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들
요시다 슈이치 지음, 오유리 옮김 / 북스토리 / 2005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일본 문단의 기대주라 불리던 요시다 슈이치는 더 이상 기대주이길 거부한다. 그는 어느새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명으로 성장했고 한국 독자들에게도 낯선 이름으로 통하고 있다.


문학성과 대중성을 겸비했다고 평가받는 요시다 슈이치. 그가 이렇게까지 급성장한데는 그만의 특별함이 있다. 저자는 화려하게 주목받고 있지만 작품만큼은 화려하지 않다. 소박하게 보일 정도다. 작가가 다루는 소재는 지극히 평범하다.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퍼레이드>와 <동경만경>, <파크라이프> 등의 소재는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 지극히 평범한 것들이다.


그럼에도 작가가 화려하게 주목받는 것은 사람들의 평범한 모습을 탁월한 문학성으로 만들어낼 줄 알기 때문이다. 작가의 작품을 접하다보면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하고 감탄하는 건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작가의 신작 <일요일들>도 마찬가지다. ‘인생에서 일요일을 빼면 무엇이 남을까?’라는 문구가 유난히 눈길을 끄는 이번 작품은 ‘일요일’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5개의 짧은 소설들로 구성돼 있는데 구성은 소설집 같지만 실상은 5개의 짧은 소설이 하나의 이야기를 구성한다고 볼 수 있다.


첫 번째 소설인 ‘일요일의 운세’는 뭐든지 쉽게 포기하는 다바타라는 청년에 관한 이야기다. 여자 문제 때문에 번듯한 직장을 그만두고 항로 잃은 배처럼 아무렇게나 세상 바람에 휩쓸려 다니는 이 청년은 다시 한번 세상 바람에 휩쓸려버릴 상황에 처한다. 그것 또한 동거 중인 여자로부터 발생된 문제인데 가족들은 다바타를 한심스럽게 생각한다.


무엇 하나 제대로 끝맺지 못하는 청년 다바타. 그는 이번에도 가족들에게 할 말이 없다. 그러나 그것이 ‘잘못’은 아니다. 살다보면 누구나 그렇게 기우뚱할 수 있고 그 기우뚱함이 오래토록 갈 수도 있다.


요시다 슈이치는 다바타를 통해 흐지부지 살아가지만 그래도 무언가 하나 끝까지 짚어주고 싶어 하는 인물의 갈등, 앞을 향해 나아가라고 말하는 세상 속에서 좌우를 돌아보고 싶어 하는 소망을 보여주고 있다.


‘일요일의 엘리베이터’, ‘일요일의 피해자’, ‘일요일의 남자들’도 ‘일요일의 운세’와 비슷하다. 의사 애인을 뒀던 실업자 와타나베, 평범하게 살아가던 친구가 강도를 만나 겪었던 감정을 자신에게 대입시켜보는 나츠키, 사랑하는 사람을 상실한 마사카츠와 게이고 등을 통해 작가는 담담하게 평범하게 보이지만 거대한 소용돌이를 갖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그런데 네 개의 짧은 소설들은 그 자체로는 완결성을 갖지 못한다. <퍼레이드>에서 반전 같은 마지막 이야기로 단번에 흩어져 있던 소설들을 하나의 소설로 만들었던 그것과 비슷하게 <일요일들>도 마지막 작품 ‘일요일들’에서 각각의 소설들은 각각의 소설들대로, <일요일들>이라는 작품은 작품대로 완결성을 지닌다.


첫 소설부터 네 번째 소설까지 작품 중간에 뜬금없이 등장해서 엄마를 찾아다닌다고 하는 불쌍한 형제가 있는데 이들은 각각의 소설에서 아주 짤막하게 등장한다.


이들은 등장은 필연성이 결여돼 있다. 그렇기에 각각의 이야기를 다소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 역시 작가의 의도로 볼 수 있다. 이들은 마지막 소설 ‘일요일들’에서야 전면에 등장한다.


이들의 이야기는 작품 전체에 훈훈한 인간애를 퍼뜨려준다. 그리고 각각의 소설들을 새롭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상처입고, 번민하는 삶 속에서도 타인에 대해 작지만 따뜻한 배려를 잃지 않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형제들의 이야기가 담긴 마지막 소설을 읽었을 때야 비로소 수면 위에 떠오르는 특이한 구성을 갖고 있는 것이다.


발표하는 작품마다 주목을 받는 일본의 차세대 대표 작가 요시다 슈이치의 신작 <일요일들>. 애인이 있든 없든, 돈이 많던 적든, 직장이 있든 없던 간에 누구나 공평하게 맞이하는 ‘일요일’을 갖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따뜻하게 그려낸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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