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의 기원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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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의 장황한 문학적 비유를 강박적으로 쓴것 같은 문장들은 읽기 매우 힘들었지만, 중반을 달려나가는 길목에서 비로소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게 숨가쁘게 문장을 전개해 나가는 작가의 노련함이 돋보인다.

절대악은 악한 짓을 한다는 걸 알지만, 순수악은 악함의 개념이 없단다… 그래서 소설속에서 주인공의 서사도 속터지는 답답함 없은 없고 치밀한 결정 뒤에는 주저 없는 실행 뿐… 존속살인이라는 무거운 주제는 독자들이 주인공의 매력에 빠지는 걸 막아주는 작의적 장치지 않았을까 하는 나만의 해석을 해본다.

실제로 벌어지는 공간은 집 한 곳이라는 (그 외 장소에서 일어나는 서사는 기억과 일기에서만 보이는 설정) 것이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연극으로 묘사하기에는 어려울 것 같다. 왠지 웨스앤더슨이 영화로 만들면 멋진 재해석이 나올듯하다.

책을 읽는 동안 머릿속에서는 내게 익숙한 인천의 풍경과 그 안에서 뛰어 다니는 주인공 유진의 모습으로 박정민이 내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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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엽 감는 새 연대기 1~3 세트 - 전3권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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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개의 서로 다른 이야기들이 한데 뭉쳐 하나의 거대한 꿈을 꾸는 듯한 이야기다.
첫 번째 권인 도둑까치는 비교적 현실 세계와 닮아 있고, 두 번째 권 예언하는 새는 잠들기 직전의 가수면 상태에서 현실과 꿈의 경계에 걸쳐 몽상하는 느낌을 준다. 마지막 세 번째 권 새 잡이 사내에 이르면, 혼수상태에서 끝없이 이어지는 긴 꿈속을 허우적거리다 마침내 현실로 깨어난 것 같은 인상을 받는다.

그래서일까. 권이 넘어갈수록 서로 다른 이야기들이 등장하는 순서와 전개는 점점 더 혼란스러워지고, 그 경계는 급진적으로 무너진다. 결국 이야기 속 세계들 간의 구분마저 모호해지며, 독자는 서사의 논리적 맥락을 붙잡으려 애쓰다 자꾸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된다. 마치 잠들면 안 되는 사람이 억지로 눈을 부릅뜨고 버티는 것처럼.

이 책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들을 서사의 논리적 연결성이나 완결성, 혹은 기능적인 의미로 이해하려 한다면 오히려 잘 와닿지 않을지도 모른다. 꿈속에서 겪는 상황을 논리적으로 이해하려 몸부림치다 결국 꿈에서 깨어나 버리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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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엽 감는 새 연대기 2 - 예언하는 새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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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에 갖힌 주인공 처럼, 물 위에 부유하는 해파리 처럼 이야기도 갈 방향을 정하지 못하고 움찔거리며 떠다니는 것 같다. 몽환적인 분위기 속에 어떤 미래가 다가올지 가늠조차 못하기는 책 속 인물이나 독자인 나나 똑같아 보인다.

마지막 권에서는 어떤 결말을 보이려고 이렇게 흘러가는지. 1-2권에서 풀어 놓은 여러 단서와 실마리들을 도대체 어떻게 연결해 나갈 것인지 제 3권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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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엽 감는 새 연대기 1 - 도둑 까치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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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통 무슨 얘기인지 알 수 없이 흘러갈 때, 앞으로의 이야기가 더욱 기대되게 만드는 하루키. 그의 작품 중 단연 1등이라고 언급한 어느 블로거의 글을 보고, 원래 읽으려 했던 하루키의 책을 늦추고 제 1권을 읽기 시작했다. 여전히 이야기는 사건의 발단 조차 명확히 얘기하지 못하고 전체 3권 중 가장 얇은 첫번째의 이야기를 끝냈다. 공허한 상자만 남겨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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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원
아사다 지로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199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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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 재활용 버리는 날, 종이포장지에 담겨 단아한 자세로 처분을 기다리는 책들이 있어 그 중 관심이 가는 몇 권을 가져오는 일이 있었는데, 그 날 갖고 온 책 중에 유독 새책처럼 컨디션 좋았고, 아사다지로가 누군지 당연히 몰랐으나 동명의 영화의 원작처럼 보여 가져온 ‘철도원’. 주문해 놓은 책이 배송되기 전에 기다리는 지루함을 달래 볼 심산으로 방치해 두었던 책을 폈는데, 마음 따뜻해지는 8편의 이야기로 구성된 보물을 발견한 기분으로 마지막 장을 넘겼다. #철도원 #아사다지로 늦은 나이에 데뷔한 작가가 마흔 넘어 나오키 문학상을 받게해준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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