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함께 죽음을 이야기하자 1218 보물창고 3
게어트루트 엔눌라트 지음, 이옥용 옮김 / 보물창고 / 2011년 2월
평점 :
절판


죽음도 삶의 일부라고 했던가... 그럼에도 죽음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아마도 다시는 볼 수없는 영원한 이별로 인한 두려움, 그 막막함때문은 아닐까...

하루에도 수차례 죽음에 관한 기사를 접하고는 하지만 그 '죽음'에 대해 우리는 무덤덤하게 받아들일 뿐이다. 하지만 간접적으로라도 자신과 무관하지 않은 죽음에 대해서는 전혀 무덤덤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간혹 직접적인 죽음을 목격하게 되면 더이상 죽음은 남의 일이 아닌 것이 되고 더이상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닌 가슴이 먹먹해지는 현실이 된다.

나 역시도 맨처음 '죽음'앞에서 당혹하게 된 것은 다름아닌 엄마의 죽음이었다. 돌아가시기 전에 이미 암이라는 병명과 함께 남은 시간이 6개월 정도라는 청천벽력같은 진단결과를 접하고도, 또 예고된(?) 6개월보다 좀더 긴 1년을 넘어 돌아가신 후에도 한동안 엄마의 부재를 실감하지 못했었다. 길을 걷다가도 불쑥 엄마를 만날 것같고 이 세상 어딘가에 변함없이 살아계실 것만 같은 생각에 사로잡혀 눈물조차 나지 않았다. 

그때의 슬픔은 온전히 나만의 것이었고 나 스스로 극복해야 할 문제이기도 했다. 가족 누군가에게 혹은 주변의 사람들에게조차 내색할 수 없는, 속으로만 곱씹어 대는 믿기지 않는 꿈같은 일이었다. 어쩌면 꿈이기를 간절히 바랐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제법 많은 시간이 흐르고서야 이제는 보고싶어도 볼 수 없고 만날 수도 또 만질 수도... 없다는 사실이 느껴지자 비로소 눈물이 시도때도 없이 흘렀다. 이제는 엄마가 없다는 것, 엄마라고 불러볼 수조차 없다는 것이 사실이고 현실임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  

20년이 다 되어가도록 돌아가실 무렵 엄마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동안 결혼도 하고 딸아이도 낳고 또 아버지도 돌아가셨지만, 문득문득 엄마가 그리워질 때가 점점더 많아지는 요즘이다. 나 역시도 언젠가 엄마처럼 아버지처럼 딸아이를 가족을 남겨두고 영원한 이별을 해야한다는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물론 세상의 모든 것을 두고 나 혼자만 퇴장하듯 홀연히 사라져야 하는 그날이 생각만 해도 두렵기만 하다. 어느덧 죽음의 주체가 될 수도 있음을 헤아리는 나이가 되었음이다.
그러고보면 정말 죽음은 삶의 일부이고 또 연장임을 어렴풋하게 느끼게 된다. 

어떤 이유로든 마주하게 될 나의 죽음을 상상해 볼 때 가장 참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엄마를 잃은 딸아이이다. 사람은 여타의 동물(생물)들과 달리 죽을 때까지도 부모의 그늘에서 살아가는 것이 사실일텐데 더이상 딸아이의 그늘이 되어줄 수도, 편안한 안식처가 되어줄 수도, 마음껏 투정부릴 수 있는 자리를 내어줄 수도 없음에 절로 슬픔이 밀려온다. 

그래서인지 죽음에 대해, 여러가지로 이야기하며 죽음을 이해하고 슬픔을 극복하는 상황이 담긴 이 책이 위안처럼 느껴진다. 특히, 자연사뿐만 아니라 사고나 자살, 병으로 인한 죽음의 다양한 경우까지 헤아려봄으로써 죽음은 예고 없이도 불쑥 우리의 삶에 출현할 수도 있음을 깨닫게 한다.
또, 죽음의 주체(?)는 할아버지, 할머니처럼 노인들뿐만 아니라 부모나 형제자매, 친인척 혹은 선생님과 친구, 친구의 부모도 될 수 있음을 생각해 보게 한다.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 역시도 아이나 어른들 할 것 없이 제각각 그 슬픔의 정도와 반응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이며, 극복하는 시기도 저마다 다를 수 있음을 깨우쳐 준다.
마냥 슬퍼할 수도 있지만 때로는 분노와 공격적으로 표현될 수도 있음을.....또 엄청난 두려움으로 떨게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특히, 아이들에게는 정신적인 충격이 될 수도 있는 죽음은 전문가의 상담이나 심리치료까지도 필요하다고 하니...여태껏 죽음에 대해 우리(어른들)와 별반 다를 것없이 혹은 그다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얼마나 위험한지 새삼 돌아보게 한다. 

누군들 죽음 앞에서 아무렇지도 않을 수 있을까... 특히나 사랑하는 가족이 예기치 못한 죽음을 당했을 때는 더욱 그렇다. 죽음을 당한 당사자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하고 그러한 죽음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경우라면 더욱 그렇지 않을까....
하지만, 죽음은 어느 누구의 잘못도 인한 것도 아니고, 또 어느 누구의 노력으로 극복되는 것이 아닌 온전한 자연의 순리이지 않을까.. 

너무 멀게만 느껴지는, 그래서 결코 내게는 닥치지 않을 것 같은 '죽음'. 그러나 분명 우리 삶의 일부인 죽음. 현실감이 없을 때 한 번쯤 아이와 '죽음'에 대해 이야기 해보기에 좋을 책이다. 건강하더라도 만일의 경우를 위해 면역력이 생기도록 예방접종을 하듯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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