모님을 위한 상조가입시 유의사항과 노후준비를 위한 연금보험 가입 시 알아두면 유용한 사항, 실버보험 가입 시 유의사항 등 40대부터 슬슬 몰려오는 온갖 보험에 대한 압박감에 대해 실질적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꼼꼼하게 들려주고 있다.

소셜네크워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들려주는 SNS활용법이나 40대들만의 동호회 정보 또한 사회 속의 '나'를 발견하는 좋은 길잡이가 되어 준다.

 

 

 

이 책은 사실 그닥 새로울 것이 없는, 어디선가 들어보고 언제부터인지 막연하게나마 생각해왔던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어 뜻밖의 신선한 충격이나 비밀스런 정보를 제공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0대에 접어든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은 이유는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정보를 한 자리에 모아 통일성 있게 구성해놓은 편집력이다.

단순한 서술에 그치지 않고 체크리스트나 도표, 통계, 관련기사, 도움사이트 추천 등 활용도를 높인 점이 주목할 만하다.

 

 

 

모으기보다는 적절히 나눌 줄도 알아야 하는 시기, 마흔.

앞만 보고 달리기보다는 뒤도 돌아보고 옆도 살펴봐야 할 틈새 시기인 마흔.

부제인 '인생 여행에서 나를 뒤돌아보다'가 밝히듯이 열정과 도전으로 앞날을 준비하기보다 과거 시간을 성찰해보며 남은 인생을 소풍처럼 보내고 싶은 독자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막연하게 미래를 그려보며 오늘을 허술하게 보내기보다 꼼꼼한 중간 점검을 통해 벌어진 꿈의 틈새를 메우는 것이 진정 남은 날들을 행복하게 보낼 수 있는 지혜임에 틀림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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