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moonnight > my darling, my blood. Mo Cuishle..


최근에 본 영화중 가장 훌륭했다. 많은 눈물을 흘렸고 아직도 이 영화를 떠올리면 마음이 아프다.

지혈전문가로 일하다 트레이너 겸 매니저가 된 프랭크(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낡은 체육관의 관장. 체육관의 살림을 돌보고 청소를 하는 에디 스크랩(모건 프리먼)은 왕년의 복서로 109번째 시합에서 한쪽 눈을 잃은 후, 그 시합에서 만취해 뻗어버린 매니저 대신 자신과 시합에 나선 프랭크와 동고동락하게 된 사이. 프랭크는 여전히 자신이 보호하지 못해 에디가 한 쪽 눈을 잃게 된 거라고 자책하고 있다. 진짜 매니저가 아니었기에 타월도 던지지 못했건만. 그리고 그들의 체육관에 매기 피츠제럴드(힐러리 스웽크)가 나타난다. 31살의 나이에, 권투가 너무 좋다는 그녀는 밀어내려는 프랭크를 설득해 자신을 트레이닝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녀의 발전은 실로 눈부시다. 반칙전문가로 동독의 창녀 출신이라는 챔피언과 타이틀매치가 잡히고, 정말 잘 싸웠지만 레프리가 보지 못하는 사이 반칙을 당해 쓰러지고 그 와중에 경추가 부러져 목아래부분이 완전히 마비되고 만다.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가 외롭다. 가족이 있어도 없는 것과 마찬가지, 아니 없는 것만 못하다. 그들에게 서로는 유일한 사랑하는 이이고, 혈육이고 싶은 이이다. 프랭크에게는 딸이 있지만 이미 회복불능의 사이이다. 일주일에 한 번씩 편지를 쓰지만 그가 쓰는 편지는 모조리 반송된다. 1년 내내 교회를 찾는 프랭크는 신을 믿고 싶지만 그러기엔 너무 마음을 많이 다쳤다. 영화 내내 떠다니듯 잔잔히 흐르는 모건 프리먼의 나레이션은 프랭크의 딸 케이티에게 보내는 편지이다. 편지의 마지막은

'그러니, 케이티. 아버지를 용서하렴.. '

무능력하고 뻔뻔스러운 가족들에 둘러싸여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 대신 가족을 책임지려 발버둥치는 매기의 어깨위 삶은 너무나 힘겹다. 그러나 권투가 좋다. 권투가 너무 좋아서 웨이트리스로 일하며 손님들이 남긴 고기를 개 줄 거라며 싸들고 가서 먹어도, 스피드볼을 사기 위해 팁을 모으는 게 즐겁고 바닷가를 달리기 위해 새벽에 일어나는 일이 행복하다. 늘 예의바르고 착한 그녀이지만 동정은 참지 못한다. 프랭크에게, 날 지켜봤죠? 라고 물었을 때 프랭크는 안돼 보여서 라고 대답한다. 그러자 그녀의 억눌렀던 분노가 폭발한다. 절대로 날 동정하지 말라고. 누구도 그럴 자격이 없다고. 여자는 가르치지 않는다던 프랭크이지만 그녀는 다르다. 



영화를 보는 내내 심장이 조이는 듯 아팠다. 영화속 사람들은 슬픔을 눈물로 표현하지 않았다. 퉁명스럽고 짧은 한마디. 꼭 다문 입술. 틀어쥔 주먹. 대신 내가 울었다.

"프랭크, 내겐 당신 뿐이에요. "

"이미 가졌잖아.   ..  좋은 새매니저를 찾을 때까지. "

마주보고 웃음.

이 간결한 대사들이 이렇게 슬플 수 있을까.

