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의 노래
김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지난 일요일부터 진작 구입해 두었던 이 책을 무작정 읽기 시작했다.
'칼'보다 이순신을 통해 미처 알지 못하는 역사의 한 자락을 붙들고픈 마음에......

마침 어제오늘 포털의 뉴스기사 하나가 눈길을 끈다.
'... 지난 1968년에 제작된 광화문 광장의 '충무공 이순신 동상'의 곳곳이 녹슬고 깨져 2월 2일(그러니까 오늘?) 정밀 내시경 검사를 실시하며, 검사결과를 바탕으로 3월 중순부터 동상을 보수하여 충무공 탄신일인 4월 28일 보수를 마칠 계획'이라는.

충무공 이순신이 남긴 <난중일기>를 통해 '돌이켜볼 수 없는' 현재를 돌이켜보고픈 작가의 허기진 고민이 전해오는 듯하다.
독백처럼 들려오는 이야기에 삼도수군통제사 이순신이 싸워야 했던 것은 단지 일본의 수군 뿐만이 아니었음, 영웅이나 성웅이기에 앞서 '인간' 이순신을 헤아리게 한다.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면 당연 거북선과 임진왜란에서의 승리로 조선을 구해낸 '성웅 이순신'을 가슴 깊이 새기고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어려서부터 보았던 오 원짜리 동전에 새겨진 거북선때문이었는지 아니면 국민학교시절 교과서를 통해서였는지... 애초의 기억조차 떠오르지 않지만 '충무공', '성웅'이란 단어가 하나의 이름처럼 각인되어 있는 이순신.

몇 해 전 TV드라마에서 '불멸의 이순신'으로 더욱 우리 가슴에 뜨끈하게 다가왔던 이순신. 그러나 정작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몇 줄의 기록으로 남아있는 무미건조한 역사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이 책을 읽으면서 불현듯 떠올랐다.

아니 어쩌면 우리가 좇고 있는 '역사'란 것이 흘러간(결코 돌이킬 수 없는) 과거의 흔적을 기억하고자 하는 집단적인 몸부림에 지나지 않는 것은 아닐까. 바로 지금의 우리를 바라볼 수 있도록(현실화해줄) 해주는 가장 확실한 증거라도 되는듯 말이다.

시간은 과거에서 현재로 그리고 또 미래로 흘러가는 것이 불변의 진리라 믿고 살아가는 우리에게, 언제나 '현재'만을 살고 있는 우리로서는 '알 수 없는' 미래보다는 그래도 흔적이라도 더듬어 볼 수 있는 '과거'가 더 붙들기 쉬운 탓이리라.

임진년의 한산도 앞바다에서 일본 수군을 전멸시킨 한산도 대첩이후 정유년(1597년) 2월 조정을 경멸한 죄를 비롯한 몇 가지 죄목으로 서울로 압송되어 의금부의 문초를 받았으나 혐의를 입증하지 못해 4월 출옥 후 백의종군을 시작하는 때를 회상하는 이순신의 모습으로 '칼의 노래'는 시작되고 있었다.

적들과의 싸움에서 거둬들인 영웅의 무용담이 아닌 미처 예상치 못했던 한 인간으로서의 마음 깊은 곳의 생각과 갈등, 두려움, 스스로 용기를 북돋으며 한바탕 적과의 싸움에 대비하는 이순신의 모습에, 배우는 (일방적인 교육을 통해) 역사를 통해 우리의 머리에, 가슴에 새겨진 이순신은 '인간'이순신이 아닌 그저 위험에 빠진 나라를 적으로부터 구해낸 '훌륭한' 장군이라는 활자에 지나지 않았음을 비로소 깨닫는다. 

'칼의 노래'에는 미처 짐작조차 못하고 있던 영웅들의(역사 속 인물들의) 절절한 마음을 헤아리게 한다. 사실 우리는 영웅들은 애초부터 영웅으로 태어나기라도 하듯 그렇게 과거에 그들이 남겨놓은 결과(업적)을 얼마나 무덤덤하게 혹은 의당 그러하게 받아들이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일까.... 비록 사실에 허구가 적절하게 버무려진 탓도 있겠지만 가끔은 TV역사드라마를 통해 다시금 역사 속에 한 발 다가서는 것을 보면, '역사'공부(과목으)로 배우는 것은 자칫 우리와는 먼(특별하게 격리된?) 인물들의 무용담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문득, 사실적인 역사의 기록(증거)을 바탕으로 풍부하게 우리의 가슴 속으로 파고들게 하는 '인간(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진짜 역사와 마주하게 하는 작가들의 역할이 대단하고도 특별하게 다가온다.
더불어, 박물관의 유리전시관 안에서 박제된듯 방부제 냄새 진동하는 역사가 아니라 우리 곁에 가까이 다가온듯 생생함이 느껴지는 역사소설과 더욱 자주 만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역사를 배우는 것은 현재와 단절된 과거를 더듬는 것이 아니라 앞선 현재와의 잃어버린(혹은 잊고있던) 연결고리를 이어가는 일이어야 마땅하지 않을까...


* 한 가지, 참고자료로 실린 <충무공 연보>에 충무공의 탄생일이 3월 8일로 되어있는데... 4월 28일이 아닌지...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