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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소리쟁이 고모가 좋아 ㅣ 내책꽂이
미리암 프레슬러 지음, 홍미라 옮김, 이승연 그림 / 크레용하우스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때아닌 검은 선글래스에 머리수건까지 쓰고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는 고모가 바로 잔소리쟁이 고모임을 한눈에 척! 알 수 있는 표지그림이 책을 읽기도 전에 웃음을 던져준다.
연세가 많으신 할아버지 할머니를 요양원까지 모셔드려야 하는 아빠 엄마를 대신해 니콜과 케빈 남매를 돌보기 위해 고모가 오기로 되어있지만, 정작 어린 남매는 잔소리쟁이 고모가 벌써부터 싫기만 하다.
원래 아이들이란 무턱대고 잔소리를 싫어하기 마련이니... 때로는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잔소리마저도 듣기 싫어하니 말이다.
사실 부모(보호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어디 잔소리할 일이 한두 가지라야 말이지. 그렇다고 잔소리하기 좋아하는 부모가 과연 있을까.
잔소리를 듣기 싫어하는 아이들만큼이나 잔소리를 하기 싫어하는 것이 부모의 심정이란 것을 아이들은 짐작이나 할까. 그저 어른들이 하는 소리는 으레 잔소리로만 들으려는 아이들..
니콜과 케빈 남매는 고모가 도착하기 전부터 고모의 잔소리에 심란해 한다. 심지어는 고모부 혼자 지내기 힘들까봐 쓸데없는 걱정까지 한다. 그렇다고 둘만 달랑 남겨놓고 떠날 아빠 엄마가 아닌데도 말이다.
결국엔 체념을 한 것인지 포기를 한 것인지 고모의 방문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인 아이들이 제일 먼저 한 것은 다름아닌 고모로부터 받을 선물! 역시나 아이들답다.
무당벌레에 관한 책을 받고 싶은 케빈은 인라인스케이트를 받고 싶어하는 니콜에게 김칫국부터 마시지 말라는 의젓한(?) 충고까지 한다.
아무튼, 이런 사실을 아는지모르는지 남매를 돌보기 위해 도착한 고모는 착한(?) 조카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선물을 안긴다. 이 순간만큼은 잔소리쟁이 고모라도 좋지 않을까...
아이들의 어지러운 방과 집안 구석구석을 청소하고, 노릇노릇한 감자튀김과 향긋한 사과소스를 뿌린 샐러드를 곁들인 고기를 먹으며 아이들과 함께 키득거리는 고모의 모습엔 절로 부러움이 생겨난다. 저런 고모가 있었으면 하는 간절함까지도...
어느덧 중년이 된 나의 고모들은 손주에 증손주까지 둔 호호할머니가 되었고, 딸아이에게는 고모가 아예 없으니 '잔소리쟁이 고모'는 우리 모녀에게는 이룰 수 없는 바람인 셈이다.
잔소리쟁이 고모라는 니콜과 케빈의 소개(?)에도 불구하고 나뭇가지 위에 아기 고양이를 구하러 올라갔다 오히려 곤경에 빠진 고모의 모습은 난처하기 그지 없다.
결국엔 구조대원들에 의해 무사히 나무에서 내려온 고모의 모습을 본 아이들은 새로운 모습의 고모를 발견한듯.....
새롭게 시작될 고모와 아이들의 관계가 어떻게 펼쳐질지 사뭇 궁금하다.
어쩌면 세상에 둘도 없는 고모와 아이들의 엉뚱한 사건이 기다리고 있지는 않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