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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늦은 시간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7월
평점 :
역시 여러번 읽고 싶게 만드는 클레어키건. 내용이 너무 재미있어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물음표를 가지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읽으면, 느낌표를 안고 다시 마지막장으로 돌아오는 기묘한 경험 때문이다.
[너무 늦은 시간]에서는 이야기속 주인공을 처음 만나게 되는 그 순간으로 돌아가 보면, 매순간 마다 그가 느낄 모멸감, 후회, 억울함, 그리고 너무 늦어 버렸다는 무력감을 매 페이지 마다 발견하며 읽게된다.
[길고 고통스러운 죽음]은 주인공이 외딴 곳에서 시작하는 그 첫페이지로 돌아가면, 그가 마주하는 낯설지만 소박하고 아름다운 풍경에서 느끼는 행복감이 곧 누구에게는 경멸스러운 모습이었다는 입체감이 느껴지면 주인공이 보여주는 마지막 작은 복수를 보며 함께 통쾌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남극]은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이 처하게 되는 다소 냉소적이면서도 유머러스한 광경을 기억하고 다시 첫장으로 돌아가면, 다소 귀여운 일탈을 꿈꾸며 가볍게 들뜬 주인공이 지옥의 입구 앞에 서 있는 걸 보게 된다.
글을 쓰기전에 이야기를 구상하는 사색이 치밀하고 정교한걸까? 아니면, 결말을 쓰고 나서 처음 부터 쓰기 시작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