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재활용 버리는 날, 종이포장지에 담겨 단아한 자세로 처분을 기다리는 책들이 있어 그 중 관심이 가는 몇 권을 가져오는 일이 있었는데, 그 날 갖고 온 책 중에 유독 새책처럼 컨디션 좋았고, 아사다지로가 누군지 당연히 몰랐으나 동명의 영화의 원작처럼 보여 가져온 ‘철도원’. 주문해 놓은 책이 배송되기 전에 기다리는 지루함을 달래 볼 심산으로 방치해 두었던 책을 폈는데, 마음 따뜻해지는 8편의 이야기로 구성된 보물을 발견한 기분으로 마지막 장을 넘겼다. #철도원 #아사다지로 늦은 나이에 데뷔한 작가가 마흔 넘어 나오키 문학상을 받게해준 작품…
고전을 읽으면서 유사하게 느껴지는 것은 주인공이나 작자의 갈등과 그에 대한 서술이 아주 복잡하고 예민하다는 점이다. 고뇌와 감정의 동요가 크고 변화도 다양하여 현대인의 시각에서 볼 때는, 아니 좀 더 엄밀하게 말하면 동양문화에서 절제된 감정과 도리의 덕목에 알게모르게 노출된 환경에서 살아온 현대인의 시각에서 볼 때는 다소 과한 집착이나 과도한 해석, 자기 중심적 사고들이 많이 보인다.프랑켄슈타인의 동명의 주인공도 열광과 죄악의 상반된 감정에 시달리다 연민과 혐오의 감정을 자신의 창조물에게 번갈아 부여하며 끊임없이 갈등한다.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라는 것과 같은 비장한 독백도 이런 고전적 서사에서 생겨나는게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해봤다. 동시에 당시 시대적 편견에 맞서고자 하는 작가의 큰 메세지도 명확하게 잘 와닿는다. 이성적인 과학의 시대에 들어섰음을 자부하면서도,피조물의 추한 외모에 압도당하여 공포를 합리적 증오로 포장하고 외모 안에 숨쉬는 따뜻한 마음을 철저히 무시하는 모순. 어쩌면 그건 인간이라는 종족의 본능이고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기 힘든 부분일 뿐 근대화와 문명화로 치료될 수 있는 대상이 아닌 것도 같다. 다만 그 혐오의 대상이 매번 바뀔뿐. 길예르모델토로의 프랑켄슈타인 영화를 보고 궁금하여 찾아본 원작, 대중에게 던지고자 했던 작가의 메세지는 원작이 더욱 뚜렷하고 가슴에 남는 아름다운 이야기는 영화가 더욱 뚜렷하다.
편견에 맞서 담대해 지기 위해 필요한건 용기, 끈기, 참기, 기다리기, 다가가기… 이를 담담히 보여주는 주인공 스콧. 왜 스티븐킹은 주인공에게 작용하는 중력이라는 소재를 이야기와 이어갔을까? 나만의 해석을 하자면, 편견을 갖고 공격하는 사람이나 편견을 갖고 그들로 부터 방어하는 사람은 중력의 힘에 굴복하고 점차 땅바닥에 기어 다니는 한편, 사사로운 감정은 아무것도 날 묶어둘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마침내 편견에서 자유로워지면 더 높은 곳에서 더 큰 세상을 만나게 된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어울리는 스티븐킹 작품??!
홀리! 홀리! 홀리! 그리고 마음속의 궁금함을 깔끔하게 씻겨줬던 엔딩. 그건소설이 장치한 퍼즐도 아니고 주인공 랠프의 홀리에 다한 마음의 모습이었다. 세상 가장 불안하고 나약해 보이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성자의 위력을 보이는 홀리는 스티븐킹이 그려낸 수많은 히어로/히로인 중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