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도 충분히 좋은 엄마다
펠리치타스 뢰머 지음, 송안정 옮김 / 오마주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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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노릇, 부모노릇하기가 요즘처럼 녹록찮은 때가 있었을까?
한마디로, 전무후무(물론 앞으로 더할 수도 있겠지만)한 일 가운데 하나가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 

내가 자랄 때만 해도 몇몇 열성적인 엄마들을 일컫는 '치맛바람'을 제외하고는 그저 평범하게 자식의 뒷바라지로도 충분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그것도 옛일이 된듯,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요즘이다.
뒷바라지는 당연지사이고 앞에서부터 탄탄대로를 닦아주듯 나서서 자식의 미래를 열어주는 것이 당연한 부모의 몫이고 능력인 것처럼 열렬한 모습이다. 

과연 요즘의 부모들이 과거 부모들의 뒷바라지에 만족하지 못하고 앞서서 요란을 떠는 것은 무엇때문일까... 절로 고민스러운 요즘이다.
그러고보면 나는 요즘 부모들보다 과거 부모들의 모습에 더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대놓고(떳떳하게?) 잔소리를 하는 것이라고나 할까. 

한창 사춘기인 딸아이는 시기적으로도 예비중학생이어서 내 마음을 좌불안석이게 하낟. 여태껏 학원은커녕 방문수업 한 번 안 하고 초등 6년을 꿋꿋하게 버텨오고 있는데, 주변에 하나둘 학원이나 개인교습을 받는 아이들이 늘어가는 것을 보며 내심 피어오르는 불안감 앞에 나 역시도 초조하게 된다. 

그렇다고 무턱대로 '이제부터 학원을 향하여 앞으로 가!'하고 딸아이의 등을 떠밀기란 죽기보다 싫으니, 하루하루 늘어가는 것은 딸아이를 닦달하는 잔소리이다.
게다가 나는 당당함을 넘어 뻔뻔함을 두루 갖춘 엄마이다보니 엄마앞에서는 고양이 앞에 쥐인 딸아이이다. 

아닌게 아니라, 학원을 보내지 않으면서도 또 잔소리를 하면서도, 때때로 영문없이 성질을 폭발시키면서도 당당한 내 모습이라니... 가끔 혼자서 돌이켜 생각해 보면 새삼 미안한 마음이 일고는 한다. 
하지만, 요즘처럼 엄마로 살아가기가 쉽지 않다보니 엄마라는 자리가 바늘방석에 앉는 것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리란 생각은 결코 들지 않는다. 비록 바늘방석에 앉아본 경험조차 없지만 말이다.

그래서 몹시 반가운 이 책, '나는 지금도 충분히 좋은 엄마다~'. 정말 그렇고 말고.. 아이들에게 엄마라는 그 자체로 편안한 안식처이고 의지할 수 있는 버팀목이 아니던가?

그런 엄마가 옆에 있다는 것으로도 아이들에게는 세상 그 어느 것보다 소중한 일일진대.. 어떻게 된 게 요즘 초등학교 한 반에는 평범한(정상적인?) 가정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의 수가 과거에 비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간간이 뉴스에서 전해오는 무슨무슨 통계를 들어보아도 한부모가정이니 조손가정이니 하는 이야기가 낯설지 않고, 이혼율 역시 나날이 증가되고 있는 추세이다.

그런 현실이다보니 엄마로서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 무엇보다 아이들에게는 든든한 일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배우자의 마찰과 갈등이나 또 다른 문제로 인한 이혼, 별거, 죽음 등등 아이들을 곁에서 지켜주지 못하는 이유가 과거보다 많이 증가한 현실에서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들처럼 좋은 옷, 재미난 장난감을 사주지 못해서, 다른 아이들이 다니는 학원에 보내지 못해서 아이들에게 빚을 진 것처럼 떳떳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부모들. 또 그런 불편한 마음때문에 아이에게 마음과는 달리 신경질을 부리고 부부간에 싸움이 되기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따지고 보면 그게 다 이 망할 놈의 교육현실 탓이 아니던가?
그런데도 아이들의 교육은 온전히 부모들의 탓인양 몰아부치는 우울한 현실이라니...... 

자신의 살과 피를 아낌없이 빚어내어 세상에 내놓은 자신의 분신과 같은 자식들. 그런 자식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라나는 것으로도 족한 것이 부모의 마음이 아닐까?
그런데도 무엇이 이토록 엄마로서, 부모로서의 자리를 불편하게 하는가?
아이들에게 떳떳하지 못할 것이 무엇이고, 주눅들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쓸데없는 죄책감과 필요없는 욕심때문에 자신은 물론, 자식들에게 까지 피해가 가는 불행은 더이상 없어야 하지 않을까?
지금 이 순간에도 아이들과 복닥거리며 우울한 현실을 마냥 자신의 탓으로 돌리는 엄마들에게 제목만으로도 위안이 되는 책이다.
'나는 지금도 충분히 좋은 엄마다~' 그럼 그렇고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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