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덴데케데케데케~
아시하라 스나오 지음, 이규원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5년 1월
평점 :
절판


누구나 그랬던 적이 있다. 가시밭길이라도 즐겁다는 이유로, 청춘의 불꽃에 타오르며,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발걸음을 재촉했던 적이 있다. 젊음, 혹은 청춘이라는 단어 하나가 모든 것을 용서하고 발걸음에 정당성을 부여해줬던 기억이 누구에게나 있다. 그것의 대상이 무엇이었든 청춘의 시기를 겪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기억이 있다.


아시하라 스나오의 「청춘, 덴데케데케데케」는 그 기억을 되살려주는 작품이다. 록이 좋다는 이유로, 시골마을에서 록 밴드를 결성한 고교생들의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은 다소 산만하게 느껴지는 문체에도 청춘의 기억을 되살려준다는 장점 때문에 맛깔스럽게 페이지를 넘길 수 있는 작품이다.


청춘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록이지!’라고 외치는 이들. 시골 마을의 이들은 밴드를 결성한다. 계기는 주인공이자 화자인 후지와라 다케요시의 꿈이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려는 그 때에 ‘덴데케데케데케~!’라는 벼락소리를 듣고 정수리부터 발끝까지 짜르르 전기가 흐르는 느낌에 잠을 깬 다케요시는 록이 숙명적인 것임을 알게 된다.


그러나 어쩌랴. 운명이니 숙명이니 다 둘째 치고 21세기도 아닌 20세기의 촌스러움으로 가득한 그 시절의 시골에서 록밴드가 있을 리는 만무하다. 첫 번째 장애물의 등장이다. 그러나 물러설 다케요시가 아니다. 다케요시는 친구들을 모으고 부족한 장비들을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한다. 그리고 마침내 밴드의 이름은 록을 하는 기병들이라는 뜻의 ‘로킹 호스맨 밴드’를 결성하게 되고 본격적으로 이들의 활약이 펼쳐지게 된다.


「청춘, 덴데케데케데케」의 장르는 ‘청춘 밴드 소설’이라 할 수 있는데 음악에 관한 풍부한 이야기가 담겨져 있을 뿐만 아니라 고교생들의 사랑이야기와 우정이야기, 그리고 진로문제들이 다양하게 담겨 있는 것이 작품의 장점이다. 한마디로 생생한 청춘기를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소설 안에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소설 밖에까지 영향력을 끼치는 그 힘이다. 「청춘, 덴데케데케데케」는 제 105회 나오키상을 수상하기도 했는데 문학상을 수상한 이후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해체됐던 로킹 호스맨 밴드가 재결성되고 지금까지도 공연을 갖는다고 한다.


작품은 청춘의 화려한 한 순간으로 끝나는 것 같지만 실상 영원한 청춘을 이야기하고 있다. 누군가 ‘내 청춘은…’, ‘내가 왕년에는…’이라는 말을 내뱉는다면 「청춘, 덴데케데케데케」를 보라. 그러면 흐뭇한 웃음을 짓게 되리라.


청춘은 끝나지 않았다. 저자가 그것까지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청춘, 덴데케데케데케」는 지나간 청춘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영원한 청춘의 아름다움을 말하는 작품, 이 작품은 청춘의 흔적이 조금이라도 남아있다면 언제나 청춘이라는 것을 직접 보여주는 작품이다. 누구나 그럴 수 있다.


청춘의 흔적으로 오늘날에도 그 시절의 기억을 살릴 수 있다. 누구나 이상적인 생각이라고 비웃었던 그 생각을 오늘날에도 할 수 있다. 누구나 그럴 수 있다. 그것의 대상이 무엇이었든 자신의 청춘을 기억하고 있다면 누구나 그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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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들
요시다 슈이치 지음, 오유리 옮김 / 북스토리 / 2005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일본 문단의 기대주라 불리던 요시다 슈이치는 더 이상 기대주이길 거부한다. 그는 어느새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명으로 성장했고 한국 독자들에게도 낯선 이름으로 통하고 있다.


