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돌아보는 우리 궁궐
손용해 외 지음, 심가인 외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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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초등 마지막 학년을 보내고 있는 딸아이는 체험학습이니 현장학습이니 하는 것으로부터 다소 자유로워진(?) 요즘을 보내고 있다.
돌이켜보면, 나도 딸아이도 참 부지런히 돌아다녔던 것같다. 현장학습체험이라는 그럴싸한 명분이 아니더라도 앞으로 딸아이가 살아가야 할 세상을 조금이라도 많이 그리고 늦지않게 보여주어 나중에라도 '미리 알았더라면....'하는 아쉬움이 들게 하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예체능 관련한 다양한 놀이와 공연 관람을 비롯하여 미술관, 과학관은 물론 역사와 관련한 유적지며 궁궐, 박물관까지....돌이켜보면 참 두서없이 다녔던 것같다.
처음에는 아이가 어리니 눈으로 보고 듣는 감각적인 자극(?)에 의존하였던 것이 어느새 습관처럼 굳어져 미리 알고 가면 좋다는 것을 알면서도 매번 체험을 떠나는 차 안에서 '에구, 미리 관련 책이라도 읽어보고 정보라도 좀 찾아보고 올 것을....'하는 뒤늦은 후회를 하고는 했었다. 

그래서인지, 엄마의 앞선 의욕에 이끌려온 딸아이는 학습적인 체험보다는 엄마와 함께 온 나들이라고 생각하는지 해설사나 안내자의 설명에도 그리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면 뒤에서 쫓아가는 엄마들 틈에서 내 속은 얼마나 타들어가는지..... 간간이 정말 열성적으로 듣고 또 질문에 망설임없이 대답을 쏟아내는 아이들이 얼마나 부럽던지..... 

이제야 솔직히 털어놓건대, 엄마의 의욕에 앞서 부지런함이 좀더 앞섰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같은 장소를 여러 번 체험해도 매번 아이의 반응은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을 떠올리면 사전에 알고 가면 좀더 흥미로웠을텐데... 아이에게보다 나 자신에게 더 큰 아쉬움이 남는다.

시간을 돌이킬 수 있다면, 무엇보다 체험학습을 위한 사전 준비를 제대로 해서 가보고픈 생각이 간절하다고나 할까...... 

그래서 하루에 돌아본다는 수식어를 달고 있는 이 책이 반갑게 다가온다.

아이와 함께 이미 여러 차례 다녀온 경복궁과 덕수궁을 비롯해, 결혼 전에 몇 번 다녀온 추억만 갖고 있는 창경궁과 창덕궁, 가봐야지 마음만 먹고 여태껏 가보지 못한 운현궁까지 차근차근 읽다보니 그동안 체험학습 다니며 해설사로부터 들었던 알찬 정보들에 몰랐던 것까지 모조리 들어있다. 

조선의 궁궐이 서울의 4대문 안에 모여 있다는 점을 고려해 볼때 서울이나 수도권에 사는 아이들에게는 그래도 비교적 직접적인 체험이 어렵지 않겠지만, 그보다 먼 지방에 사는 아이들에게는 쉽지 않은 그야말로 그림에 떡!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이 책뿐만 아니라 직접 방문하여 보고 듣는 것 이상으로 알찬 정보가 담겨있는 체험학습도서들이 풍부하게 쏟아져나오고 있는 요즘이다. 

이 책 역시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궁궐에 담긴 선조들의 지혜와 문화를 비롯하여 역사적인 이야기까지 알차게 들려주고 있어 그저 오래된 역사의 산물로만 여기던 궁궐을 친근하게 느끼게 한다.
풍부한 사진자료와 시원한 그림이, 굳이 현장에 가는 수고도 덜어주는 듯하여 더욱 이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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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온과 마법사 압둘 카잠 노란상상 그림책 1
안젤라 맥앨리스터 지음, 김경연 옮김, 그레이엄 베이커-스미스 그림 / 노란상상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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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가 엄연히 'Leon & The Place Between'임에도 무엇때문에 이 책의 제목이 '레온과 마법사 압둘 카잠'인지 살짝 의문이 드는 책이다. '사이'라는 곳(마법의 공간?)이 아이들에게 너무 추상적이게 느껴질까봐 그랬을까?
물론, 마술같은 마법으로 주인공 레온을 '사이'라는 곳으로 가게 한 것은 다름아닌 마법사 압둘 카잠이긴 하지만 말이다. 