프랭크는 영국 챔피언에게 도전하는 매기를 위해 특별한 가운을 만들어준다. 100프로 실크야.  프랭크가 뻘쭘하게 웅얼거리며 자랑스러워하는 그 가운은 아일랜드의 초록색. 프랭크가 늘 들고 다니는 예이츠의 시집. 게일어라는 "모쿠슈라"를 뒤에 새겨놓아 그것은 그녀의 닉네임이 된다. 반칙왕과의 시합을 앞두고 무슨 뜻이죠? 묻는 그녀에게 시합에서 이기면 가르쳐주지. 라고 역시 무뚝뚝하게 대답하는 프랭크. 병상에 눕게 된 그녀가 다시 물었을 때도 졌으니 가르쳐줄 필요가 없지. 라고 대답할 뿐이다. 그가 대답하는 것은 그녀를 자신의 손으로 보내 줄 때이다. 평생을 웨이트리스로 살 수도 있었지만 프랭크 덕분에 자신은 뭔가 다른 무엇이 될 수 있었다며 지금 보내 달라고, 관중들의 환호가 더이상 들리지 않을 때까지 자신을 이곳에 눕혀두지 말라고 매기가 애원했을 때 프랭크는 그럴 수 없다고 자신에게 그런 일을 하게 만들지 말라고 도리어 애원한다. 신부도 마찬가지이다. 신부로서는 당연했겠지만 그런 일을 하게 되면 남은시간 후회만 남을 거라고 말한다. 결국 약을 챙기게 되는 프랭크에게 에디가 다가와 말을 건넨다.

자신이 눈을 잃게 된 걸 가슴아파 하는 걸 알지만 자신은 후회하지 않는다고.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그렇고 그런 모습으로 죽어가면서 자신에겐 기회가 없었다고 말한다고. 그러나 매기는 그 기회를 가졌다고 그걸 네가 주지 않았냐고. 그래서 매기는 딴 세상을 본 거라고. 그녀 역시 후회하지 않을 거라고.

그래.. 그렇겠지. 질기고 희망없는 삶을 오래토록 유지하는 것보다 프랭크가 보여준 강렬한 링 위의 삶을 짧게나마 만끽한 것으로 만족해야 할지도. 그러나.. 그러나, 당연히 안타깝다.

한밤중 그림자처럼 조용히 프랭크는 매기의 침대 곁에 앉는다.

이제 산소 호흡기를 뗄께. 약도 같이 주사해 줄께. 편안하게 갈 수 있을 거야.

볼에 입맞춤하고 my darling, my blood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모쿠슈라를 고백한다. 자살시도로 혀를 깨물어 이젠 말도 할 수 없는 그녀의 눈꼬리로 눈물이 흘러내린다.

프랭크는 사라져 버렸다. 영화의 마지막은 매기와 함께 간 적 있던 roadside diner. 통조림이 아닌 진짜 홈메이드 레몬파이를 판다며, 여기 헐값에 팔지 않나? 하고 집에 온 듯 편안해 하던 프랭크의 뒷모습이다. 함께가 아닌 혼자의. 흐릿한 간유리너머 보이는 쓸쓸하고 굽은 등.

영화속에는 예이츠의 시가 등장한다. 아일랜드의 호수 안에 있는 작은 섬이라는 이니스프리에 관한 시. 그 시를 병상에 누워지내는 매기에게 읽어주며 오두막을 짓고 함께 살자며 이루지 못할 소박한 꿈을 이야기하는 그들은 피로 맺어지지 않았지만 누구보다 진실한 가족이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감독하고 주연한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에 나오는 흰나방이 날개짓하면. 이라는 싯귀도 예이츠의 것. 그와 인연이 있는 시인인가보다.



힐러리 스왱크가 소년은 울지 않는다 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았을 때 그녀의 연기력이 그만큼의 가치는 없다고 생각했었다. 특이한 역을 맡았기 때문에 주목을 받았던 거고 운이 좋았던 거라고 생각했다. 이번 영화에서 나는 그녀에게 감탄했다. 그녀는 연기를 하기 이전에 복서로 자신을 만들었다. 예전의 깡말랐던 몸은 간데없고 근육이 완벽하게 자리잡은 몸이 되어있었다. 그리고, 코가 부러지고 눈이 붓고 멍투성이의 얼굴을 유감없이 자랑했다. 오스카를 위해서 여배우는 몸을 학대해야 한다는 말이 맞는 것도 같다. 그녀의 천진한 웃음은 정말 사랑하는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의 그것이었다. 산드라 블록 등의 더 유명한 여배우들이 캐스팅 후보였었는데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그녀를 지목했다고 들었다. 아카데미상 수상 후 코멘트에서 클린트, 당신은 나의 모쿠슈라예요. 라고 말했다고. 이제 그 의미를 알게 된 나는 또 가슴이 뭉클하다.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을 받고서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그랬었다. 이 영화는 노인들이 만든 거라고. 감독과 모건 프리먼 외에도 많은 스탭들이 60세 이상의 고령이었다고. 90세가 넘은 자신의 노모에게 유전자 감사하다며 조크를 던지는 그의 열정과 여유가 너무나 부럽다.

