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랄랄라 하우스 - 묘하고 유쾌한 생각의 집, 개정판
김영하 지음 / 마음산책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랄랄라 하우스>라는 제목만 들어도 벌써부터 기분이 저만치 앞서 유쾌해지고, 무언가 설레는 일이 가득할 것만 같았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다가와서 읽혀졌다. <랄랄라 하우스>는 실제 공간에서 존재 하는 물리적인 집은 아니다. 단지 이 책의 저자 김영하가 지은 생각의 집이다. 얼마든지 변형이 가능하고 또 원하는 데로 고칠 수 있는 멋진 생각의 집인 만큼 이 책은 2005년에 처음 출간되었고 올해 새롭게 다듬고 수정하여 다시 내놓게 되었다.

처음부터 신간을 읽었던 것은 아니다. 그냥 스치듯이 책 제목을 들었던 것 같다. 읽지 않아도 익숙한 제목이었고, 너무 익숙하다보니 마치 내가 언젠가 읽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착각을 하게 만들기도 했었다. 그랬기 때문에 이번 개정판 출간의 소식이 너무나도 반가웠고 이번에는 착각하지 않도록 꼭 읽기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랄랄라 하우스>에 대한 알 수 없는 익숙함을 배제하고 이 책을 기대하였던 또 다른 이유는 바로 고양이 방울이와 깐돌이에 관한 것이다. 내 사적인 공간은 나 혼자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기에 그 누구와도 공유할 수 없다는 생각에 내가 사는 집은 일절 손님 거절이다. 그게 그 누가되었건 말이다. 밖에서는 신나게, 안에서는 나만의 공간이라는 생각으로 재미있게 살아왔지만, 문득 어느 순간 집에 따뜻한 온기가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그래도 검은 머리의 짐승은 절대 출입금지!) 때마침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랄랄라 하우스의 고양이들이었다.

방울이와 깐돌이의 일상을 주도면밀히 관찰하는 것은 아니지만, 짧은 호흡으로 들려주는 김영하 작가의 이야기는 매우 흥미롭다. 구어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작가와 대화하는 기분이 들 정도니 말 다한 셈이지 않을까 싶다.

 

 

  이 책에 대하여 조금 더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작가 김영하에 대한 느낌을 찾기는 조금 어려웠다. 뜬금없는 악담 같기도 하지만, 절대 악담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단지 작가라는 데서 오는 무겁고 진중한 느낌은 훌훌 털어버리고 엉뚱하고 재치 발랄한 중년의 사내가 앉아서 자신의 생각이 이러이러한데 세상은 아니더라고! 하는 유쾌한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어서 한 말이기 때문이다. 길지 않게 한 페이지에서 두 페이지로 마무리 되는 일상 속에서 벌어지는 재미난 에피소드들은 카페에서 마주보고 수다 떠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단순히 재미난 에피소드들을 들려주는 것에 끝나지 많은 않는다. 은근슬쩍 자신의 의견을 깔아두기도 하고 은근한 권유를 하기도 한다. 마치 고도의 심리전에 휘말린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아마 이것을 느낄 때쯤이면 책을 다 읽고 덮은 후가 아닐까 싶다.

 

 

  시작은 귀여운 고양이들로 했지만, 끝은 김영하의 일상 훔쳐보기로 끝난 것 같아서 조금 우스웠다. 그렇다고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이 책이 마냥 가볍고 유쾌하지만은 않다. 스타벅스 커피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하기도 하며 태극기의 단상이라는 주제로 <랄랄라 하우스>기준으로 다소 긴 호흡으로 무려 아홉 페이지에 걸쳐 이야기를 풀어나가기도 한다. 주제만 보고서는 무거울 수 있지만 그 것 마저도 가볍게 그리고 흥미롭게 이끌어 나가는 것이 바로 작가 김영하의 재주가 아닐까 싶다. 생각지도 못한 것으로 툭 주제를 던져놓고 우스운 발상으로 마무리 짓기도 하고, 진지하게 파고드는 모습은 이 책을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데 충분했다.

 

 