마법을 믿는 레온을 압둘 카잠의 마법으로 저기와 여기 '사이'라는 곳으로 사라지게 하고, 그 속에서 만난 소년과 함께 마법이 가득 살아있는 놀라운 세계를 체험하게 되는 레온의 이야기에 평소 드물지만 마술사들이 신기하게 펼치는 마술의 세계가 다시금 궁금해져 온다. 

벌써 몇년 전이었던가?? 롯데월드 내에 있는 마술극장에서 공연을 보게 된 어느 날이었다. 멋진 남자 마술사와 그를 도와주는 아름다운 미녀가 등장하여 눈앞에서 펼치는 마술이 진짜인지 속임수인지 헷갈리기만 하던 공연이었다. 

갑작스레 무대 위로 이끄는 미녀에 의해 어느새 무대 위에 내가 서있고, 눈부신 불빛 때문에 관중석에 앉은 남편도 딸아이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다만, 마술사의 말에 따라 미녀가 이끄는 대로 두 손을 뒤로 한채 손을 묶였는데..어느 순간 위에 입고 있던 자켓이 벗겨져 미녀의 손에 들려있는게 아닌가...... 

평소 TV화면을 통해서나 보았던 마술을 실제로 체험하고보니 그저 놀랍기만 했던 기억이 아직도 영문모를 신기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안타깝게도 그 순간을 사진에 저장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움으로 함께 남았다. 물론, 공연중 사진촬영은 당연히 금지되었기에 말이다. 

아무튼, 이 책의 핵심(?)은 "아무 것도 믿지 마십시오. 하지만 무엇이든 믿어 보십시오."라는 마법사 압둘 카잠의 주문같은 말과 레온이 체험하게 되는 상자 속 마법의 세상 '사이'가 아닐까 싶다.
그중에서도 레온이 꿈인듯 생시인듯 다녀온 그 '사이'라는 곳!

마술사가 마술을 부리며 사라지게 했던 카드와 비둘기, 동전과 고리들, 밧줄과 컵과 공들이 춤을 추고 있는 바로 그곳에는 마법사의 아들이 아버지의 마법을 배우기 위해 아버지를 도와드리고 있는 바로 그곳이 '사이'였다.
'사이'야 말로 진짜로 마법이 펼쳐지는 곳이 아닐까?? 

한 번도 다시 돌아오라는 소리를 듣지 못해 '사이'에 갇혀있던 토끼를 데리고 다시 '여기'로 돌아온 레온에게 쏟아지는 사람들의 환호와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내게도 들리는 듯하다. 

마술을 믿지 않던 톰과 피트마저도 레온의 한 마디가 예사롭지 않을 이야기이다.
"믿는 사람 누구나 마법이 데리고 간 곳으로 갔다 올 수 있다"는 바로 그 말! 

마법이 펼쳐지는 이야기와 함께 그림 역시도 마법인듯 느껴지는 볼수록 마법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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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돈의 역사 두레아이들 교양서 2
벳시 마에스트로 글, 줄리오 마에스트로 그림, 이문희 옮김 / 두레아이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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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새로 발행된 5만 원권의 신사임당과 그의 아들 율곡이 새겨진 5천 원권에 언제봐도 자랑스러운 세종대왕의 만 원권까지 우리 돈이 가득 채워진 앞표지가 친근하게 다가오는 책이다. 

'돈의 역사'라는 제목에 요즘 쉽게 만날 수 있는 정보 가득 담긴 책이려니 했다. '역사'란 원래 알아야 할 것이 워낙 많은 탓에 말이다.
막상 책장을 넘겨보면 '아니 이게 뭐야?'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전반적으로 바탕 가득 그림이 차지하고 있고 이야기하듯 풀어내고 있는 본문에 다소 뜨아~하다. 아닌게 아니라 요즘 아이들의 정보 책이 얼마나 차고 넘치는 정보들로 가득한데...이렇게 헐렁하게(?) 돈의 역사를 풀어내고 있단 말이야...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약간의 배신감마저 느낀다고 해야 할까?? 

하지만, 그런 나의 섣부른 실망은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아주 먼 옛날, 최초의 인류는 단순한 생활탓에 돈이라는 것 자체가 필요없었다는 이야기를 시작으로 수천 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사는 방식이 변함에 따라 물물교환을 시작하게 되고,또 수천 년의 세월이 흘러 정착생활을 하고 도시가 발달하면서 다양한 직업이 생겨났다는 것까지.... 잔잔하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일반적인 인류의 역사 바로 그것이다. 