감정의 과잉을 절대 허용치 않으면서 관객들에겐 잊혀지고 있던 감동을 감당못하게 안겨 준 영화. 과연 클린트 이스트우드. 이제는 대가라고 불릴 이의 작품답다.

 

이니스프리 호수의 섬 - 예이츠

나 일어나 이제 가리, 이니스프리로 가리.
거기 나뭇가지 엮어 진흙 바른 작은 오두막을 짓고
아홉 이랑 콩밭과 꿀벌통 하나
벌들이 윙윙대는 숲 속에 나 혼자 살으리.

거기서 얼마쯤 평화를 맛보리.
평화는 천천히 내리는 것
아침의 베일로부터 귀뚜라미 우는 곳에 이르기까지.
한밤엔 온통 반짝이는 빛
저녁엔 홍방울새 날개 소리 가득한 곳.

나 일어나 이제 가리, 밤이나 낮이나
호숫가에 철썩이는 낮은 물결 소리 들리나니
한길 위에 서 있을 때나 회색 포도 위에 서 있을 때면
내 마음 깊숙이 그 물결 소리 들리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전출처 : moonnight > 숨바꼭질



존 폴슨 감독, 로버트 드니로, 다코타 패닝, 엘리자베스 슈, 에이미 어빙, 팜케 얀센

퇴근하고 롯데백화점으로 달렸다. 친한 언니를 만나 돌솥비빔밥을 먹고 배를 두드리며 극장에 들어갔다. 너무 배불러서 잠오면 어쩌지? 걱정하면서.

잠 안 왔다. ^^

이 영화를 보게 된 건 물론 공포영화였기 때문도 있겠지만(공포영화 참 좋아한다. *^^*) 다코타 패닝이 나오기 때문이다. 너무 예쁜 아이다. ㅠㅠ



아이 엠 샘이나 테이큰에서보다 너무 훌쩍 커버려서 아쉬웠지만 이 아이가 어떻게 자랄까 하는 것을 즐거운 기분으로 지켜볼 수 있겠다. 다리가 술쩍해진 걸 봐서 늘씬미녀로 자라지 않을까. 기대된당 ^0^

예전에 오프라 윈프리쇼에 게스트로 나왔던 걸 봤는데(cat in the hat 홍보차였던 거 같다. ) 직접 뜬 털실머플러를 오프라에게 선물했었다. 오프라가 "Who are you girl?"이라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외쳤다. 다코타는 그냥 헤헤 하며 웃고 있었는데 쪼그만 아이가 촬영이 쉴 때마다 뜨개질을 한단다. +_+ 천사가 따로없지 싶다.

어쨌든.. ^^;

영화도 참 재미있었다. 공포영화라기엔 아주 고요한 편이었는데 역시 '모르는 것' , '미지의 것'에 대한 공포가 가장 무섭구나 하고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로버트 드 니로. 그의 연기력이야 자꾸 말할 필요가 없는 거겠지만 그의 얼굴은 웃고 있을 때 더 무서워보인다. -_-;; 







감독인 존 폴슨은 시암 선셋과 대단한 유혹을 감독한 사람이란다. +_+ 두 영화 모두 참 재밌게 봤다. 특히나 시암 선셋엔 프리스트의 남자주인공 라이너스 로치를 볼 수 있어서 행복했었는데.. 얼마 전 포가튼에서 '친절한 남자'-_-로 나온 걸 보고 세월의 무상함을 느꼈었다. 그 꽃미남신부님께서 저리 되시다니. ㅠㅠ

참 그리고, 영화의 엔딩이 두가지라는데, 극장마다 다른 엔딩이라니. -_-

어쩌란 말인 건지.

