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김 - 중학교 국어교과서 수록도서 동심원 5
신형건 지음, 이영림 그림 / 푸른책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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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에도 포근하게 느껴지는 표지그림이다. 넉넉하게 목을 감싸주는 빨간 목도리를 감고 두 손을 호호~ 따듯한 입김으로 불어대는 아이의 모습이라니...... 

<입김>이란 시가 올해 새로 나온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렸다고 하니 내년에 중학생이 되는 딸아이도 만나게 되리라 생각하니 기분이 묘~해져 온다.
게다가 '아이들이 읽을 만한 연애시'를 썼다는 시인의 오래 전 책들에서 새롭게 선정한 35편의 시를 담아낸 시집이어서그런지 시 하나하나에 왠지모를 설렘이 살짝 느껴지는 것도 같다.
 

길가에 핀 수많은
꽃들 중에서 내가 왜
맨 먼저
너에게 날아가 앉았을까? 

그건 너도 알고 있지!
 

<흰나비가 민들레에게> 중에서
 

정말 왜 수많은 꽃들 중에서 그 꽃에 앉았을까?
어느 꽃보다 먼저 나를 보고 웃어주고, 네 마음의 향기가 내 가슴에 와닿았기 때문이라고, 시인은 말하지만 다른 꽃들의 웃음이나 향기를 내 눈과 마음이 애초 느끼지 못한 것은 아니었을까......

요즘 한창 사춘기여서 하루에도 몇번씩 거울 앞에서 힐끗거리며 자신의 얼굴 구석구석을 들여다보는 딸아이가 생각나게 하는 시 한 편~ 

<거울 바라보기> 

너를 만나고 나서부터
자꾸 거울 앞에 서게 되지
그럴 때마다 빤히 바라보는
내 얼굴이 조금씩
조금씩 변하는 것 같아.
내가 누굴 닮아 가는 걸까?
갑자기 마주 보기가 쑥스러워져
고개를 돌리다가
다시 거울을 들여다보면
거기. 낯선 내 얼굴 안에
문득 얼비치는 모습,
너의 얼굴!


이 외에도, 이제 막 사춘기가 시작된 딸아이의 마음이지 않을까 싶은 시들이 적지 않다.
시인의 바람처럼 딸아이도 이 시들로 마음이 환해지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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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음표 일기쓰기 - 특목고준비를 위한 첫단추
곽병관 지음, 강경수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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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보게된 이유라고 하면 다름아닌 초등생 딸아이의 일기쓰기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까 하는 생각에서 였다.

그러나, 차근차근 책의 내용을 살펴보다보니 딱히 일기쓰기에만 국한할 것이 아니란 생각과 함께, '특목고 준비를 위한 첫단추'라는 표지의 수식어가 아니더라도 본문을 주의깊게 본다면 '오호~'하는 감탄사가 나올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일기쓰기에 대한 아이들의 어려움은 아이를 둔 부모라면 한 번쯤 겪게 되는 어려움인데, 나 역시도 3,4학년 무렵 딸아이의 일기쓰기에 대한 고민으로 힘들어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하루하루가 특별할 것도 없이 평범한 일상을 사는 아이들이 일기장을 앞에 두고 고민하는 모습이란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다. 아침에 일어나 어제와 크게 다르지 않은 아침 풍경과 학교에서의 생활 그리고 방과 후에 학원으로 향하는 모습까지... 어쩌다 체험학습이라도 가거나 학교에서 혹은 학원에서 또 집에서 사건(?)같은 일이 없는 한 아이들은 하루의 일을 마무리하는 일기를 앞에 두고 고심하기 마련이다.
'오늘은 뭐가 특별한 일이었지?' '오늘은 무슨 일을 써야할까?'....... 

'엄마, 오늘은 일기에 쓸 게 없어요~'라며 볼멘 소리를 하는 아이들에게 그래도 잘 생각해보라며 여유를 부리기도 하고 또 채근하기도 하는 부모들 역시 고민스럽기는 매한 가지이다. 

그래서인지, 요즘 아이들의 일기쓰기를 도와주는 책들이 종종 눈에 띈다. 아울러 다양한 글쓰기 요령도 함께 담겨 있어 가끔 일기장 앞에서 막막해 하는 아이에게 아닌게 아니라 도움이 되기도 한다.
처음 한두 번 고민스러워하는 아이에게 주었더니 언제부터인가 아이 스스로 빼어들고 일기를 쓰고는 한다. 상상일기도 쓰고, 나름의 주제어를 선정해서 쓰기도 하고....... 

그런 점에서 아이들의 일기쓰기에 도움을 주고자 하는 책이긴 마찬가지이나 '물음표'라는 상징적인 부호를 이용하여 주변과 일상에 대한 자신의 관심거리도 발견하고 또 그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사고의 틀도 넓히고 글쓰기도 단련하는 구체적인 목적이 있는 점에서는 특별한 일기쓰기인 셈이다. 