자신이 가진 것과 필요한 것을 맞바꾸는 원시적인 형태의 물물교환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사람들의 거래에 편리함을 추구하게 되자 비로소 원시적인 형태의 돈(화폐)가 등장하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소금이나 찻잎, 조개껍질, 깃털, 동물 이빨, 담배, 담요같은 것이다.
또 오늘날 중동인 고대 수메르에서는 보리가 돈의 역할을 했다는 새로운 사실도 알게 된다.

소금이나 보리같은 것이야 돈의 역할을 하기에 부족함이 없지만 깃털이니 동물 이빨이니 하는 것에는 의문이 없지 않다. 어떻게 그것들을 화폐로 쓸 생각을 했는지?? 하긴 소금도 녹아버리는 단점이 있으니 그것 역시 마찬가지로 의문이다. 

그러다 마침내 가치가 높은 은을 사용함으로써 세계 최초의 금속 화폐를 발명한 수메르 사람들, 바퀴와 돛배도 발명하여 더 먼 곳으로까지 물건을 교환하게 됨에 따라 거래 수단인 은이 확대되는 결과가 되었다고....... 

주화가 처음으로 정부의 공식 화폐로 쓰인 것은 약 2700년 전으로 오늘날 터키에 위치했던 고대 왕국 리디아가 화폐 제도를 발명하여, 호박금과 은을 혼합하여 리디아 왕의 상징인 사자의 머리가 찍힌 주화를 거래 수단으로 사용하였다. 사용에 편리한 주화는 고대 그리스와 페르시아 제국은 물론 로마 제국에 이르기까지 거래 수단이 된다. 

실물 사진이 아니어서 다소 아쉽지만(역사적인 자료는 무엇보다 사실적인 것이라야 더 설득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비교적 세세한 그림의 다양한 주화들이 그나마 아쉬움을 달래준다.

새로이 놀라운 사실은 종이돈은 종이와 인쇄 기술이 앞섰던 중국에서 유럽보다 이미 수백 년 전부터 사용하고 있었다는 것. 게다가 중국 정부의 막강한 힘때문에 중국의 모든 지역에서 종이 화폐를 사용하였다니 이 역시 놀라운 사실이다. 

유럽에서 종이돈을 최초로 인쇄한 나라는 1500년대 초 아메리카 대륙을 정복하여 엄청난 금과 은을 소유하게 돼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고 강력한 나라가 된 스페인으로 당시 공식화폐로 채택된 '스페인 달러'와 잔돈으로 쓰인 조각난 돈이 참으로 인상적이다. 

북아메리카 식민지의 원주민들이 물고기나 모피, 목재를 주고 유럽의 물건과 돈을 얻고, 그렇게 얻은 유럽의 돈으로 물품을 사기도 했다니 다소 아이러니가 아닐 수없다. 게다가 옥수수나 담배, 물고기, 밀은 그렇다치더라도 손톱으로 물건 값을 지불했다니... 오호~ 놀라워라. 

주화와 지폐를 찍어내는 방법과 낡거나 오래된, 혹은 손상을 입은 지폐는 불에 태우고 그만큼 새 지폐를 인쇄하고, 주화는 녹여서 새 주화를 만든다는 것과 오늘날 거의 모든 나라에는 자기 나라만의 공식 화폐가 있다는 것까지 두루두루 돈의 역사를 들려주는 이 책이 어느새 진국처럼 다가온다.  

무엇보다 번역서가 가진 단점을 충분하게 보완하고 있는 <우리나라 돈의 역사>와 <돈에 대한 그밖의 정보들>까지 만족스럽게 담아내고 있다. 

우리나라 돈의 역사를 제대로 엿볼 수 있는 사진자료가 마음에 썩 드는데, 조선 시대에 전국적으로 유통된 최초의 엽전인 상평통보의 종류가 무려 3천 종이 넘었다니, 이거야말로 서프라이즈!가 아닐까....
빈 말이 아닌듯 당일전, 당이전, 당백전, 당오전, 중형전과 같은 상평통보의 분류와 천자문 순, 오행 순, 숫자 순, 부호 순 등의 상평통보의 종류를 보여주는 사진에 새삼 놀라게 된다. 