둘 중 뭘 봐도 대세엔 지장이 없다고 하지만 그래도 모르면 궁금한 건데. 어느 극장엘 가면 다른 엔딩을 볼 수 있단 말인가. 기껏 한 번 더 볼라고 갔는데 엔딩 똑같음 어쩐다? -_-a

어제 본 건.. 마지막에 다코타 패닝이 정신병원 입원실에 감금되는 장면이 좀 의아했다. 어쩌면 그것이 다른 엔딩에 대해 약간의 뉘앙스를 풍긴 건 아닌지. 누가 좀 가르쳐줘요. -0-

숨바꼭질,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인다.. 라고 하는 부분이 이렇다는 거 알게 됐는데.. 

come out

come out 

whatever you are 

어쩐지 무서워진다. whatever you are라니.. ㅠㅠ 나오지 말고 계속 거기있어. -_-하고 싶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전출처 : moonnight > 콘스탄틴

 

프랜시스 로렌스 감독

키에누 리브스, 레이첼 와이즈, 틸다 스윈튼, 자이몬 혼수 출연

 

존 콘스탄틴(키에누 리브스)는 퇴마사다. 아이적부터 인간세계에 살고 있는 악마의 혼혈족들을 알아볼 수 있는 능력 때문에 정신병자로 오인받으며 살다가 자살을 기도하고 2분간 죽어있는 상태에서 지옥을 체험한다. '영원과도 같았던 그 2분' 후 콘스탄틴은 퇴마사로 활약, 악마의 혼혈족들을 지옥으로 돌려보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천국이 아니라 지옥행 티켓을 예약한 상태이다. 신을 '알기는' 하나 '믿지는' 않기 때문이란다. 이렇게 많은 악마들을 잡아넣었는데도 왜 난 천국에 가지 못하느냐고 콘스탄틴은 혼혈천사 가브리엘(틸다 스윈튼)에게 탄원하지만 씨도 안 먹힌다. -_-

가브리엘은 아주 딱하다는 표정으로 콘스탄틴에게 다가와, 네가 젊어 죽게 되는 이유는..

15세때부터 줄담배를 피웠기 때문이야. -_-;

라고 냉정하게(혹은 *가지없이;;) 말해준다.

콘스탄틴은 될대로 되어버려-_-라는 심정으로 더 줄담배를 피우고(우찌됐든 그의 담배피는 모습은 엄청 멋지다. 지포 라이터를 탁 하고 닫아끄는 그 모습은 정말.. +_+;;) 그 와중에 인간세계의 평형상태가 깨어지고 있는 거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바로, 지옥에 있어야 할 악마들이 인간을 통해 이 세계에 출현하고 있는 것.

'숙명의 창(spear of destiny)를 갖는 자 세상을 지배할 것. 그 창은 2차 세계대전이후 사라졌다. '란 자막과 함께 영화가 시작되고 멕시코, 허름한 옷차림의 남자가 고철을 찾다가 철십자 깃발에 싸여있는 칼을 발견한다. 아무도 타지 않은 폐차가 달려와 그 남자를 치지만 그는 죽지 않는다. 오히려 그가 가는 길 양옆에 있던 소들이 픽픽 쓰러진다. 이후 영화는 멕시코에서 LA를 향해 달리는 그와 LA에서 악마들에 맞서는 콘스탄틴을 함께 비춘다.

역시 빠지지 않는 로맨스가 이 영화에도 있다. 미이라의 여주인공이었던 레이첼 와이즈(안젤라). 그녀는 쌍둥이 동생 이사벨의 자살을 조사하다 콘스탄틴과 만난다. 그리고 당연히 약간의 핑크빛감정이 싹트지만 아주 다행스럽게도 영화에서는 암시만 줄 뿐이다. 내셔널 트레져에서처럼 뜬금없는 키스신은 관객들을 민망하게 만들 뿐이란 말이다. ㅠㅠ

매트릭스와 블레이드, 엑소시스트를 적당히 버무린 듯하단 느낌이었지만 그렇다고 식상하진 않고 뮤비감독출신이라더니 영상이 상당히 감각적이고 멋졌다. 그리고 캐스팅.



