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moonnight > 21그램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 션 펜, 나오미 와츠, 베네치오 델 토로 주연  

영혼의 무게는 얼마일까. 사람이 죽는 순간 21그램이 빠진다고 한다. 5센트 동전 다섯개, 쵸콜릿 바 하나의 무게. 그 보잘 것 없는 중량이 그토록 묵직하게 우리의 생을 버티고 있는 것이다. 그 무게. 영화는 말한다. 사랑의 무게는 얼마인가. 죄책감의 무게는 얼마인가. 복수의 무게는 또 얼마인가.

절대 만날 일 없을 것 같은 세 사람. 대학교수(수학과? 션 펜)인 폴. 주부 크리스티나(나오미 와츠), 노무자 잭(베네치오 델 토로). 이 세사람을 한데 모으게 된 것은 단란하기만 한 크리스티나의 가정을 박살내버린 뺑소니교통사고였다.

잭은 16세부터 감옥을 들락거리다가 이제야 비로소 종교에 귀의함으로써 하나님에게 의지하여 자신의 삶을 교정하려 한다. 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어린 아들에게 얻어맞은 자신의 딸에게 오른뺨을 맞으면 왼뺨을 내밀라. 며 또 한번 얻어맞게 해 결국 울리고 마는. -_-) 모든 것을 하나님의 뜻. 으로 돌리는 그. 복권으로 당첨된 돈으로 마련한 트럭이 단순한 운이 아니고 하나님의 뜻이라며 자신있게 어린 불량배를 교화시키려는 그는 그 트럭으로 길을 건너던 크리스티나의 남편과 두 딸을 치고 만다. 공포에 질려 도망쳤다가 '하나님의 뜻'을 따라 자수하고 복역한다.

폴. 숫자를 사랑하는 대학교수인 그는 지금 한치의 희망도 가질 수 없는 상태이다. 오래된 심장병으로 죽어가고 있으며 함께 살고 있는 연인(샤를롯 갱스부르)에 대한 애정도 식은 지 오래이다. 그런 그에게 이식받을 심장을 구했다는 연락이 온다. 바로 크리스티나의 남편이다. 심장을 이식받고 건강을 찾았지만 삶에 의욕이 없다.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싶다며 원래 기증자를 알아내려는 그에게 연인은 경악한다. 그러나, 그녀역시 그를 사랑하는 건지 자신의 정체성을 확신시켜주기 위한 2세만을 원하는 건지 헷갈린다. 영화속에서 두 사람의 말다툼이 그러하다. 돌아온 건 당신이야. 당신을 사랑했기 때문에 돌아왔어요. 외로와서였겠지. 잔인하다.

크리스티나. 누구도 부럽지 않을 단란한 가정이 한순간 깨져버리고 그녀는 약물과 알콜이 자신을 파괴하도록 방치한다. 그러다, 심장 기증자를 찾아 결국 자신을 찾아낸 폴과 만나게 된다. 우연인 것처럼, 단지 끌리는 이성에게 하듯 접근해오는 폴을 그녀는 거부한다. 그러나, 한순간 술에 절은 외로운 밤에 폴에게 전화를 건다. 와줄 수 있어요? 당신만 좋다면. 달려온 폴에게 그녀는 자신의 외로움을 나누고 싶어한다. 그러나, 폴이 당신 남편의 심장을 이식받았다고 하자 처절하게 절규한다. how dare you!!

그러나, 결국 다음날 아침 두 사람은 사랑을 나누게 된다. 섹스 후 잠든 크리스티나를 바라보는 폴의 착잡한 표정. 그리고, 엎드린 폴을 바라보는 크리스티나의 슬픈 눈. 그녀의 시선이 남편의 옷장. 그가 사용하던 넥타이와 재킷을 스치고 그리고 폴을 바라본다. 곧바로 눈물이 흘러내릴 것 같은 눈으로 그녀는 옷을 입고, 약을 한다.

폴의 새로운 심장은 겨우 잠깐의 건강을 가져다주었을 뿐이다. 거부반응이 나타나고 그는 자신의 생명이 꺼져가고 있음을 안다. die better? 그는 의사의 입원권고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상상도 못할 정도로 끔찍한 죽음이 될 것이라는 경고도 그에게는 무의미하다. 또다시 누군가의 죽음을 기다리며 살고 싶지는 않다고. 차라리 거리에서 죽겠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마지막 순간을 크리스티나를 위해 쓰고자 한다.

잭은 아내의 노력으로 형무소를 빠져나온다. 그러나 자신이 치었던 소녀가 자신을 바라보던 그 눈빛을 잊을 수가 없다. 도망치지 않았으면 케이티는 살았을 것이라고 절규하던 크리스티나. 그녀가 옳았다. 아직 살아있는 아이를 구하지 못하고 두려움에 도망치고 만 자신을 잭은 용서할 수 없는 것이다. 집을 나온 잭은 싸구려 모텔에 묵으며 건설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그런 그를 크리스티나와 폴이 찾아낸다. 복수이다. 