고조선 시대의 철로 만든 '자모전'을 시작으로 가장 최근에 발행된 2009년 6월의 오만 원권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화폐의 역사도 참으로 유구함을 알려주는 이 책, 첫 인상과 달리 제대로 우러난 진국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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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훔치고 싶은 것 미래의 고전 20
이종선 지음 / 푸른책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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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벽, 도벽....'
담담하게 말을 이어가는 여경이와 달리 여진이는 이야기에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뒷이야기는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고 '도벽'이라는 단어만 반복해서 들리는 것 같았다.
(본문 73쪽)

네 명의 또래소녀(같은 반)들이 등장하는 이야기는 요즘 한창 사춘기인 딸아이와 학년까지도 같아 사뭇 진지하게 읽혀졌다.
여진, 여경, 민서, 선주... 네 명의 같은 반 소녀들 사이에 흐르는 긴장이 감도는 이야기가 여진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학기초 발생한 도난 사건. 민서의 돈이 없어진 사건을 예사롭지 않게 느끼고 있는 여진이가 범인인지 아닌지 자못 헷갈리게 한다. 곧이어 등장한 여경이도 범인인듯 느껴지지만 진짜 범인은 누구인지 더욱 헷갈리기만 한다. 

같은 아파트에 살아서 함께 등하교도 하는 사이인 여진과 선주. 갑작스레 양궁 선수가 된 선주의 빈자리를 여경과 민서가 새롭게 파고드는 것같아 혼란스러운 여진. 그러나 여진의 혼란스러움은 단순한 자리다툼(?)이 아니라 여경과 민서의 불편한 관계를 알게 되면서부터이다. 그 사이에서 자신이 박쥐같다고 느끼는 여진은 게다가 누구에게도 말 못할 비밀까지 간직하고 있다. 다름아닌 민서의 물감을 슬쩍한 것! 

언제부터인가 주인이 없어 보이는 물건들만 보면 자꾸 갖고 싶어졌다. 하루, 이틀, 주인 없이 한자리를 지키는 물건들이 집에 돌아와서도 자꾸 생각났다. 그러면서 '내일도 있으면 좋겠다.'싶었다. 그러고는 다음 날 아침 일찍 학교로 달렸다. 보는 눈이 없는 시간에 그 물건은 여진이의 가방 속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달랐다.(본문 39쪽) 

여태껏 주인이 없는 물건만 가져오던 여진이 특활시간에 민서가 두고간 물감을 가져온 것이다. 엄연히 주인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 말이다. 그래서 가슴 한 구석이 점점 묵직해지고, 예정에 없이 여경을 집으로 데리고 간 날에는 그로 인해 더 큰 불안을 겪게 된다. 혹시 여경이 자신이 한 일을 눈치챈 것은 아닌지.....

게다가 여경이 뜬금없이 자신의 남동생에게 도벽이 있었다고 하지 않는가... 그런 여경이 자신이 민서의 물감을 훔쳤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까봐 노심초사하는 여진이 민서와 여경 사이에서 안절부절 못하며 불안해 하는 모습이 십분 이해가 되었다. 

아닌게 아니라, 아동 전문가들에 의하면 어린시절 '훔치는 일'은 누구에게나 한 번쯤 있는 일이라 하지 않는가? 나 역시도 기억을 더듬어보면 '훔쳤던' 일이 있었다. 하얗고 작은 비둘기 저금통(물론 내 것이기는 하였지만)에 든 동전을 빼내기 위해 방바닥에 누워 바늘로 침을 꼴깍 삼켜가며 긴장하던 일이며, 우연히 아버지의 겨울 코트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가 발견한 지폐와 동전에 몇 번을 망설이다가 동전으로는 과자를 사먹고 지폐는 다른 곳에 숨겨 놓고 며칠을 아버지가 기억하는지 못하는지 살피던 기억이 어제인듯 떠오른다.

저금통 사건은 어떻게 되었는지 기억도 안 나지만, 아버지의 코트 속 돈은 며칠 후 아버지의 불호령과 함께 따끔하게 매를 맞았던 기억때문에 결코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었다. 그 일의 후유증탓인지 어떤지 성인이 된 후로 나는 거짓말조차도 결벽증처럼 싫어한다. 그저 떨어진 돈도 줍지 않을 정도로.... 

아무튼, 아이들이 자라는 동안 누구나 한 번쯤 겪게되는 일(현상) 가운데 하나가 '훔치는' 일이라는 전문가들의 말에 뒤늦게 위안을 삼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여진의 경우에도 자연스러운 현상의 하나일까?