주인공인 키에누 리브스와 레이첼 와이즈는 제쳐두고, 혼혈천사인 가브리엘의 틸다 스윈튼은 정말 그 역에 딱이었다. 버지니아 울프 원작의 올랜도에서 여자로도 남자로도 윤회했던 역할을 맡았던 그때의 이미지처럼 이 영화에서도 너무나 중성적이었다. 어쩐지 이정애 작가의 만화에 나오는 캐릭터가 연상되었다.  "오직 믿기만 하면 구원받을 수 있다니, 이 우주에서 그런 특권은 인간에게밖에 주어지지 않는다. 그건 불공평해. "라고 무표정한 얼굴로 중얼거린다. 혼혈천사로서, 신을 사랑하고 인간을 질투하는 가브리엘의 모습은 어쩐지 측은해 보였다.

안젤라를 구하기 위해 지옥에서 불러낸 루시퍼가 콘스탄틴 덕에 제 아들과 가브리엘의 음모(?)를 차단한 후 그래, 그래서 뭘 원하는데? 라고 묻는 장면에서는 으잉? 악마가 너무 착한 거 아냐? 순진하긴.. 등등 실소했지만 생각해보면 파우스트에서와 같이 악마와 인간의 관계는 거래에 의해서 성립됨을 보여주는 대목인 것 같다.



암튼 ^^

결론적으로는 재밌는 영화였다. 어쩌다보니 두번이나 보게되었지만 전혀 지겹지 않았다. 물론 키에누 리브스의 멋진 모습이 넘 즐거웠단 것이 큰 이유겠지만 ^^;

그리고.

처음 봤을 땐 엔딩 크레딧 올라갈 때 극장 나갔었다. -_-;

두번째 봤을 때 함께 본 친구가 엔딩 크레딧 후 보여주는 부분이 남아있다고 주장하는 거다. 그래서 으잉? 정말? 그러면서 끝까지 앉아있었다. 통로쪽 자리라 엄청 눈치를 봤지만 ㅠㅠ 그래도 끝까지 개겼는데 암만 기다려도 영상이 없는 거다. 정말 정말 엔딩 크레딧이 완전히 끝난 후 청소아줌마 두 명과 우리 일행 세명만 남았을 때 남은 영상이 시작되었다. +_+

안 봐도 크게 억울하진 않겠지만 ^^; 보고 난 느낌은 당연히 기다리길 잘했다였다!

혼혈천사들은..

날개가 넘 멋진 거 같다. 나도 그런 날개가 갖고 싶다. ㅠ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전출처 : moonnight > 21그램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 션 펜, 나오미 와츠, 베네치오 델 토로 주연  

영혼의 무게는 얼마일까. 사람이 죽는 순간 21그램이 빠진다고 한다. 5센트 동전 다섯개, 쵸콜릿 바 하나의 무게. 그 보잘 것 없는 중량이 그토록 묵직하게 우리의 생을 버티고 있는 것이다. 그 무게. 영화는 말한다. 사랑의 무게는 얼마인가. 죄책감의 무게는 얼마인가. 복수의 무게는 또 얼마인가.

절대 만날 일 없을 것 같은 세 사람. 대학교수(수학과? 션 펜)인 폴. 주부 크리스티나(나오미 와츠), 노무자 잭(베네치오 델 토로). 이 세사람을 한데 모으게 된 것은 단란하기만 한 크리스티나의 가정을 박살내버린 뺑소니교통사고였다.

잭은 16세부터 감옥을 들락거리다가 이제야 비로소 종교에 귀의함으로써 하나님에게 의지하여 자신의 삶을 교정하려 한다. 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어린 아들에게 얻어맞은 자신의 딸에게 오른뺨을 맞으면 왼뺨을 내밀라. 며 또 한번 얻어맞게 해 결국 울리고 마는. -_-) 모든 것을 하나님의 뜻. 으로 돌리는 그. 복권으로 당첨된 돈으로 마련한 트럭이 단순한 운이 아니고 하나님의 뜻이라며 자신있게 어린 불량배를 교화시키려는 그는 그 트럭으로 길을 건너던 크리스티나의 남편과 두 딸을 치고 만다. 공포에 질려 도망쳤다가 '하나님의 뜻'을 따라 자수하고 복역한다.