책에 담긴 사례를 통해 '물음표 일기쓰기'가 이미 오래 전부터 사고력을 기르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이용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물음표 일기쓰기를 통해 민사고와 외국어고, 과학고에 진학한 선배들의 글을 보고 호들갑을 떨게 될 부모들이 있지 않을까... 살짝 걱정이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물음표 일기쓰기'로 자신의 아이도 특목고에 갈 것처럼 말이다. 

이미, 여러 차례의 일기쓰기에 대한 고비를 넘긴 딸아이에게는 물음표 일기쓰기대신 <물음표 노트>를 마련해 말 그대로 물음표가 생길 때마다 물음표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 보고, 나름의 해답을 찾아가는 훈련을 해보면 좋을 것 같아 딸아이에게 <물음표 노트>를 쓰기로 했다. 

<물음표 일기쓰기>가 분명 구미에 당기는 방법이어서 당장 딸아이에게도 실천하게끔 하고픈 마음 간절하지만, 자칫 아이에게 새로운 부담감을 안겨줄 것같아 방법을 고안해낸 것이다. <물음표 노트>가 <물음표 일기쓰기>가 되기를 바라는 것이 솔직한 나의 마음이지만, 급히 먹는 밥이 체한다고... 급할수록 둘러가기로 했다. 

아이들의 일기쓰기, 글쓰기로 고민하는 주변의 엄마들에게도 선뜻 권하게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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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바다 - 강제 징용자들의 눈물 보름달문고 37
문영숙 지음, 김세현 그림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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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나라 일본을 두고 흔히들 '멀고도 가까운' 나라라고들 한다.
아닌게 아니라 지리상으로 우리나라와 일본보다 가까운 나라가 어디있을까?
그럼에도 우리에게는 결코 가까울 수 없는 나라가 바로 일본이다.
이유인 즉, 우리의 근대사를 가슴 아픈 상처로 만든 장본인이 다름아닌 일본이기때문일 것이다.  

아직도 전근대화의 어둠속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던 조선을 자신들의 세계화 야욕의 근거지로 삼아 마음껏 짓밟고 힘없는 조선의 백성들에게 씻을 수없는 죄를 짓고도 여태껏 변변한 사과조차 없는 일본을 어찌 무덤덤하게 이웃나라로 규정지을 수 있단 말인가.
게다가 호시탐탐 우리의 영토, 독도를 제 것이라 우겨대지 않는가.
그런 일본을 어찌 백 년이 흐른들, 천 년이 흐른들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여길 수 있을까...... 

<검은 바다>는 잊을 수도 또 결코 잊어서도 안 되는 우리의 슬프고도 아픈 역사를 생생하게 들려주는 듯하다. 

똑똑하던 형 강식이 일본 선생에게 맞아 하루아침에 허우대만 멀쩡한 바보가 된 후에도 장남에 대한 기대와 헌신을 버리지 않았던 부모에게 등을 떠밀리다시피하여 일본으로 건너가게 된 강재. 강재와 강재의 부모뿐만 아니라 당시의 많은 사람들이 일본의 감언이설에 속아 금의환향까지는 아니더라도 기술이라도 배우고 좀더 나은 미래를 보장받는다는 꿈에 고향을 떠났을 것이다. 물론, 그 속에는 더러 영문도 없이 끌려온 천석이 같은 무리들도 있을 것이고......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할까... 둘도 없는 친구 천석이와 함께 일본으로 건너가게 된 강재는 그러나, 머지않아 자신들이 일본과 일본의 앞잡이에게 속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글쓴이의 말'에서 작가도 밝혔듯이 바다 밑에 탄광이라니.. 소설 속에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로 일본의 조세이 탄광이 존재했었고, 또 그곳에서 강제로 끌려간 우리나라 사람들이 강제노역을 하다가 수몰 사고를 당했다니.. 생각만 해도 끔찍하기만 하다. 

이야기 속에서 강재와 천석이 감시의 눈길을 피해 막장내 냄새나는 화장실에서 첩보작전처럼 탄광을 탈출할 계획을 세우는 모습이나, 무너지는 석탄 덩어리에 자신의 몸을 던져 강재를 구해준 박씨가 결국 숨을 거두는 모습 하나하나가 암울했던 우리 역사의 과거를 느끼게 한다. 