문학성과 대중성을 겸비했다고 평가받는 요시다 슈이치. 그가 이렇게까지 급성장한데는 그만의 특별함이 있다. 저자는 화려하게 주목받고 있지만 작품만큼은 화려하지 않다. 소박하게 보일 정도다. 작가가 다루는 소재는 지극히 평범하다.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퍼레이드>와 <동경만경>, <파크라이프> 등의 소재는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 지극히 평범한 것들이다.


그럼에도 작가가 화려하게 주목받는 것은 사람들의 평범한 모습을 탁월한 문학성으로 만들어낼 줄 알기 때문이다. 작가의 작품을 접하다보면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하고 감탄하는 건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작가의 신작 <일요일들>도 마찬가지다. ‘인생에서 일요일을 빼면 무엇이 남을까?’라는 문구가 유난히 눈길을 끄는 이번 작품은 ‘일요일’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5개의 짧은 소설들로 구성돼 있는데 구성은 소설집 같지만 실상은 5개의 짧은 소설이 하나의 이야기를 구성한다고 볼 수 있다.


첫 번째 소설인 ‘일요일의 운세’는 뭐든지 쉽게 포기하는 다바타라는 청년에 관한 이야기다. 여자 문제 때문에 번듯한 직장을 그만두고 항로 잃은 배처럼 아무렇게나 세상 바람에 휩쓸려 다니는 이 청년은 다시 한번 세상 바람에 휩쓸려버릴 상황에 처한다. 그것 또한 동거 중인 여자로부터 발생된 문제인데 가족들은 다바타를 한심스럽게 생각한다.


무엇 하나 제대로 끝맺지 못하는 청년 다바타. 그는 이번에도 가족들에게 할 말이 없다. 그러나 그것이 ‘잘못’은 아니다. 살다보면 누구나 그렇게 기우뚱할 수 있고 그 기우뚱함이 오래토록 갈 수도 있다.


요시다 슈이치는 다바타를 통해 흐지부지 살아가지만 그래도 무언가 하나 끝까지 짚어주고 싶어 하는 인물의 갈등, 앞을 향해 나아가라고 말하는 세상 속에서 좌우를 돌아보고 싶어 하는 소망을 보여주고 있다.


‘일요일의 엘리베이터’, ‘일요일의 피해자’, ‘일요일의 남자들’도 ‘일요일의 운세’와 비슷하다. 의사 애인을 뒀던 실업자 와타나베, 평범하게 살아가던 친구가 강도를 만나 겪었던 감정을 자신에게 대입시켜보는 나츠키, 사랑하는 사람을 상실한 마사카츠와 게이고 등을 통해 작가는 담담하게 평범하게 보이지만 거대한 소용돌이를 갖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그런데 네 개의 짧은 소설들은 그 자체로는 완결성을 갖지 못한다. <퍼레이드>에서 반전 같은 마지막 이야기로 단번에 흩어져 있던 소설들을 하나의 소설로 만들었던 그것과 비슷하게 <일요일들>도 마지막 작품 ‘일요일들’에서 각각의 소설들은 각각의 소설들대로, <일요일들>이라는 작품은 작품대로 완결성을 지닌다.


첫 소설부터 네 번째 소설까지 작품 중간에 뜬금없이 등장해서 엄마를 찾아다닌다고 하는 불쌍한 형제가 있는데 이들은 각각의 소설에서 아주 짤막하게 등장한다.


이들은 등장은 필연성이 결여돼 있다. 그렇기에 각각의 이야기를 다소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 역시 작가의 의도로 볼 수 있다. 이들은 마지막 소설 ‘일요일들’에서야 전면에 등장한다.