폴. 숫자를 사랑하는 대학교수인 그는 지금 한치의 희망도 가질 수 없는 상태이다. 오래된 심장병으로 죽어가고 있으며 함께 살고 있는 연인(샤를롯 갱스부르)에 대한 애정도 식은 지 오래이다. 그런 그에게 이식받을 심장을 구했다는 연락이 온다. 바로 크리스티나의 남편이다. 심장을 이식받고 건강을 찾았지만 삶에 의욕이 없다.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싶다며 원래 기증자를 알아내려는 그에게 연인은 경악한다. 그러나, 그녀역시 그를 사랑하는 건지 자신의 정체성을 확신시켜주기 위한 2세만을 원하는 건지 헷갈린다. 영화속에서 두 사람의 말다툼이 그러하다. 돌아온 건 당신이야. 당신을 사랑했기 때문에 돌아왔어요. 외로와서였겠지. 잔인하다.

크리스티나. 누구도 부럽지 않을 단란한 가정이 한순간 깨져버리고 그녀는 약물과 알콜이 자신을 파괴하도록 방치한다. 그러다, 심장 기증자를 찾아 결국 자신을 찾아낸 폴과 만나게 된다. 우연인 것처럼, 단지 끌리는 이성에게 하듯 접근해오는 폴을 그녀는 거부한다. 그러나, 한순간 술에 절은 외로운 밤에 폴에게 전화를 건다. 와줄 수 있어요? 당신만 좋다면. 달려온 폴에게 그녀는 자신의 외로움을 나누고 싶어한다. 그러나, 폴이 당신 남편의 심장을 이식받았다고 하자 처절하게 절규한다. how dare you!!

그러나, 결국 다음날 아침 두 사람은 사랑을 나누게 된다. 섹스 후 잠든 크리스티나를 바라보는 폴의 착잡한 표정. 그리고, 엎드린 폴을 바라보는 크리스티나의 슬픈 눈. 그녀의 시선이 남편의 옷장. 그가 사용하던 넥타이와 재킷을 스치고 그리고 폴을 바라본다. 곧바로 눈물이 흘러내릴 것 같은 눈으로 그녀는 옷을 입고, 약을 한다.

폴의 새로운 심장은 겨우 잠깐의 건강을 가져다주었을 뿐이다. 거부반응이 나타나고 그는 자신의 생명이 꺼져가고 있음을 안다. die better? 그는 의사의 입원권고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상상도 못할 정도로 끔찍한 죽음이 될 것이라는 경고도 그에게는 무의미하다. 또다시 누군가의 죽음을 기다리며 살고 싶지는 않다고. 차라리 거리에서 죽겠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마지막 순간을 크리스티나를 위해 쓰고자 한다.

잭은 아내의 노력으로 형무소를 빠져나온다. 그러나 자신이 치었던 소녀가 자신을 바라보던 그 눈빛을 잊을 수가 없다. 도망치지 않았으면 케이티는 살았을 것이라고 절규하던 크리스티나. 그녀가 옳았다. 아직 살아있는 아이를 구하지 못하고 두려움에 도망치고 만 자신을 잭은 용서할 수 없는 것이다. 집을 나온 잭은 싸구려 모텔에 묵으며 건설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그런 그를 크리스티나와 폴이 찾아낸다. 복수이다. 

폴은 잠든 크리스티나를 바라본다. 고르지 못한 숨소리가 폐까지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다. .그는 총을 들고 나가고, 잭을 들판으로 몰고간다. 그러면 절대 안 되는 거였어!! 잭은 폴이 누구인지 모른다. 그러나 그는 느낀다.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뜻임을. 폴은 복수대신 허공에 총을 쏘고 잭을 놓아준다. 다시 모텔로 돌아오지 말라고 경고한다.