천석이와의 첫 번째 탈출에 실패하고 탄광이 무너져 혼란스런 틈을 타 강재가 탈출하는 장면은 그야말로 땀을 쥐게 하며 아슬아슬하기만 하였다. 그래도 다행히 조선 아지매의 도움을 받아 허기를 달래고 천석이를 만나기 위해 제철소로 향하는 강재의 모습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결국, 애타게 찾던 천석이를 만나지 못하고 원자폭탄이 투하되어 일본이 항복하고마침내 조국의 독립이 이루어졌지만, 다시 배를 타고 조국으로 돌아가야하는 강재의 여정은 또다시 목숨을 건 사투와 다르지 않았다.
귀선표를 얻기 위해 부두에서 짐꾼으로 또 시체를 처리하던 강재가 운명처럼 천석이를 만났으나, 이미 예전의 천석이 아닌 원자폭탄으로 인한 검은 상처들로 정신마저 놓아버린 모습이었다. 

일본으로 떠나게 된 강재에게 천석이 쥐어준 나무부처를 다시 천석의 손에 쥐어주며 조국으로, 집으로 돌아오던 강재가 건너던 그 바다는 과연 희망의 물결이 흘렀을까...... 

'이 작품을 통해, 나라를 잃고 억울하게 끌려가 비참하게 생을 마감한 수많은 징용자들의 영혼을 위로하고 더 나아가 전쟁의 참상을 고발하고 싶었어요. 고국에 돌아오지도 못하고 낯선 땅을 헤매는 한 많은 영혼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어루만져 주고 싶었습니다.'라는 저자의 말이 무엇으로도 지울 수 없는 우리의 아픈 역사임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가끔 뉴스나 기사를 통해 한국과 일본의 과거사 청산 문제를 심심찮게 다루고는 하는데, 과연 누구를 위한 과거사 청산인지 의문이 들 때가 적지 않다. 위안부 문제든 강제 징용과 같은 문제든 실질적으로 피해를 당한 국민들의 아픔과 입장은 차치하고 정치적, 외교적으로만 풀어나가려는 정부의 태도가 이해되지 않을 때도 있다.

60여 년이 흐른 지금까지 변변한 사과는커녕 시시때때로 독도를 자기의 영토라 우겨대는 일본을 어떻게 아무렇지도 않게 이웃나라로만 여길 수 있단 말인가?
결코 잊어서도 잊을 수도 없는 치욕스런 과거를 우리의 근대사로 안고 살아가야 하는 것이 바로 우리의 역사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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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미운 내 동생 - 성장이야기 노란돼지 창작그림책 1
이주혜 글.그림 / 노란돼지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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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음 중에 엇갈리는 두 마음이 공존할 때가 적지 않은 것 같다.
사랑과 미움이 그렇고, 기쁨과 슬픔도 그렇고......

어젯밤에 우리를 월드컵 8강에의 염원으로 가슴 졸이게 했던 태극전사들의 우루과이 전의 경기 결과 또한 그렇지 않을까?
아쉬움이 남는 동시에 잘 싸운 태극전사들에게 힘찬 박수와 따듯한 격려를 보내는 그 마음이 말이다.  

여태껏 한 번도 동생을 갖고 싶다는 바람을 하지 않은 초등생 딸아이와 나의 공통점이라고 하면 모녀 둘다 동생은 물론 언니, 오빠도 없는 무남독녀라는 것! 그래서인지 종종 딸아이의 마음이 그대로 들여다보이는 듯하다. 

동생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싶은데... 내 경우에는 늦동이로 나를 낳은 부모님이 맞벌이까지 하시는바람에 할머니 손에서 어린시절을 보내게 되어 자연스레 동생이란 것은 생각도 못하고 자랐다. 하지만 딸아이는 그런 어린시절을 가진 나의 굳은 결심(?)때문에 여태껏 내 품에서 자라고 있는데.. 너댓 살 무렵 할머니 할아버지나 동네 어른들이 동생 이야기를 꺼내기라도 하면 딱! 잘라 동생이 필요없노라 도리질을 하고는 했다. 그래서인지 정말 딸아이에게는 동생이 없다. 

동생이라고는 다섯 살 차이가 나는 사촌 남동생이 하나 있는데, 그래서인지 명절때가 되어 만나게 되면 업어도 주고 놀아도 주며 잘 보살펴 주리라며 할머니 댁으로 향하기 며칠 전부터 호언장담을 해대고는 하는데, 막상 마주치게 되면 하루를 못 넘기는 것이 사실이다. 

아직 철부지이다보니 사촌누나가 소중하게 아끼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촌동생은 책이건 학용품이건 제 마음대로 꺼내고 들추고, TV프로그램도 제 마음대로만 보려고 하니 딸아이의 마음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그림책 속의 누나와 동생 모습이 따로 없다. 

얄미운 동생에 대한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 오는 표지그림의 누나 표정이 정말 생생하다. 누나의 잔뜩 찌푸려진 얼굴이야 어떻든 누나가 애써 그린 그림을 천진하게 찢으며 놀고 있는 동생은 내 보기에도 얄밉기만 하다.  

