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44
존 밴빌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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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PR 기사를 통해 알게된 존 밴빌의 맨부커 수상작 ‘바다’를 읽었다. NPR 기사에 등장했던 평론가는 밴빌의 문체에 대해 ’사색적인 분위기와 은은한 아름다움’ 이라고 표현했다. 작가의 14번째 장편인 ‘바다’에는 그러한 그의 문체를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필경 소설이라는 매체이기 때문에 240여 페이지를 관통하는 굵은 이야기의 흐름이 있지만, 이 책은 그 이야기의 흐름에 집착하면 매우 읽기 어려운 책이 되버린다. 나 역시 처음에는 좀 처럼 따라 잡기 힘든 이야기의 흐름으로 인해, 내 문학적 소양이 이 책을 소화하기 힘든건 아닌가 하며 괜시리 자학하곤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이야기의 흐름에 집착하기 보다는 그의 문장 하나하나를 마치 시를 음미하듯이 천천히 읽어 내려가기 시작하면서 이 책을 읽는 참 재미를 느끼게 되었다. (다행히 내 문학적 소양은 이 책을 읽는데 부족하지 않았다)

소설책 한권을 읽고 나면, 희뿌연 우유빛의 일광으로 가득한 어느 낯선 방안에 놓인 침대에 바로 누워 상실로 가득한 과거와 불행한 현실의 나를 번갈아 오가며 회상하는 듯 하다. 그리고 곧 이 느낌이 소설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장치가 아닌, 내 일상에서도 자주 찾아오는 순간임을 알게 된다. 존 밴빌은 이런 대중적인 일상을 ‘사색적인 분위기와 은은한 아름다움’으로 옮겨 놓았을 뿐이다.

화려한 줄거리를 기대하는 독자라면 실망하게 되겠지만, 연이은 독서에 지친 독자가 잠시 쉬어갈 휴양지로 ‘바다’를 선택한다면 필경 만족한 선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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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의 거장으로부터 배우는 좋은 전략 나쁜 전략 - 성패의 50%는 전략을 선택하는 순간 결정된다 CEO의 서재 19
리처드 루멜트 지음, 김태훈 옮김 / 센시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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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책을 이제야 알게 되었을까? 그간 경험으로 깨우치고 있던 전략에 대한 이해에는 확신을 더하고, 막연히 뭐가 옳은지 판단하기 힘들었던 전략에 대한 생각에는 명쾌함을 더했다. 그리고 내가 최선이라고 생각했던 방향성에도 편향과 타협이 많았음을 알게 되었다. 리더가 되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필독서. 사무실 책상에 올려 놓고 몇 회차이건 반복해서 보고싶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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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티튜트 1~2 세트 - 전2권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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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고난 이후 정점을 찍고 몸이 노쇠해 질수록, 아이들을 바라볼 때 그들의 초인적인 능력이 유난히 눈에 띄게 된다. 그리고 나의 어린 시절을 회상해보면 나 역시 그런 초인적인 능력을 가졌으나 성장하면서 차츰 사라져 버린 사실을 떠올리게 된다. 원하는 걸 얻기위해 체면 차리지 않고 끈질기게 엄마를 괴롭혔던 협상력, 무릎에서 피가 철철 흘러도 금방 말끔하게 치료되는 회복력, 한 가지를 수 없이 반복해서 해도 토하지 않는 능력, 집에 있고 없고에 따라 달라지는 집안 식량이 동이나는 속도 등, 아이들의 능력은 과히 초인적이다. 그런 경이로운 익숙함에 미스터리 한 스푼, 상상력 한 스푼, 그리고 초인적인 이야기꾼 한 스푼이 더 해지면 인스티튜트와 같은 소설이 나올까?! 킹의 소설 치고는 약간 지루한 대목도 많았고 주인공의 활약도 조금 아쉬웠지만, 세련된 플롯과 클라이맥스로 갈수록 빨라지는 템포, 그리고 불과 몇페이지 분량만으로도 거대한 힘 처럼 느껴졌던 배후의 존재를 긴 귀를 잡힌 토끼마냥 얌전하게 만들어버린 엔딩까지… 그의 소설의 마지막 장을 넘길때 반복되는 현상이지만, “역시 킹”이라 중얼거리게 만드는 또 하나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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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의 기원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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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의 장황한 문학적 비유를 강박적으로 쓴것 같은 문장들은 읽기 매우 힘들었지만, 중반을 달려나가는 길목에서 비로소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게 숨가쁘게 문장을 전개해 나가는 작가의 노련함이 돋보인다.

절대악은 악한 짓을 한다는 걸 알지만, 순수악은 악함의 개념이 없단다… 그래서 소설속에서 주인공의 서사도 속터지는 답답함 없은 없고 치밀한 결정 뒤에는 주저 없는 실행 뿐… 존속살인이라는 무거운 주제는 독자들이 주인공의 매력에 빠지는 걸 막아주는 작의적 장치지 않았을까 하는 나만의 해석을 해본다.

실제로 벌어지는 공간은 집 한 곳이라는 (그 외 장소에서 일어나는 서사는 기억과 일기에서만 보이는 설정) 것이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연극으로 묘사하기에는 어려울 것 같다. 왠지 웨스앤더슨이 영화로 만들면 멋진 재해석이 나올듯하다.

책을 읽는 동안 머릿속에서는 내게 익숙한 인천의 풍경과 그 안에서 뛰어 다니는 주인공 유진의 모습으로 박정민이 내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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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엽 감는 새 연대기 1~3 세트 - 전3권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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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개의 서로 다른 이야기들이 한데 뭉쳐 하나의 거대한 꿈을 꾸는 듯한 이야기다.
첫 번째 권인 도둑까치는 비교적 현실 세계와 닮아 있고, 두 번째 권 예언하는 새는 잠들기 직전의 가수면 상태에서 현실과 꿈의 경계에 걸쳐 몽상하는 느낌을 준다. 마지막 세 번째 권 새 잡이 사내에 이르면, 혼수상태에서 끝없이 이어지는 긴 꿈속을 허우적거리다 마침내 현실로 깨어난 것 같은 인상을 받는다.

그래서일까. 권이 넘어갈수록 서로 다른 이야기들이 등장하는 순서와 전개는 점점 더 혼란스러워지고, 그 경계는 급진적으로 무너진다. 결국 이야기 속 세계들 간의 구분마저 모호해지며, 독자는 서사의 논리적 맥락을 붙잡으려 애쓰다 자꾸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된다. 마치 잠들면 안 되는 사람이 억지로 눈을 부릅뜨고 버티는 것처럼.

이 책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들을 서사의 논리적 연결성이나 완결성, 혹은 기능적인 의미로 이해하려 한다면 오히려 잘 와닿지 않을지도 모른다. 꿈속에서 겪는 상황을 논리적으로 이해하려 몸부림치다 결국 꿈에서 깨어나 버리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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