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몽
황석영 지음 / 창비 / 201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난 달 6월 29일이 우리 역사상 잊지 못할 충격으로 기록된 사건중 하나인 삼풍백화점이 순식간에 무너진지 15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그다지 기억력이 뛰어나지 않은 나조차도 그 무렵에 앞서거니뒷서거니(?)하던 두 개의 큼지막한 사고로 TV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며 충격을 받았던 사건은 다름아닌 성수대교 붕괴와 삼풍백화점 붕괴.

두 사건 모두 건설과 관련된 큰 사건으로 당시 건설에 관련된 관계기관과 책임자들에게 향한 국민적 분노는 한동안 그칠 줄 몰랐다. 한마디로 어쩔 수 없는 자연재해가 아니라 분명한 인재라는 점에서 말이다.
특히, 진작부터 붕괴의 조짐이 보였다는 삼풍백화점의 경우에는 수많은 사상사와 피말리는 구조작업이 생생한 뉴스로 매일매일의 소식으로 전해지며 국민들의 가슴을 졸이기에 충분하였다. 

그럼에도 어느새 15년이 훌쩍 지났나싶게 잊고 살았던 사건이었는데(간간이 최후의 생존자로 구조되었던 3명의 그후 소식이 들렸었던 것도 같다), 얼마전 인터넷서점에서 연재되었던 이 작품 속에서도 중요한 사건으로 나의 어슴푸레한 기억을 더듬게 하였다. 

강남몽(夢)이란 제목에 문득 강남은 꿈인가? 강남은 허무한 꿈에 불과한가? 강남은 꿈처럼 허망하게 무너진다는 뜻일까?... 등등 이런저런 추측이 꼬리를 물고 일어난다. 
강남이 언제부터 지금처럼 꿈(?)의 도시로 부상하게 되었을까? 아마도 근대화로 강남개발이 시작된 이후 부동산 투기바람이 성공을 거두면서부터가 아닐까 싶다. 사회의 질시와 함께 은근한 선망을 받던 세칭 '복부인'이란 말이 등장한 것도 그 무렵이 아니었을까? 

1960~70년대 강남 개발을 위해 강북개발 제한 조치라는 강압적 제도까지 시행한 정부에 의해 우리나라의 부동산 투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았을까 하는 것도 짐작케 한다. 

그다지 오래지 않은 몇십 년의 시간동안 부의 상징으로 우뚝 솟아오른 부동산 신화와도 같은 강남 땅의 역사를 다섯 장에 걸쳐 각각의 주인공(대표적인 인물?)을 통해 그려내고 있는데, 룸살롱 출신으로 만만찮은 부동산 소유자에 재벌의 후처인 박선녀를 중심으로 대성백화점의 김진 회장과 부동산 투기로 성공하는 심남수, 조직폭력배 홍양태 등이 우연과 필연처럼(언제나 그렇듯) 관계를 맺으면서 강남 개발사에 각부문별(?)로 굵직한 역할을 맡고 있다. 

강남개발과 관련하여 부동산 투기와 개발을 둘러싼 기회주의자들의 운 좋은 한탕같은 사건으로 펼쳐지고 있는데, 조선왕조의 몰락 이후를 우리나라의 근대사로 본다고 하여도 일제 강점기 하에서 자발적인 근대화가 아닌 점을 고려한다면 일본의 패망이후 정치적 혼란기와 6.25 전쟁을 겪고난 이후가 비로소 자발적인 근대화가 아닐까 싶다.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말이다.

그러고보면, 6.25 전쟁이후 불안한 정세를 경제적인 안정을 도모하고 정치적 정치자금 확보을 확보하기 위해 강남개발이 중요한 프로젝트로 진행되었음도 구체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근대사에 어두운 내게는 2장의 '생존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부분이 어렵지만 관심있게 읽혀졌다. 바로 대성건설 김진 회장의 파란 많은 삶을 통해 해방이후의 정치적 소용돌이와 함께 제5공화국때 이철희 장영자 어음사기사건까지.... 비록 대성백화점의 붕괴로 승승장구하던 김진 회장의 삶이 그제야 브레이크가 걸린듯 하지만 말이다. 

이야기는 실제 삼풍백화점 붕괴 사건때 마지막으로 구조된 이가 백화점 여점원이었던 것처럼 백화점 점원인 임정아가 구조되는 것으로 끝을 맺고 있다. 주인공 박선녀는 강남몽의 덧없음의 표상인듯 그렇게 죽음의 잠 속으로 빠져든다. 

당시 강남 개발에서 비롯된 사회적인 병폐로 오늘날까지도 질기게 이어지고 있는 일확천금을 노리는 부동산 투기의 바람의 근본을 파헤치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바탕으로 우리 근대사의 정치적, 시대적 흐름을 함께 알 수 있는 굵직한 이야기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