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일탈로 연인을 잃고 상실감에 사로잡혀 있던 작가는 분류학자 데이비드 조던의 일대기에서 난관을 돌파할 동력의 실마리를 찾고자 노력한다. 데이비드 조던의 일대기를 조사하던 어느지점에서 그녀가 발견한 한 과학자의 이면에는 미국 과학계와 사회에 어린 어두운 그림자의 시초가 있음을 발견하고 경악하게 된다. 그럼에도 미국 과학계에서 여전히 그가 추앙 받는 모습을 보고 실망하게 되는데, 그 때 그녀의 정신적 승리를 도와 줄 한 과학자의 책을 만나게 된다. 흥미로움과 지루함 사이를 줄타기 한다. 들여다 보고 싶지 않은 일기장을 들여다 본 느낌도 있고, 저자의 정신승리를 과학적으로 잘 엮은 것 같은 느낌도 든다. 번역이 매끄럽지 않아 읽기 어렵다.
시간여행을 다룬 소재는 늘 매력적이다. 과거와 미래 그리고 현재의 인과관계가 뒤틀리는 과정도 흥미롭고 주인공이 겪는 문화적 사회적 차이에서 오는 에피소드도 매력적인 소재가 된다. 그 중에 백미는 과거의 사람과 사랑에 빠지는 스토리다. 이 책은 케네디의 암살을 막기 위해 과거로 뛰어든 사내의 이야기를 다루었지만, 실상은 과거의 여인과, 과거의 따뜻한 사회적 온기와 사랑에 빠져 상처를 치유받는 현재의 외로운 한 남성의 이야기이다. 특히, 과거의 인물들에게 도움을 주면서 스스로를 치유할 기회를 갖게되는 주인공의 인생에 공감하게 된다. 난, 주인공이 58년 데리에서 만난 불타오르는 듯 붉은 머리칼을 가진 소녀와 큰 안경을 쓰고 걸죽한 말투를 뽐내는 소년을 만나는 장면을 이 책의 가장 아름다운 장면 중 하나로 꼽았다. 역시 킹 답다.
20페이지 미만의 짧은 글속에서, 어느 때는 클라이맥스 한 가운데 들어와 얘기를 볼 때도 있고, 여느 때는 결론을 알고 이야기의 시작을 찾아가기도 하고, 또 어느 때는 논리적으로 이해하기 힘들고 친절한 배경 설명도 없는 이야기에 떨어뜨려져 불편함을 안고 시작할 때도 있었다. 그러나 어느 상황에 독자가 떨어뜨려 져도 한상 반복되는 것은, 페이지를 넘기면서 이야기의 결말이 궁금해져 결말 까지 몇 페이지가 남았는지 뒷장을 들쳐보게되고, 도대체 몇 남은 페이지에서 어떻게 결말을 내려고 이러는 건지 궁금한 마음이 글 읽는 속도를 재촉하게 한다는 점이다. 스티븐킹의 장편은 각 챕터의 결말까지 도달하는 과정이 너무 즐거워 결말의 시작점을 통과하는 문 앞에서 책을 덮으면 내일이 기대되는 즐거움이 있는 반면, 단편은 결말을 알지 못하고는 읽기를 멈추지 못하게 만드는 편집증 적인 자아를 발견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겨울, 특히 12월 부터 연말에 이르는 시기에 읽으면 크리스 악몽과 같은 연말 분위기를 한 껏 느낄 수 있는 어른들의 동화 같은 이야기. 스티븐 킹의 소설은 평상시 쉽게 지나쳐가는 의로운 가치들이 악과 대결할 때 가장 큰 힘이 된다는 가치를 매번 반복해서 강조하며 엔딩의 감동을 배가시키는데, 이 작품에도 어김없이 나타난다. 인간의 욕망이 갖는 본질 - 모든 불행의 근원이자 제정신을 잃게 만드는 허상-을 한 편의 잔혹한 소동으로 그려내는 글 솜씨가 일품이다. 제정신은 정작 나를 떠나갈 때는 알지 못하지만, 다시 찾아 왔을 때 비로소 존재를 깨우친다는 작 중 표현을 접했을 때 소름 돋았던 느낌을 지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