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한 통과의례 - 1998년 뉴베리 아너 상 수상작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24
제리 스피넬리 지음, 최지현 옮김 / 보물창고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이 책에서 '잔혹한' 통과의례는 크게 두 가지로 읽혀졌는데, 하나는 해마다 생일을 맞이하는 아이들은 전설적인 링어이자 가장 멋지고 모두가 두려워하는 파커에게 가장 명예롭고 멋진 시험이기도 한 생일 의식을 치르는 것인데, 생일을 맞이한 아이의 팔꿈치와 어깨의 가운데쯤 부분을 파커의 주먹쥔 손 가운뎃손가락이 망치만큼 강하고 창만큼 날카롭게 나이 수만큼 강타하는 것이었다. 이때 만약 아픔을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지르기라도 하면 한 대 더 맞고, 또 눈물을 흘리기라도 하면 두 대를 더 맞게 되는 것이다.

 

때로 이 무시무시한 생일 의식을 피하기 위해 자신의 생일을 감추거나 생일파티조차 포기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주인공 파머는 기꺼이 이 생일 의식을 견뎌낸다. 입술을 깨물고 머릿속으로 소리 지르고 의자를 때려부수고 두개골에 몸을 부딪치면서 말이다.

 

또 하나의 '잔혹한' 통과의례로는, 10살이 된 소년들은 해마다 8월 첫째 주에 열리는 가족 축제의 비둘기 쏘기행사에서 다친 비둘기의 목을 비틀어 괴로움에서 구해주는 '링어'가 되는 것이었다. 주인공 파머는 아홉 살 생일 후부터 10살 생일이 될 때까지 1년 동안 그것(링어)에 대해 다친 비둘기가 괴로워한다면 왜 애초에 총으로 쏴서 괴로움을 주거나 왜 그냥 날려 보내지 않는지.. 끊임없이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10살 생일이 다가올수록 파머는 링어가 되고 싶지 않다는 것을 점점 느끼게 된다.

 

마을의 남자라면 누구나 그랬듯이 어른들은 물려주고 또 아이들은 물려받아 마치 전통처럼 해오던 '링어'에 불안과 회의를 느끼며 결국에는 '링어'가 되기를 거부하는 주인공 파머를 통해 앞서 말한 두 가지의 '잔혹한' 통과의례 外에도 소소하지만 결코 무시할 수없는 나름의(그 시기의) 통과의례가 곳곳에서 읽혀지는 것같다.

예를 들면, 아홉 살 생일을 맞이한 파머가 그전까지 친하게 지내던 도로시 그루지크를 생일초대에서 제외하고 '꼬마 망나니들'같은 빈즈 일당을 초대하기 위해 애를 쓰며, '스너츠(코딱지)'라는 지저분한 별명에도 축복을 느끼는 것... 등등이 나름의 통과의례가 아닐까 싶다. 어린아이에서 소년이 된다는 나름의 통과의례 말이다.

결국, 자신이 지독히도 싫어하는(공포를 느낄정도의) '링어'가 되기를 거부하고, 잠시나마 함께 했던 '니퍼'를 감싸안음으로써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을 기꺼이 견뎌낸 파머에게 마구마구 박수를 보내고프다.

 

문득, 우리도 자각하지 못하는 수많은 통과의례를 거치면서 살고 있는 다람쥐쳇바퀴 속의 우리 모습들을 들여다보게 된다. 줄줄이 사탕처럼 엮인 갖가지 시험들과 진학에 짖눌린 청소년기의 자유는 물론, 혹여라도 친구들 무리에서 따돌림이라도 당할까봐 전전긍긍하며 맘속으로는 탐탁지 않은 통과의례를 견뎌내고 있는 요즘의 아이들.

'링어'가 되기를 거부하고 주저없이 '니퍼'를 감싸 안았던 주인공 파머처럼, 우리의 아이들도 이제는 용기를 내어야 할 때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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