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열두 달 명절이야기 오십 빛깔 우리 것 우리 얘기 1
우리누리 글, 김병하 그림 / 주니어중앙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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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나는 열두 달 명절 이야기'라는 제목이 잔잔하게 다가오는 책이다. 새해의 첫 명절 설날을 시작으로 정월대보름, 한식, 단오, 유두, 칠월칠석, 추석, 중양절, 동지와 한 해의 마지막 날인 섣달 그믐날까지 명절의 유래를 담은 이야기와 명절 음식을 다양하게 만나볼 수 있다. 

새해의 첫 날인만큼 마음이 설레게 하는 설날에는 어머니들이 정성껏 만든 '설빔'도 입고 돌아가신 조상들을 섬기는 차례도 지내며 어른들께 세배도 드리고 덕담도 듣는다. 한 해의 복을 얻기 위해 대들보나 부엌문 앞에 걸어두는 복조리를 사는 것도 설날 이른 새벽이며 댓돌 위에 벗어 놓은 신발을 훔쳐가기 위해 야광귀가 나타나는 것도 설날 밤이다. 

새해를 맞이하는 날로 바쁜 설날이 지나고 나면 한 해 동안의 세세한 일을 바라는 정월대보름이 다가온다. 부럼을 깨물어 부스럼을 막고 친구의 이름을 부르며 더위도 팔고 다리를 밟으며 다리의 건강을 기원하고 달집을 태우며 한 해의 무탈을 빌던 정월대보름. 무엇보다 우리를 즐겁게 하는 것은 오곡밥과 묵은 나물을 먹는 것이 아닐까... 

'찬 밥을 먹는 날'의 유래가 되는 개자추 이야기도 재밌지만 한식무렵이 나무를 심는 식목일과 비슷한 시기에 있다는 것이 더 신기한 한식도 있고, 그네를 뛰고 씨름판도 벌어지는 단오, 동쪽으로 흐르는 물에 머리를 감으며 더위를 식히고 여유를 즐기는 유두도 어쩜 그리 시의적절한지...농사를 기본으로 살아가던 조상들의 지혜와 슬기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견우와 직녀의 애닯은 사랑이 먼저 떠오르는 칠월칠석이 지나면 오곡백과가 풍성해 마음까지 넉넉해지는 추석으로 달을 닮은 송편을 빚어 먹고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를 담은 강강술래도 뛰며 농악 놀이도 즐긴다.
산에 올라 국화주를 마시며 가을의 흥취를 즐기던 음력 9월9일의 중양절은 다소 낯선 명절로 다가왔다. 둥근 새알이 맛난 팥죽을 먹는 동지 역시도 중국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가 유래가 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일 년의 마지막 날인 섣달 그믐날에도 새해 첫 날과 마찬가지로 의미있는 일들로 한 해를 마무리 하는 날이다. 질벼이 없어지라며 집 안에 있던 묵은 약들을 불에 태우고, 한 해를 무사히 잘 보냈다는 것을 알리는 묵은 세배도 드리고, 지난 해 동안 집에 들어와 있던 나쁜 귀신들과 재앙을 버리는 대청소도 하고, 부엌에 살면서 집안을 보살펴 주는 부엌 귀신 맞이도 한다. 또 푸른 대나무를 태우는 대불놓기로 집안에 잡귀신들을 쫓으며 깨끗한 새해 맞이를 준비한다. 

농사를 천하의 기본으로 사계절이 뚜렷한 자연환경에서 생활하던 조상들의 모습을 잘 들여다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열두 달 명절이야기가 아닐까...
그러나 어느덧 시대가 변하고 생활모습이 바뀜에 따라 잊히고 사라진 명절이 적지 않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변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변하지 않아야 할 것도 분명 있을 터, 그것이 바로 소중한 우리의 문화, 명절이 아닐까 싶다. 

조상들의 삶에 대한 지혜가 담긴 명절이 잊히고 사라진 것이 단순히 시간의 흐름, 시대의 변화 탓이 아니기에 더욱 그렇다. 우리의 명절 분실이 무엇보다 일제강점기 문화말살정책이 가장 큰 원인이 아닐까....
그 시기에 빼앗긴 소중한 우리 문화유산을 되찾기 위한 운동도 벌어지고 있지만, 그와 함께 우리 스스로 돌이켜 되찾아야 하는 문화 '명절'이 아닐까 싶다. 그래야 진정으로 신 나는 우리 명절을 느낄 수 있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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