이들의 이야기는 작품 전체에 훈훈한 인간애를 퍼뜨려준다. 그리고 각각의 소설들을 새롭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상처입고, 번민하는 삶 속에서도 타인에 대해 작지만 따뜻한 배려를 잃지 않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형제들의 이야기가 담긴 마지막 소설을 읽었을 때야 비로소 수면 위에 떠오르는 특이한 구성을 갖고 있는 것이다.


발표하는 작품마다 주목을 받는 일본의 차세대 대표 작가 요시다 슈이치의 신작 <일요일들>. 애인이 있든 없든, 돈이 많던 적든, 직장이 있든 없던 간에 누구나 공평하게 맞이하는 ‘일요일’을 갖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따뜻하게 그려낸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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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군 님 | 2004-09-15 | 책내용    책상태
문학을 전공으로 하는 사람인지라 나름대로 책을 많이 읽었다고 자부했다. 또한 문학에만 갇히지 않기 위해서 매달 영화도 봤고 연극도 봤으며 길거리 공연도 자주 관람했다. 그런 내가 한순간에 무너져버렸다.

이제까지 내가 쌓아온 것이 참 부질없게 느껴지는 그런 무너짐이었다. 그렇다. 명백한 무너짐이었다. <아 유 해피?>는 내게 그렇게 다가왔다. 그러나 나쁘지 않은 무너짐이다. 언젠가 그런 문예사조를 배운 적이 있었다. 살기 위해 악착같이 일상에 집착하는 평범한 사람의 모습이 어떤 예술작품보다 더 아름답다는 것이었다.

나는 비로소 그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것이 사실임을 느꼈다. <아 유 해피?>는 그렇다. 어떤 영화나 연극보다 더 진한 삶의 향기가 묻어 있으며 베스트셀러 문학작품보다도 더 강렬한 뜨거움이 있다.

50명의 사람들, 어쩌면 내 주위에 있을지도 모르는 그 사람들의 솔직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리라. 월급은 2퍼센트 올랐지만 행복은 200퍼센트 올랐다는 사회복지사 이경국씨의 글을 읽을 때 내가 느낀 그 훈훈한 감정! 삐삐를 매개로 한 유쾌한 결혼사연을 털어 놓은 정명희씨의 글을 읽을 때 내가 느낀 그 유쾌한 감정! 비 오는 날 얻은 순두부 이야기를 소개 한 최형식씨의 글을 읽을 때 내가 느낀 기분 좋은 따스한 감정!

진실했다. 그 감정은 진실했고, 그래서 난 그 동안 숱하게 책을 읽으면서도 한번도 하지 않았던 ‘짓’까지 하게 됐다. 글쓴이들의 메일주소가 나왔기에, 그것을 통해 고맙다는 인사를 메일로나마 보냈던 것이다.

고맙습니다, 라는 말을 하게 만든 <아 유 해피?>. 너무나 고맙다. 살아가는 것이 따뜻한 것이라는 것을 느껴서 고맙고, 그 일들이 영화나 책 속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내 곁에서 존재하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해줘서 고맙고, 앞으로도 인터넷으로 이들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고맙다.

책을 읽으면 보통 “좋다”, “나쁘다”, “읽을 만 하다”, “별로다” 따위로 감정을 정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아 유 해피?>는 다르다. “당신은 행복합니까?”라고 묻는 질문에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하게 하는 것, 그것이 다르고 그것이 이 책만이 만들 수 있는 매력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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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하루
다이라 아즈코 지음, 권남희 옮김 / 문학동네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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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올해 아쿠타가와상 수상자들을 중심으로 화려한 경력을 내세우며 문단에 떠오르는 젊은 작가들의 등장이 거세다. 벌써부터 무라카미 류와 무라카미 하루키, 야마모토 바나나 등 그 동안 독자들을 사로잡았던 일본 작가 대열에 세대교체의 시기가 왔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다.

