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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가족을 뭐라고 부르지? - 바르게 부르는 가족 호칭책
채인선 지음, 배현주 그림 / 미세기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개인적으로 정말 기다리고 기다리던 책이라 더없이 반갑고 또 반가운 책이다.
'가족의 가족'이라는 말만으로도 고개가 갸웃거려질 아이들이 많겠지만, 내가 어릴 적만해도 할머니 할아버지, 작은아버지, 고모, 삼촌, 고모할머니 등등 아버지의 고향을 찾으면 숨겨져있던 가족마냥 나를 반겨주시던 또 하나의 가족들이 적지 않았다.
특히나 무남독녀로 자란 나로서는 고종사촌은 물론 이종사촌들과의 만남은 설렘 그 자체로, 성탄절 전날밤의 두근거림보다 더 컸었다. 비록 여름방학이나 겨울방학, 혹은 설이나 추석명절에 시골할머니댁에서 만나는 것이 고작이었지만 처음의 서먹함은 어느새 헤어지는 아쉬움으로 변하고는 했었다.
큼직한 책 크기만큼이나 주인공 민규를 둘러싼 가족의 가족들이 엄청난 대가족을 이루고 있어 가족간의 관계와 더불어 호칭을 제대로 알아볼 수 있어 참 알찬 책이다. 물론, 주인공 민규처럼 친가와 외가에 두루두루 가족들이 있는 경우가 흔하지 않을 요즘이지만 주인공이 되어 자신의 가족들을 돌아보는 아이들이 적지 않을 것 같다.
가족의 가족이 많은만큼 화기애애, 화목이 넘치는 모습이 부러움을 절로 자아내는 민규의 가족의 가족의 모습에 살짝 질투가 나기도 한다. 나와 같이 무남독녀인 딸아이는 민규와 비교하자면 엄마쪽 가족이 거의 없는 셈이다. 외할아버지도 외할머니도 이미 고인이 되셨지, 이모나 외삼촌도 없지....그나마 다행이라면 나와 사촌인 삼촌과 이모(엄밀히 따지자면 5촌 관계인데..)로 여기며 무척 따른다는 것이다. 또 삼촌과 이모의 아이들과도 사촌(이 역시도 따지자면 6촌 관계인데...)처럼 잘 지내고 있다.
어느덧 핵가족화가 보편적인 가정의 모습처럼 변한 우리 사회에서 민규의 가족관계는 어쩌면 이상향에 지나지 않을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민규가 들려주고 보여주는 가족의 가족의 모습을 통해 우리 가족의 현재 모습을 돌아보고, 앞으로 자신이 만들어갈 가족의 모습을 한 번쯤 그려보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싶다.
여름철 바닷가도 함께 가고, 가족의 결혼식이며 입학식에도 함께 축하하고, 명절에도 함께 모여 명절음식도 함께 만들고, 즐거운 나들이도 함께 하는 민규의 가족의 가족의 모습을 보며 초핵가족화로 단촐해진 요즘 가족들의 모습이 더없이 쓸쓸하고 허전하게 다가오지만, 한편으로는 대가족에의 바람이 무럭무럭 피어나는 책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