크리스티나. 잠에서 깨어 폴이 총을 들고 있음을 안다. 그를 죽여서 아무도 찾지 못할 곳에 버렸다는 폴. 과연 그녀는 그의 말을 믿었을까? 믿었든 믿지 않았든 이제 더이상 복수는 그녀에게 무의미해보인다. 남편의 심장을 가진 폴로서가 아니라 그저 폴. 그를 그녀는 사랑하게 된 것이다. 쉬고 싶다. 고 중얼거리는 그에게 이제 돌아가자고 말한다. 그러나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자신을 죽여달라고 모텔로 찾아온 잭. 스탠드 기둥으로 그를 구타하는 크리스티나. 이제 그만. 이라고 외치듯 폴은 자신의 심장을 쏘아버린다. 근처의 작은 병원으로 폴을 옮기고 그를 쏜 것이 자신이라고 잭은 말하지만 크리스티나는 부인한다. 복수는 끝났다. 이제 더이상의 희생은 원치 않는다. 이해와 용서로의 귀결이 남은 거다. 폴은 자신의 영혼의 무게. 21그램의 의미를 곱씹으며 조용히 눈을 감는다. 크리스티나는 불러온 배로 이제야 겨우 딸들의 방문을 열 수 있는 용기를 얻는다. 잭은 언젠가 죄책감에 도망쳐나왔던 그모습대로 자신의 집으로 돌아간다.

영화는 결코 노곤노곤하게 진행되지 않는다. 전혀 상관없는 세 사람이 어떻게 질긴 인연의 끈을 맺게 되느냐를 보여주듯 마치 뫼뷔우스의 띠처럼 처음과 끝이 연결되어있으면서도 조각퍼즐처럼 낱낱이 파헤쳐진다. 거친 화면과 배우들의 숨쉴틈을 주지 않는 연기. 근래에 보기드문 수작을 본 듯 했다. 나오미 와츠. 그저 얼굴 예쁘장한 배우라고 생각했었다. 헐리우드 판 링과 한참 연하남과의 로맨스 정도로 기억되는 배우였는데.. 영화를 보고 나서 그녀가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였음을 떠올렸다. 그녀가 받지 못했다면 도대체 누가? 라고 느껴질 만큼 대단한 연기였다. (몬스터의 샤를리즈 테론이 받았었다. ;;) 그리고 두말할 필요없는 션 펜과 베네치오 델토로. 션펜은 베니스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고 하고.. 베네치오 델 토로. 그의 눈 속에는 인간본성에 대한 고뇌가 가득 들어차 있단 기분이다. 생의 막바지까지 몰린, 차라리 짐승에 더 가까울 듯한 그의 짓눌린 목소리와 눈빛, 표정은 가히 압권이었다.

모든 것을 하나님의 뜻. 으로 귀결시키던 그. 자신이 하나님께 받았다고 믿었던 트럭으로 세 사람을 죽였다는 사실에 격분한다. 하나님이 시키시는 일은 다 했다. 하나님을 위해 모든 걸 버렸다. 그런데 왜 내게 이런 짓을 하느냐. 지옥에 갈 거라는 친구의 말에 지옥? 지옥은 바로 여기다. 라며 자신의 머리를 가리킨다. 그건 사고일 뿐이다. 하나님의 뜻이 아니었다. 라는 친구의 말에 '머리카락 한 올의 떨림조차도 알고 계시는 하나님'이라고 말한 건 바로 너였다며 반박한다. 자신의 팔에 새겨놓았던 문신. 십자가와 jejus를 달군 칼로 그어버리기도 한다.

나는 믿음을 갖지 못한 사람이라서이겠지만.. 절대 의도하지 못한 일들, 결코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 내 뒷통수를 후려갈기면 도대체 왜 내게 이런 일이 생기는가 싶어서 억울해 미칠 지경이된다. 믿음이 있는 이들이 하나님이 나를 강하게 하시려는가보다. 라고 말할 때는 신기할 정도다. -_-; 저 사람들이 정말 저렇게 믿고 있는 건가. 아니면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저렇게 말하는 건가 의심스러울 때도 있다. ;;

잭. 그는 자신의 죄책감을 씻어줄 댓가를 치르길 원했다. 자신의 목숨을 바치길 원했다. 그러나 복수나 희생보다는 사랑과 용서, 이해가 더 크다는 것을 영화는 말하고 싶었을까? 병원밖에 서 있는 크리스티나의 곁에 잠시 섰다 스쳐지나가는 잭의 사이, 찰나에는 사랑, 복수, 죄, 용서, 이해.. 우리의 삶을 지탱해주는 가볍고도 한없이 묵직한 21그램이 자리잡고 있었던 거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인생은 계속되는 거였다.