전문가들이 말하는 '자라는 동안'이라는 의미가 선과 악을 구별하는 사춘기 무렵의 아이들이 아니라 아직은 선과 악의 판단에 서툰 대여섯 살 무렵의 어린아이들에 국한된(?) 경우라면 다소 심각한 경우가 아닐까..... 

딱히 주인이 누구인지도 알 수 없는, 그대로 두면 버려질 것이 뻔한, 집에 가져와서도 대부분 쓰레기통 신세를 면하지 못하는, 그것들을 가져오는 여진의 심리란 과연 무엇일까?

아마도, 일로 바쁜 아버지와 엄마, 그리고 사춘기로 자기 자신 외에 관심조차 없는 언니 등 자신이 가족들의 관심 밖에 있다고 느끼는 여진이 버려진 물건들을 보며 마치 자신인양 느꼈던 것은 아니었을까?
주인이 없어 보이는 물건들만 보면 자꾸 갖고 싶어졌다는 여진의 말이 예사롭지 않은 것도 그때문은 아닌지......

단순한 또래아이들의 친구문제인 것도 같지만 보다 근본적인 관계와 관심에 대한 이야기가 또래의 딸아이를 둔 내게 의미있게 다가오는 이야기이다.
혹.. 내 딸아이도 관심과 사랑에 목말라 하는 것은 아닌지, 조심스레 살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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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봄 동백꽃 (문고판) 네버엔딩스토리 14
김유정 지음 / 네버엔딩스토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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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않아도 요즘 딸아이가 '만화로 된 한국문학소설'을 보고 또 보고하던 차에 만나니 반갑기도 하고, 중학교때 국어 참고서 각 단원 끝에 두어 장에 걸쳐 실려있던 단편을 읽고 또 읽고 하던 기억이 떠올라 새삼 반가운 책이다.

나도향, 이상, 이효석, 이광수, 현진건, 이광수, 현진건 등과 함께 우리나라 대표작가로 손꼽히고 있는 김유정. 그의 대표작이라 익히 알고 있는 <봄봄>과 <동백꽃>과 더불어 <이런 음악회> <두포전> <땡볕> <금 따는 콩밭> <노다지> <만무방> 등 낯선 작품 여섯 편이 담겨있다.

이미 여러 번을 읽었던 <봄봄>과 <동백꽃>임에도 불구하고 당시의 사투리가 고스란히 담겨있어 왠지 낯선 느낌도 간간이 들게하는데, 뒷편에 실린 <주석>을 찾아보기가 번거로워 그 뜻을 어림짐작하다보니 새로운 재미를 느끼게 한다.

짜장이 정말로, 쪼간이 사건이란 뜻이라니 새삼 재밌고, 거불지고, 쟁그럽다, 지다위, 후무려 내면, 나달, 고팽이...등등,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도무지 짐작조차 못할 말에 갑갑증이 일기도 한다.
그러고보면 우리말도 이렇게 어렵다니... 사뭇 깨닫게 된다. 

'아기장수'를 생각나게 하는 <두포전>은 옛이야기 같고, <이런 음악회>는 그리 오래지 않은 풍경을 담은 이야기같다. 아내의 뱃속에 아기가 죽은 줄도 모르고 병원에서 월급까지 받으며 치료받을 생각에 부푼 덕순이 끝내는 희연 한 봉 값을 마련하기 위해 모아둔 돈을 탈탈 털어 얼음냉수와 왜떡을 아내에게 사주는 모습에 가슴이 아파왔다.  

언제였던가.... 금줄기를 찾아 대박의 꿈에 너도나도 빠져들었던 때가?? 그리 오래지 않은 우리의 기억에도 불나방처럼 금맥을 찾아 허황된 꿈을 꾸던 그 시절이 있었다고 들었던 것 같다. 아마도 그런 허황마저도 간절한 현실로 꿈꿀 수밖에 없었던 가난한 시절의 모습을 담아낸 <금 따는 콩밭>과 <노다지>는 물론 가난한 소작농들의 배고픔이 담긴 <만무방>..... 가난한 시절의 아픈 삶이 고스란히 전해져 오는 듯하다.

모든 것이 풍족한 요즘, 김유정의 소설에 담긴 삶은 나의 어릴적 느낌과 또다르게 딸아이에게 전해질지도 모르겠다. 그럴수록 가슴 한 켠에 고이 보전해야 할 소중한 정경(情景)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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