확실히 아직은 낯설지만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그들의 소설은 그들의 등장만큼이나 화려하다. 젊은이들답게 파격적이고 또한 사회 문제를 제기하는 실력마저 녹록치 않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부족한 2%가 있다. 그것은 20대 초반의 나이로는 불가항력적인 것이겠지만 ‘인생’을 겪어본 자들로서의 넉넉함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런 와중에 최근 한국에 소개되는 신진 작가들의 이름 속에서 화려하지는 않지만 어른들의 이야기를 읽을 맛나게 쓸 줄 아는 작가가 눈에 띈다. <철도원>으로 한국에서도 유명한 아사다 지로를 연상케 하는 글쓰기를 보여주는, 여섯 개의 단편소설로 구성된 <멋진 하루>로 찾아온 다이라 아즈코가 그 주인공이다.

코미디를 좋아한다는 다이라 아즈코의 소설은 한편의 어른들의 따뜻한 코미디 같은 ‘유머 소설’들이다. 그런 작가의 글쓰기가 아사다 지로를 연상케 한다는 것은 어떤 소재나 상황이든 날카롭기보다는 부드럽게, 차갑기보다는 따뜻하게, 불행함보다는 행복함으로 글을 끌고 가는 능력에서 평가해볼 수 있다. 또한 다양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끌어내는 이야기꾼으로서의 자질도 눈에 띈다는 점에서 그렇다.

<멋진 하루>에 수록된 여섯 개의 단편은 기존에 소개된 아사다 지로의 단편집들과 유사한 분위기를 풍긴다. 가령 야쿠자의 비정한 생리조차 인간적으로 그려내는 아사다 지로처럼 <멋진 하루>에서 다이라 아즈코는 상처받아야만 자연스러워 보이는 차가운 현실들을 유쾌하거나 혹은 따뜻하게 그려내고 있다.

“엄마는 2차 대전이 끝날 무렵 열다섯 나이에 이름도 모르는 군인의 아이를 임신했던 대단한 사람이에요. 전후의 혼란 속에서 유산을 했지만, 그런 이야기를 거의 자랑처럼 떠들고 다녀요. 정말일까 의심스러워요. 실은, 너무 멋있잖아요. 죽을지도 모르는 사람의 추억으로 처녀를 바치다니.” ('해바라기마트의 가구야 공주' 中)

다이라 아즈코의 손에 의해서 태어난 <멋진 하루>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기구한 처지에 처해있으면서도 ‘해피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처럼 즐거워 보인다. 스스로 생각해도 구제불능이라고 여기는, 회사 일도 실수하고 좋아하던 여자에게는 차이고 힘이 되어주는 사람은 배신하고 마는 ‘온리 유’의 나카하라, 자신과 불륜을 저질렀던 여직원이 아끼는 후배의 아내가 되려할 때 비이성적으로 행동하는 ‘누군가가 누군가를 사랑한다’의 도모아키 등 모든 인물들이 <멋진 하루>에서는 어떤 난관이든 이겨낼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후기에서 천연덕스럽게 “책을 사주신 독자님, 고맙습니다. 다이라 아즈코, 이 바닥에서 마구 설칠 예정이오니, 오래오래 사랑해주세요”라고 적어 놓은 낯선 작가 다이라 아즈코. 21세기와 함께 태어난, 자칭 밀레니엄 유머작가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그의 글들은 따뜻하면서도 재밌다.

화려하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등장한 젊은 작가들에 비해서 화려함이 뒤지는 건 사실이지만 <멋진 하루>는 아사다 지로처럼 오랫동안 사랑받게 될 작가의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또한 인생을 겪어본 작가로서의 연륜 또한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있다.

