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요일에 2011학년도 대입수능 성적이 발표되었다. 언제나처럼 최고점을 받은 학생의 소식이 관심을 끌었다. 4과목 만점을 받은 여학생인데 학원에 다니지 않고 예복습 위주의 철저한 시간관리를 했다는 내용이었다. 마침 기말고사를 준비하고 있던 예비중학생 딸아이에게 그 내용을 읽어주었더니 '엄마, 그걸 믿어? 다 그렇지...'라며 일축한다. 내 딴에는 딸아이 역시 여태껏 학원 한 번 안다니며 나름 잘하고 있는 것같아 용기(?)를 내라는 마음에서였는데... 지난 일요일에도 시험공부를 하던 딸아이가 대뜸 우리나라의 교육정책에 회의적인 말들을 늘어놓았었다. 이제 곧 중학생이 되면 좋은 고등학교 가기위해 공부해야 하고, 또 고등학교에 가면 대학에 가기위해 또 공부해야 하고, 대학졸업하면 좋은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 또 공부해야 하고...도대체 사는 것이 뭔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덧붙였다. 모르긴몰라도 내 딸아이만 자신 앞에 놓인 현실이 점점 버겁게 느껴지는 것은 아니리라. 가끔 딸아이의 반 아이들의 그룹과제를 한다면 우리집에서 모인 적이 있는데 아이들 끼리의 수다를 듣다보면 어디서 들었는지 우리나라와 다른나라의 교육정책의 차이를 놓고 나름 왈가왈부하기도 하고, 중학교 지원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기도 한다 그 모습에 초등학생 철부지라고, 아직은 세상물정 모르는 어린아이라고만 생각할 것이 아니란 생각이 퍼뜩 들었다. 아이들도 나름 자신과 미래에 벌써부터 진지한 고민을 하는구나 싶어서 말이다. 부모들보다는 적어도 또래 친구들끼리라도 말이다. 이런 아이들이 차차 눈앞의 현실에 눈뜨게 되면 희망(밝은 전망)보다는 어쩔 수 없는 갑갑함에 절망하지나 않을까...벌써부터 마음 한구석이 짠해져온다. 부모인 나로서도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니 말이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지?? 따지고 보면 부조리한 체제를 바꾸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는 않을 것 같은데....무엇이 속시원한 해결보다는 불편하더라도 감내하게, 혹은 알면서도 외면하게 하는 것일까.... 어느덧 불편한 현실을 체념하듯 수용하는 기성세대가 되어버린 나로서는 그 불편함을 고스란히 답습하게 될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뿐이다. 더불어 아이들만큼은 체념보다는 싸워서라도 불편을 개선했으면 하는 뻔뻔한 마음조차 해본다. 요즘의 편치 않은 나의 마음때문이었는지 후딱 읽어버리게 된 책이다. '교실 밖 아이들...'이란 제목이 한창 대입에 쏠려있는 관심을 누그러뜨리게 하였다. 어쩌면 책 속에 등장하는 교실 밖의 아이들에게 대입은 남의 일일지도 모른다는..... '지역사회교육전문가'라는 낯선 직함을 가지고 있는 저자는 학교에서 아이들(대부분 왕따나 문제아로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의 상담이나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7년 넘게 교실 밖 혹은 학교 밖의 아이들과 만나면서, 제각각 다른 상처로 고통받고 있는 아이들에게 '책'으로 소통해 온 저자의 이야기가 대입시험 점수로 고민하는 아이들과는 또다른 세상(?)을 살고 있는 아이들이 있음을 일깨워준다. 대부분의 아이들에게는 평범한(?) 일상이 어떤 아이들에게는 자신이 처한 현실로 인해 자신의 것이라 인식조차 할 수 없기에 말이다. 부모의, 가정의 문제때문에 자신이 속한 교실이나 학교에 안주할 수 없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부모나 학교가 이런저런 이유로 관심을 두지 못하는 아이들의 곁에서 아이들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려는 저자의 모습에 문득 '보호자'의 의미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종종 학교에서 보내온 가정조사서같은 것을 작성하노라면 '보호자'란이 있는데 이는 분명 아이를 법적으로 친권을 행사하는 사람을 의미하겠지만 사회적으로는 부모가 아니더라도 약자인 아이들을 보호해 주어야 할 사람이나 단체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7년 넘게 저자가 현장에서 만난 아이들의 이야기에 가슴이 뭉클해지기도 하고 눈물이 나기도 했다. 분명 아이들은 약자임에 틀림없었다. 부모든 학교든 사회든 자신들보다 든든한 누군가의 보호를 필요로 하는... 사실 요즘의 아이들은 부모들만의, 가정의 울타리로만 지켜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지 않은가 말이다. 과거보다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맞벌이 가정이 늘다보니 부모의 공백은 커지고 가정은 더이상 아이들에게 편안한 안식처가 되지 못한다. 부모에만 한정된 (법적)보호자보다도 저자와 같이 나름의 문제를 안고 있는 아이들의 마음만이라도 시시때때로 헤아려줄 수 있는 현실적인 보호자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요즘이 아닐까 싶다. 비록 저자의 경우에도 아이들이 처한 문제를 온전하게 도와줄 수 없어 진한 미련을 남기기도 하지만 말이다. 누구보다(어쩌면 부모보다) 아픔을 품고(숨기고) 있는 아이들의 실재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던 저자의 이야기가 불편한 진실을 일깨우듯 가슴을 파고든다. 때마침 들려오는 지난 8일 기습강행처리된 2011년도 예산안 가운데 방학중 결식아동 급식지원비가 한푼도 배정되지 않았다는 소식에 분노가 밀려온다. 이런 몹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