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하고 소박한 사람들의 평범한 삶을 다룬 아홉개의 단편. 주인공에게 화려하게 선사되는 행운도 없고, 예상 외의 기대를 만족 시키는 전개도 없고, 약간의 미스테리도 기대에서 그치며, 반전도 없는 허무한 이야기 들이지만, 그래서 나의 평범한 삶에 애정을 갖게되는 경험이었다. 상처받거나 그래서 힐링하고자 떠나는 여행이 있다면 가방에 넣고 가면 좋겠다.
한 사람에 대한 나의 기억과 그 기억을 통해 만들어지는 감정은 과연 얼마나 온전한 것일까? 사람에 대한 기억과 감정은 나의 경험에서 생겨나고, 그 중 남기고 싶은 것으로 만들어진다. 그래서 다소 허탈한 엔딩을 보여준 이 책의 마지막 장은, 한 사람에 대한 열띤 추종과 혹은 격렬한 미움은 정확하지도 않고, 그래서 허탈함을 남기는 인생과도 매우 흡사하다. 그래서 이어 생각해 보면,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기억해 줄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나, 어떻게 기억해 주기를 바라는 것 역시 불요하다.
아내의 복수를 위해 치밀하고 눈물겨운 준비를 하는 가장의 모습을 그린 ‘돌런의 캐딜락’, 읽는 내내 몽환적인 느낌을 지울 수 없었던 ’난장판의 끝‘, 호러킹이라는 수식어가 걸맞은 ‘나이트플라이어‘, 숨겨진 욕망을 음산하고 몽환적으로 묘사한 ‘익숙해 질거야‘, 마지막으로 호러와 스릴러를 겸비한 ‘운동화‘까지, 연말연시 몽환적인 겨울나기에 어울리는 600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