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 토토 The Collection 1
조은영 글.그림 / 보림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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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된 연령과 시대의 유행을 벗어나 그림책 본연으로 돌아간다'는 캐치프레이즈로 기획된 보림의 <The Collection>시리즈 두 번째 권이다.

1800년대 이전부터 이미 예술적인 분야의 하나로 다루어진(인식되기 시작한) 서양의 그림책 역사는 맨처음 어린이가 보는 그림책에서 어른도 보는 그림책으로의 단계를 밟아 현재에 이르고 있으며, '어른이 보는 그림책'은 최근(20년 전후?)에 이르러서이다.
그에 비하면 우리나라에서는 20세기(1990년대 중반?)에 이르러서야 본격적으로 (제대로 된) 그림책이 출판되기 시작하였다고 하니 그야말로 '새 발의 피'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린이만을 위한 그림책에서 벗어나 어른과 아이 모두가 즐기고, 모두가 갖고 싶을' 컬렉션이 탄생하였다는 소식에 쌍수를 들어 환영하고픈 마음이다.

딸아이가 초등저학년이었을 때 도서실 봉사를 할 때였는데 이제 막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들조차도 그림책은 자신들보다 어린아이들(유치원 꼬마들)이나 보는 책이라며 시시하게 여기는 것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딸아이조차도 그랬던 것 같다. 그림책은 글자가 적은 탓에 읽을 것도 별로 없는 쉬운(?) 책이라고 말이다.
아마도 이러한 현상(?)은 아이가 어렸을 때 글자를 막 읽기시작하면 읽기책으로 글자가 별로 없는 그림책을 내미는 엄마(부모)들의 탓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림책은 말 그대로 그림이 주(主)가 되는 책으로 그림이 내포하고 있는 혹은 전달하고자 하는 것을 독자가 나름대로 읽어내는 책이 아닐까.....
글자로 작가의 생각이나 의도를 확실하게 규정짓는 책보다 독자의 주관적인 독서(해석)이 무한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그림책의 장점이자 그림책이 어린아이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함께 볼 수 있는 이유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 '달려 토토'는  아이는 물론 어른도 함께 볼 수 있는 책임이 분명하다.
말과 경마장....... 이 책의 주요한 소재이자 배경이기도 한 이 두 가지가 이미 아이와 어른에게는 제각각의 의미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아이에게 말은 장난감이자 경마장이란 낯선 공간에서 처음으로 볼 수 있다는 설레임을 주는 살아있는 동물이다. 그리고 경마장은 살아있는 말을 볼 수 있다는 기대를 품게 하는 낯선 공간이다.
그러나 할아버지와 경마장에 있는 사람들에게 말은 더이상 살아있는 동물이 아니다. 그저 자신들이 배팅한 돈의 몇 배를 벌게 해 줄 그것(?)에 지나지 않는다. 경마장 역시 일확천금의 꿈을 꾸는 공간에 불과할 뿐이다.

등장한 말들 하나하나를 꼼꼼하게 살펴보는 아이와 달리 뭔가를 보거나 쓰거나 고민하면서 전광판을 보는 사람들 뿐이다. 심지어 아이의 할아버지 마저도.......
처음으로 실제로 살아있는 말을 보는 아이는 "와! 진짜 말이다."라며 감탄을 쏟아낸다. 그리고 알록달록한 옷을 입은 기수들이 서커스 단원들 같다며 말을 타는 기수들을 부러워 한다.
할아버지는 여전히 맨 먼저 들어오는 말에만 관심이 있다.
아이는 장난감 토토를 닮은 9번 말을 발견하고 9번을 응원하는데 할아버지는 7번 말을 응원하느라 정신이 없다.
결국 토토를 닮은 9번 말의 우승에 아이는 좋아라 하지만 할아버지와 사람들은 하나도 좋아하지 않는다.
"할아버지, 돈 많이 못 땄어?"라고 묻은 아이의 목소리가 힘없이 기어들어가는 것만 같다. 토토의 승리에 팔짝 좋아하던 아이의 기쁨은 어느새 자취를 감추었다.

그 후로도 아이는 할아버지를 따라 경마장에 가고 있는 것일까...
경마장에 가는 것이 점점 지겹고 토토도 다시 볼 수 없었다는 아이의 말이 더없이 슬프게 들려온다.
언제부턴가 말들이 다 똑같아 보인다는 아이의 말에 어느새 아이의 동심을 앗아간 경마장이, 할아버지가, 사람들이 자꾸만 미워진다.

그래서일까....경마장과 경마장의 사람들, 질주하는 말조차도  더없이 거칠고 우울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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