돼지처럼 맛난 것은 누나 것까지 마음대로 먹어버리고
아무거나 사달라고 꽥꽥대는 오리같은 동생,
원숭이처럼 블록이며 장난감도 마구 헤쳐버리고
포근한 엄마 등도 제 것인양 독차지하는 얄미운 코알라같은 동생.
그래도 학교에서 돌아오면 제일 반겨주고 온갖 재롱을 떠는 동생은
귀여운 강아지 같다~

어느새 동생과 볼을 맞대고 사랑한다는 누나의 모습에 명절연휴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안에서부터 사촌동생을 그리워하는 딸아이의 모습이 절로 떠오른다. 

클 때는 투닥투닥 싸우며 크지만 어느새 훌쩍 자라면 둘도 없이 챙겨주며 서로를 위하는 형제, 자매, 남매들이 적지 않다. 크면서 한두 번 아니 셀 수 없이 싸우면서 자라는 아이들이 커서도 더욱 정이 깊지 않을까 싶다. 동생이 미우면서도 이쁘다는 이 책의 누나처럼 말이다.

이 책을 보던 딸아이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사촌동생을 만나게 될 여름방학이 빨리 되었으면 좋겠다며, 벌써부터 만나면 놀이공원에도 함께 가리라며 즐거운 계획을 세우며 호들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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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어설픈 영웅, 안톤 해를 담은 책그릇 13
제임스 말로니 지음, 김영선 옮김, 흩날린 그림 / 책그릇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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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아이들에게 아버지의 부재(不在)는 어떤 의미로 다가갈까? 부재의 이유가 어떻든 말이다. 

주인공 피터와 피터의 어설픈 영웅 안톤은 아직 부모의 품에서 마냥 즐거워할 나이의 어린 소년들이다. 어린 소년들에게 아버지의 부재는 엄마의 부재와 또다른 의미일까.. 문득 의문이 떠오른다. 

자신이 영웅라도 된듯 영문모를 대사를 읊어대는 듯한 안톤과 그런 안톤이 흥미롭기도 하고 또 실체가 궁금하기도 하여 자꾸만 다가가는 피터. 그 두 소년에게는 각기 다른 아버지의 부재가 현실로 닥치고 있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암이라는 병마에게 서서히 목숨을 빼앗기고 있는 안톤의 아버지와 크게 한탕을 기대하며 도박의 깊은 수렁으로 자신은 물론 가족의 행복까지도 모조리 쓸어붓는 토니의 아버지. 자신의 아버지들의 부재 앞에 두 아이는 각기 다른 모습일 수밖에 없다.  

아버지의 부재(죽음)이 두려워 아버지의 탓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병마 앞에 하게 무너져내리는 아버지를 용서할 수 없는 안톤. 부질없는 도박에 빠진 아버지로부터 엄마와 여동생들을 구해내려는 피터. 그들 나름대로의 몸부림에 가슴이 뭉클해져온다. 

나 역시도 안톤처럼 일찍은 아니지만 암으로 엄마를 잃어본 터라 안톤의 행동이며 마음까지도 헤아려지는 듯하다. 눈부시게 쏟아지던 봄햇살이 그어떤 칼날보다도 카롭게 나를 찔러대는 것 같았다. 바쁜 엄마를 대신해 검진 결과를 듣고 돌아오던 길에 내리쬐던 봄날은 세상으로부터 뚝 떨어져나와 있는 나를 보는 듯했다. 

암때문에 채 6개월을 못넘길거라던 병원의 선고(?)에도 불구하고 1년을 조금 넘어 돌아가실 때까지 나는 엄마의 눈을 제대로 마주볼 수가 없었다. 엄마에게는 정확한 병명을 차마 알려드리지 못했었으므로.
마침내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엄마의 죽음이 현실로 닥치고, 엄마를 고향의 땅속에 묻어드리고 나는 다시 현실로 돌아왔지만 이미 이전의 일상은 아니었다. 그리고 수시로 느껴지는 엄마의 부재는 그 어떤 것보다 큰 구멍을 나의 마음에 남겨주었다.  

병마에게 아버지를 빼앗길까봐 두려운 안톤. 문득 같은 반 아이들조차 이해못할 기사의 행동과 말을 하고 심지어 종이로 만든 갑옷까지 진지하게 입고 나타난 안톤. 문득, 어설픈 갑옷 속에 숨기고자 했던 것은 아버지를 잃게 될까봐 인정하고 싶지 않은 현실과 두려운 마음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스친다. 

그래도 안톤의 피하고픈(인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을 제대로 읽고 현실을 직시하게 도와준 피터가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또 늦게라도 정신을 차리고 가족들의 품으로, 아버지의 자리로 돌아온 아버지와 화해한 피터의 모습도 기특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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