일본의 기대 작가들 하면 다들 20대를 떠올리는 이때에 서점가에 <멋진 하루>를 내밀며 등장한 웃음 많은 아저씨 같은 다이라 아즈코의 존재는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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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생 안 소피 브라슴. <숨쉬어>의 저자는 분명히 어리다. 소설을 쓰는데 나이가 그렇게 중요한가 싶지만 <숨쉬어>라는 작품이 17살(발표 당시)의 손에서 나왔다면 의아해 할 수 밖에 없다. 어떤 비결로 소녀의 손끝에서 이렇게 강렬한 이야기가 흘러나올 수 있었을까?

저자는 창작동기를 까뮈의 <이방인>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숨쉬어>를 찬찬히 살펴보면 <이방인>의 모습은 잔잔히 흐를 뿐, 표면적으로는 아멜리 노통브의 흔적이 곳곳에서 보인다. <적의 화장법>과 <두려움과 떨림>, <오후 네 시>등에서 나타난 아멜리 노통브의 숨결이 <숨쉬어>에서도 간간히 드러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아류작이라는 소리는 아니다. 어차피 아멜리 노통브가 다루는 주제가 그 작가만의 것이 아니고 안 소피 브라슴의 손끝에는 아멜리 노통브와 다른 분명한 ‘무언가’가 있다. 굵직굵직한 행동묘사와 극단적인 비유를 사용하는 아멜리 노통브와 다르게 섬세한 심리묘사와 차분한 행동설명이 다르다. 또한 최종목적지에서 외치는 소리가 다르다.

주인공 샤를렌은 살인을 저질렀다. <숨쉬어>는 살인을 저지르고도 뻔뻔할 정도로 반성치 않는 그녀의 모습에서 시작된다. 어린 나이의 그녀는 살인이라는 극악한 죄를 저지르고도 왜 그렇게 태연한 것일까?

샤를렌은 어려서부터 소위 말하는 왕따였다. 바네사라는 천사 같은 친구가 있기는 했지만 바네사와 이별한 뒤에 샤를렌은 철처하게 혼자였다. 특히 상급학교에서 샤를렌의 외로움과 고독, 그리고 절망감은 나날이 깊어갔는데 결국 그녀는 자살을 시도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자살은 시도에 그친다. 샤를렌이 잡은 동아줄은 썩은 동아줄이었고 그녀는 호랑이가 기다리는 세상으로 떨어진 것이다. 그녀는 베로니카가 자살을 시도한 후에 눈을 떴을 때보다 더 암담한 심정으로 주위를 둘러보고 절망의 한숨을 쉬려 한다.

그때 사라라는 아이가 나타난다. 사라는 샤를렌이 자살했다는 것을 알고 있고 왜 그랬는지도 알고 있다. 그리고 친구가 되어주겠다고 말한다. 호랑이를 물리쳐주는 엄마 같은 존재가 등장한 것이다. 샤를렌은 살아간다. 사라와 함께.

하지만 사라는 그렇게 착한 아이가 아니다. 사라는 샤를렌을 이용한다, 절망케 한다, 우울하게 한다, 더욱 극심한 고독감을 맛보게 한다, 치욕스럽게 한다, 모욕한다, 모독한다, 놀린다, 때린다, 짓이겨 누른다…….

사라에 의해서 샤를렌은 자아정체성을 잃어간다, 홀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빼앗긴다, 절망의 심연에 빠져든다, 바보가 되어간다, 놀림감이 되어가고 반항심을 잃어간다, 또래의 소녀들에게까지 동정 받는 존재가 되어간다, 남자친구마저 떠나보낸다…….

샤를렌이 사라를 죽이는 과정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는 구구절절 이유를 늘어놓는 죄수의 모습이 아니라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하는 사명감을 갖고 있는 나약한 소녀의 정당함을 말해주는 것 같다.

1984년생 안 소피 브라슴. 작가는 이제까지 살아온 시간보다 살아갈 시간이 많을 것이고 앞으로 그녀의 작품을 대할 기회도 많을 것이다.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되는 작가 안 소피 브라슴. <숨쉬어>는 힘 있는 기대주를 만날 수 있는 기회의 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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