Life is going on..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전출처 : moonnight > Before sunset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 에이단 호크, 줄리 델피 주연

요즘 이상하게 시간도, 여유도 없어서 못 보고 있었던 비포 선셋. 아무래도 롱런할 영화는 아닌지라 월요일이라 쫌 피곤했지만 보러 갔다. 관객은 열명이 안 되어보였고 영화가 끝난 뒤 불이 켜지고 감독 리처드 링클레이터의 이름이 화면에 뜨자 큰소리로 욕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_-

사실 나도 중간에 살짝 졸았었다. ;;
그렇다고 해서 정말 재미없는 영화. 라고 말하기는 싫다.
언젠가 오동진씨의 영화평을 읽었었다. '리처드 링클레이터는 사랑에 대해 하고픈 말을 다했다.'(정말 이렇게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영화평을 읽고나서 내가 받은 기분은 오동진씨가 이렇게 말하고 있구나. 였다. )

제시와 셀린. 비포선라이즈이후 9년만에 재회한다. 두 사람의 하룻밤의 애틋한 만남을 그린 제시의 책 'this time'을 홍보하러 제시가 파리에 온 거다. 약간 서먹하면서도 반가운 마음에 커피한잔 할까? 로 시작한 데이트는 카페에서 묘지, 세느강변의 유람선을 따라 결국 셀린의 아파트로 이어진다.
영어로 말하곤 있지만 역시 프랑스인답다 싶을 정도로 정신없는 수다속에서 제시와 셀린은 서로의 조금은 변한 외모속에 여전히 자리잡고 있는, 예전에 사랑했던 모습을 찾아낸다.
그리고.. 노래 한 곡 불러달라. 는 것을 이유로 제시는 셀린의 방으로 들어가는데, 셀린이 불러준 노래는 단지 하룻밤만의 사랑이었지만 다른 사람의 품에 있더라도 그 기억이 있기에 영원히 너를 사랑하겠다는. 제시를 향해 쓴 곡이었다. 물론 셀린은 착각하지 말라며, 그냥 네 이름을 붙여 불러준 것 뿐이라며 웃어넘기지만.
그리고는 음악을 틀고, 가수의 흉내를 내며 셀린이 제시에게 묻는다.
'hey babe, 이러다가 너 오늘 비행기 놓쳐. '
그러면 제시는 빙긋 웃으며 말한다.
'알고 있어. '
그리고 영화는 끝나버리는 거다.

참 슬펐다. 9년전 분명 사랑했고 6개월 뒤 빈에서 다시 만나자는 약속도 둘 다 절실히 지키고 싶었다. 때맞춰 할머니 장례식이 있었던 셀린이 빈으로 가지 못하면서 두 사람의 인생은 방향을 바꾼다. 아무일 없이 셀린이 제시를 다시 만났더라면.
인생에 있어서 if란 말만큼 공허한 것이 없다지만, 그리고 만약이 없기에 리허설없이 치열한 하루를 살 수 있는 거라지만. 자꾸만 생각한다. 만약, 만약.
제시가 처음 썼던 책의 내용처럼, 두 사람이 다시 만나고 멋진 sex를 했어도 결국은 성격차이로 헤어져버렸을지도 모른다. '편집자가 거부했어. 흥행이 안 된다고. ' 그렇게 비워둔 애매모호한 결말을 영화는 그대로 따르는 것 같다.

자신의 방으로 가는 계단을 오르며 조금씩 흔들리던 셀린의 표정과 나도 알아. 라며 짓는 제시의 미소로 결말을 상상해볼 수 있지만(혹은 상상하고 싶지만) 제시가 독자와의 대화에서 이야기했듯, 결론은 항상 독자가(관객이) 원하는 방향이 될 것이다.
아무리 사랑해도 다시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이 있고, 다시 만난다 하더라도 맺어질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내 의지대로 되지 않는 일이 비단 사랑뿐은 아니겠지만 서로에 대한 마음을 농담과 우스개소리속에 살짝 숨겨둔 두 사람의 수다가 무척 슬퍼보였다. 두 사람의 탐색전(-_-;)은 어쩌면 차라리, 나의 환상을 좀 깨 줘. 라는 아픈 절규같았다.

결국 두 사람은 추억만 끌어안고 살아갈 것인가. 혹은.. 그것이 차라리 다행인걸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