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살의 특별한 여름 - 국제독서협회 아동 청소년상, 뉴베리 영예상
재클린 켈리 지음, 김율희 옮김 / 다른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평소 읽은 후에 깊은 여운으로 생각에 잠기게 하는 <다른>의 책이라 망설임없이 읽게된 책이다.
제법 묵직하고 두툼한 두께가 적지 않은 부담을 느끼게 하지만 열두 살 캘퍼니아(캘리)의 이야기에 어느덧 책장은 술술~ 넘어간다.

여섯 명의 남자형제들에 둘러싸인 캘퍼니아의 이야기는 20세기를 코앞에 둔 1899년의 여름을 시작으로 펼쳐진다. 1863년의 노예해방선언과 1865년의 남북전쟁 종결에도 불구하고 목화를 재배하는 농장을 소유하고 쿼드룬(흑인의 피가 4분의 1인 혼혈아)을 요리사로 둔 캘퍼니아의 집안 이야기는 아직 노예해방이 전면적으로 현실화되지 이전의 상황이라는 것과 더불어 여성차별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곳곳에서 보여준다. 

지금으로부터 100여 년전의 미국의 남부지역에서 살고 있는 열한 살 소녀 캘퍼니아가 남자형제들 틈바구니 속에서 유일한 여성으로서 자라나야할 현실과 그러한 현실에 일찍부터 본능적으로 반항(?)의 기질을 드러내는 캘퍼니아에게 한 지붕 아래 함께 살고 있으며 수상쩍인 냄새를 풍기는 존재였던 할아버지는 다행히 소리없는 응원자이자 든든한 지원자가 된다.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지렁이를 훈련시킬 수 있다고 말하며 몸소 그것을 증명하듯 딱딱하고 말라붙은 땅에서 지렁이들을 잡아 라마 오빠에게 팔기까지 하는 캘퍼니아. 그런 캘퍼니아를 타고난 박물학자라며 포켓형 빨간 가죽 공책을 주는 해리 오빠로 인해 비로소 캘퍼니아의 내면 깊숙이 숨어있던 천성이 움트기 시작한다. 

박물학자의 정확한 뜻을 비록 알지 못하지만 본능적으로 '주변에 보이는 것에 관해 사람이라는 뜻'으로 파악하며 기꺼이 자신의 여름방학을 박물학자로 보내기로 마음먹는 캘퍼니아.
캘퍼니아의 호기심같은 관찰은 낱낱이 빨간 가죽 공책에 의문과 질문으로 적혀지고, 그에 대한 해답을 얻기위해 생각하고 또 생각하며, 관찰하고 또 관찰한다. 이것이 바로 '자연(물)의 종류와 성질, 생태 등을 연구하는' 박물학자의 태도 그것이 아닐까.. 

개와 홍관조에 이어 서로 다른 두 종류의 메뚜기에 대한 궁금증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 평소 엄두조차 내지 못하던 할아버지를 찾아갈 용기까지 낸 캘퍼니아. 마침내 할아버지와 손녀가 아닌 자연에 대한 공통된 관심을 가진 동지로서의 관계가 도는 듯하다. 그동안 외롭게 혼자만의 연구실(실험실)에서 지내던 할아버지에게는 기특한 꼬마 동지를, 캘퍼니아에게는 박물학자로서의 기본적 소양을 배울 기회를 얻게 된다. 

할아버지를 통해 박물학자로서의 권위자 다윈과 그의 저서 '종의 기원'을 접하게 되는 캘퍼니아는 더이상 어린 소녀가 아니라, 예리한 관찰자로서 뿐만 아니라 자신의 한계조차도 기꺼이 극복하고자 한다. 

무엇보다 할아버지와 함께 우연하게 발견한 식물(새로운 종의 살갈퀴)을 스미스소니언협회로부터 새로운 종 '테이티 갈퀴'의 발견자로 연락을 받는 순간에는 내 마음도 찌르르 해져왔다. 설마했던 마음이 다행이란 안도와 함께.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로는 쉽게 꿈조차 꿀 수없는 '북극광, 해리 후디니, 태평양이나 대서양과 같은 바다, 나이아가라폭포, 코니아일랜드, 캥거루, 오리너구리, 에펠탑, 그랜드캐니언, 눈'같은 것을 보고싶어하는 당찬 소녀 캘퍼니아.
비범한 열한 살 소녀의 관찰력만큼이나 가족 구성원들 하나하나를 흥미롭게 들려주는 이야기와 함께 19세기 말 미국 남부의 시대적 풍경이 흥미롭게 다가오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