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마음속으로 - 아이 감정표현에 담긴 진짜 속마음 읽기
이자벨 필리오자 지음, 권지현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10년 2월
평점 :
절판


우리 속담에 '자식 겉 낳지 속 못낳는다'라는 말이 있다.  그저 어른들이 하는 말씀이려니 생각했는데 어느새 나 자신이 부모가 되어 아이를 낳고 키우다보니 정말 그 말이 딱! 맞다는 생각을 하루에도 몇번씩하게 되는 요즘이다. 
비록 자신의 모든 것을 다 주어 자식을 낳고 정성을 다해 키운다 하더라도 자식은 자식일 뿐 부모의 분신이라거나 부모의 마음대로 할 권리가 있다거나 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가 담긴 말일지도 모른다. 

어릴 때야 부모가 세상의 전부로 아는 아이들은 부모의 말이라면 하늘처럼 여기고 순종(?)하기 마련이지만(물론 일찍부터 그렇지 않은 아이들도 있지만..) 서서히 자신의 생각이 생기기 시작하면 부모가 결코 하늘의 신처럼 절대적이지도 완전하지도 않다는 것을 비로소 깨닫는다.  개중에는 부모의 부족함을 깨닫고 실망하거나 무시하기조차 하는 아이들도 있다.  
그건 아마도 부모가 아직은 나약한 아이들을 억압이나 일방적인 지시 또는 강압적인 자세로 대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어린아이들에게 부모란 그야말로 거역할 수 없는 존재가 곧 부모가 아닐까...... 

자신의 신체와 정신이 성숙해져감에 따라 어렴풋이 깨닫게 되고, 자신들의 기억속에 있는 절대적인 부모의 모습이 실체와 왠지 다름에 의문을 갖게 되고 급기야는 부모도 자신들과 마찬가지의 평범한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되는 아이들. 그 순간이 아이들과 부모의 관계를 형성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시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는 요즘이다.

이른바 아이들의 반항기로 여겨지는 사춘기의 아이들은 자신들의 신체가 부모들의 그것과 비슷해지는 것을 인식하면서 부모들도 결국엔 자신들과 크게 다를 것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일지도.... 더불어, 이미 부모가 보여주는 세상에서 벗어나 또다른  세상을 보게 되는 아이들에게 부모는 이미 세상의 전부도, 절대적인 존재도 아닌 것이다. 

요즘 한창 사춘기의 반항을 심심찮게 보여주는 초등생 딸아이의 낯선 모습에 당황하고 있던 차에 읽게 된 이 책은 과거의(딸아이의 영.유아기때) 나를 돌아보게 한다.  아이와 부모의 관계를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형성되는 것이란 것을 깨닫게 하는 내용에 '과연 딸아이의 무의식(영.유아기의 기억?) 속에 저장된 나에 대한 기억은 어떤 것일까?'하는 의문과 왠지모를 걱정이 살짝 몰려오기도 한다.
'혹여 딸아이의 기억 속에 신뢰 못할 또는 시시한 엄마로, 부모로 저장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어떤 면에서는 아이와 부모의 관계도 일반적인 인간관계와 마찬가지라는 깨달음을 주는 책이다. 다만, 아직은 세상이나 그 어떤 관계에도 경험한 바없는(백지상태의) 어린아이들에게 부모는 그 어떤 인간관계보다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대해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다시 말해, 엄청난 배려와 한없는 인내같은..... 분명 보통 일은 아닌 부모의 역할을 필요로 하는 것이 바로 아이들이란 존재!

그러나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아이들의 바람과 부모의 바람은 정반대라는 점이다.(본문 68쪽)
부모 노릇은 하루 24시간을 꼬박 해야 하는 노동이다. (본문 70쪽)
부모가 기댈 수 있는 확고한 원칙도 없고, 갖다 붙이기만 하면 되는 전략도 없다. 따라서 부모는 늘 새로운 상황에 적응해야 하는 것이다.(본문 76쪽)
..........
 

그렇다고  전적으로 아이들에게 유리한(?) 조언만을 담은 것은 아니다. '부모가 자신의 욕구에 충실한 것이 이기적인 것은 아니다.'(본문 73쪽) 이라는 문장이 얼마나 반가운지....^^; 

자신의 두 아이 마르고와 아드리앵을 키우며 실제로 겪은 일을 예로 들어가며 아이들의 감정을 올바르게(건전하게) 형성하는데 부모들이 대처하는 방법과 그 이유를 풀어내고 있는 이 책을 통해, 인간은 이성 뿐아니라 감정 역시도 훈련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본능에 의해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아이들은 어른들의 반응과 대처방법에 따라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기도 하고 또 절제하기도 하고, 또 폭발시키기도 한다. 아직은 미개한 아이들의 감정을 부모들이 잘 대처하고 효과적으로 반응함으로써 아이들의 감정 형성을 도와주는 것은 비단 아이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아이들이 점차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게 되면 부모들 한결 대처하기 쉬운  편안한 관계가 되니 말이다.

부모와 자식이란 질긴 인연은 생을 다한 후에도 끝이 없다. 아이들의 미숙한 마음 표현에도 불구하고 진정으로 아이들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진심으로 다가가고자 하는 부모의 노력이야 말로 참된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형성하는 밑거름이 되리란 생각을 해본다. 

한창 사춘기로 반항적인 딸아이가 그래도 쉴새없이 조잘대며 나에게서 멀어지지 않는 것에 용기를 내며, 다시 한 번 딸아이의 마음 속으로, 이번에는 이자벨의 충고를 마음에 새기며 풍덩~ 뛰어들리라~ 

" '좋은 엄마', '좋은 아빠'가 되지 못할까 봐 지나치게 걱정하는 것보다 차라리 그 시간에 아이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더 주의를 기울이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