폴은 잠든 크리스티나를 바라본다. 고르지 못한 숨소리가 폐까지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다. .그는 총을 들고 나가고, 잭을 들판으로 몰고간다. 그러면 절대 안 되는 거였어!! 잭은 폴이 누구인지 모른다. 그러나 그는 느낀다.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뜻임을. 폴은 복수대신 허공에 총을 쏘고 잭을 놓아준다. 다시 모텔로 돌아오지 말라고 경고한다.

크리스티나. 잠에서 깨어 폴이 총을 들고 있음을 안다. 그를 죽여서 아무도 찾지 못할 곳에 버렸다는 폴. 과연 그녀는 그의 말을 믿었을까? 믿었든 믿지 않았든 이제 더이상 복수는 그녀에게 무의미해보인다. 남편의 심장을 가진 폴로서가 아니라 그저 폴. 그를 그녀는 사랑하게 된 것이다. 쉬고 싶다. 고 중얼거리는 그에게 이제 돌아가자고 말한다. 그러나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자신을 죽여달라고 모텔로 찾아온 잭. 스탠드 기둥으로 그를 구타하는 크리스티나. 이제 그만. 이라고 외치듯 폴은 자신의 심장을 쏘아버린다. 근처의 작은 병원으로 폴을 옮기고 그를 쏜 것이 자신이라고 잭은 말하지만 크리스티나는 부인한다. 복수는 끝났다. 이제 더이상의 희생은 원치 않는다. 이해와 용서로의 귀결이 남은 거다. 폴은 자신의 영혼의 무게. 21그램의 의미를 곱씹으며 조용히 눈을 감는다. 크리스티나는 불러온 배로 이제야 겨우 딸들의 방문을 열 수 있는 용기를 얻는다. 잭은 언젠가 죄책감에 도망쳐나왔던 그모습대로 자신의 집으로 돌아간다.

영화는 결코 노곤노곤하게 진행되지 않는다. 전혀 상관없는 세 사람이 어떻게 질긴 인연의 끈을 맺게 되느냐를 보여주듯 마치 뫼뷔우스의 띠처럼 처음과 끝이 연결되어있으면서도 조각퍼즐처럼 낱낱이 파헤쳐진다. 거친 화면과 배우들의 숨쉴틈을 주지 않는 연기. 근래에 보기드문 수작을 본 듯 했다. 나오미 와츠. 그저 얼굴 예쁘장한 배우라고 생각했었다. 헐리우드 판 링과 한참 연하남과의 로맨스 정도로 기억되는 배우였는데.. 영화를 보고 나서 그녀가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였음을 떠올렸다. 그녀가 받지 못했다면 도대체 누가? 라고 느껴질 만큼 대단한 연기였다. (몬스터의 샤를리즈 테론이 받았었다. ;;) 그리고 두말할 필요없는 션 펜과 베네치오 델토로. 션펜은 베니스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고 하고.. 베네치오 델 토로. 그의 눈 속에는 인간본성에 대한 고뇌가 가득 들어차 있단 기분이다. 생의 막바지까지 몰린, 차라리 짐승에 더 가까울 듯한 그의 짓눌린 목소리와 눈빛, 표정은 가히 압권이었다.

모든 것을 하나님의 뜻. 으로 귀결시키던 그. 자신이 하나님께 받았다고 믿었던 트럭으로 세 사람을 죽였다는 사실에 격분한다. 하나님이 시키시는 일은 다 했다. 하나님을 위해 모든 걸 버렸다. 그런데 왜 내게 이런 짓을 하느냐. 지옥에 갈 거라는 친구의 말에 지옥? 지옥은 바로 여기다. 라며 자신의 머리를 가리킨다. 그건 사고일 뿐이다. 하나님의 뜻이 아니었다. 라는 친구의 말에 '머리카락 한 올의 떨림조차도 알고 계시는 하나님'이라고 말한 건 바로 너였다며 반박한다. 자신의 팔에 새겨놓았던 문신. 십자가와 jejus를 달군 칼로 그어버리기도 한다.

나는 믿음을 갖지 못한 사람이라서이겠지만.. 절대 의도하지 못한 일들, 결코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 내 뒷통수를 후려갈기면 도대체 왜 내게 이런 일이 생기는가 싶어서 억울해 미칠 지경이된다. 믿음이 있는 이들이 하나님이 나를 강하게 하시려는가보다. 라고 말할 때는 신기할 정도다. -_-; 저 사람들이 정말 저렇게 믿고 있는 건가. 아니면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저렇게 말하는 건가 의심스러울 때도 있다. ;;

잭. 그는 자신의 죄책감을 씻어줄 댓가를 치르길 원했다. 자신의 목숨을 바치길 원했다. 그러나 복수나 희생보다는 사랑과 용서, 이해가 더 크다는 것을 영화는 말하고 싶었을까? 병원밖에 서 있는 크리스티나의 곁에 잠시 섰다 스쳐지나가는 잭의 사이, 찰나에는 사랑, 복수, 죄, 용서, 이해.. 우리의 삶을 지탱해주는 가볍고도 한없이 묵직한 21그램이 자리잡고 있었던 거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인생은 계속되는 거였다.

Life is going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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