  이렇게 연관 짓다 보니 문득 <랄랄라 하우스>라는 제목도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든다. 읽다보면 정말로 랄랄라라는 소리가 절로 날 정도로 재미있으니 말이다. 더운 여름이라고 추리소설이나 스릴러 영화만 본다는 편견을 이번에 타파할 정도로 가벼워서 좋았고 유쾌해서 좋았다. 끈적끈적한 몸을 시원하게 씻고 난 후 차가운 맥주와 함께 흥이 나는 멜로디를 깔아두고 읽는 책은 최고였으니까 이렇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하나가 마음에 들면 두 개가 마음에 들고 그러다 보면 전부가 마음에 드는 것이 사람 아닌가 싶다. <랄랄라 하우스>에 대하여 애초부터 콩깍지가 씌었던 나는 무엇을 이야기 하든 다 이뻐 보이고 재미있었다. 욕심 같아서는 다음번에는 개정판이 아닌 시리즈로 또 다른 하우스가 생기길 꿈꿔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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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뱅이 언덕 - 권정생 산문집
권정생 지음 / 창비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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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출하게 제목과 권정생 산문집이라는 글씨 외에는 그 어떤 화려한 그림하나 없이 흰색과 민트색이 어우러진 바탕에 민들레씨가 폴폴 날아다니는 표지를 보면서 권정생 선생님의 이미지와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마 ‘권정생’이라는 조금은 낯선 이름에 고개를 갸웃거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뒤이어 몇 가지를 붙인다면 금세 이야기는 달라지리라고 예상된다. 동화 이야기 <강아지 똥>이 그의 대표작이고 <몽실 언니>도 마찬가지로 대표작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고, 순수함과 동심이 가득 베어 나와 한번 읽으면 쉽사리 잊히지 않는 자랑스러운 우리 동화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한다.

 

 

  동화 이야기의 대부분이 사랑스럽고 오밀조밀한 느낌을 주지만, 그 중에서도 권정생 선생님의 동화들은 조금 더 특별하다. 여타 동화이야기보다 더욱 사랑스럽고 더욱 포근한 느낌이 넘쳐난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여러 이유 중 하나가 소박한 배경에다가 특별하지 않은, 어찌 보면 조금은 눈에 띄지 않는 사물 혹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따뜻한 이야기를 만들어내었기 때문에 그렇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빌뱅이 언덕>을 읽기로 마음먹었을 때만 해도, 산문집을 읽으면서 이렇게 가슴이 아프거나 또는 먹먹해지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다. 동화가 소박하니 선생님도 그렇게 삶을 보내셨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저 흔히 볼 수 있는 소박하고 행복한 유년시절을 보내왔고 또 그러한 나날들을 계속 보내셨으리라는. 그러나 내 생각이 참 부끄러울 만큼 선생님의 유년시절은 그렇게 행복한 나날들이 가득하지만도 않았으며 또 어떤 시간들은 죽기보다 괴로웠다라고 표현하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 따스한 이야기 나왔다는 것은 자신을 희생하면서도 타인을 위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 나온 것이리라 생각된다. 동화가 전해주는 것처럼.

 

 

  1부로 들어가기 전에 이런 글이 쓰여 있다.

 

나는 왜 동화를 쓰게 되었는지 나 자신도 모른다. 언제 무엇이 계기가 되었는지 그런 걸 생각해보지도 않았다. 누구나 가슴에 맺힌 이야기가 있으면 누구에겐가 들려주고 싶듯이 그렇게 동화를 썼는지도 모른다.

 

권정생 선생님을 잘 몰랐던 나는 책을 읽으면 읽어갈수록 새롭게 그를 알아가고 새로운 사실들에 놀라면서 읽어 내렸다. 하지만 책을 덮고 나서도 잊히지 않는 것은 첫 문장이다. 머리말을 읽고 본격적으로 읽어보겠다며 자세를 고치고 나서 가장 처음 본 문장이 ‘나는 왜 동화를 쓰게 되었지는 나 자신도 모른다.’ 여서 그렇지 않을까 한다.
지금도 저 한 줄만큼은 어쩐지 먹먹해져 온다. 나 자신도 모르게 시작하게 된 일이지만, 아마 오랫동안 품어온 한이 있었기에 그렇지 않았겠냐는 담담한 활자들은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반성도 하게 만들었고, <빌뱅이 언덕>을 그저 권정생 산문집으로 바라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의 삶속에서 많은 것을 배워나가고 깨닫게 되는 시간들로 바꾸어 놓았다.

 

 

  권정생 선생님이 곁에 계셨던 시간 들 중 1975년부터 2006년까지 잡지 및 산문집, 절판된 책들 속에서 엮어낸 글들은 선생님의 동화만큼이나 따뜻하기도 하고 위에서 언급했듯이 이유 없는 먹먹함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많은 것을 가지려하지도 않고, 나를 돌아보기도 하며 사회를 걱정하기도 한다. 조용하고 차분한 선생님의 삶은 왜 그렇게 먹먹해졌는지 모르겠다. 딱히 꼬집어 말할 수 있는 이유도 없는데 말이다. 어쨌거나 이 책은 내 책장 가운데 눈에 띄는 한 구석에 앉아 가슴이 따뜻해지고 싶거나 반대로 먹먹해지고 싶은 날에도 꺼내 읽게 될 것 같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정확히 언제 읽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어린 시절 한 구석에 읽었던 동화 <강아지풀>은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다. 주인공의 착한 일로 갑작스럽게 높은 신분으로 변하는 것도 아니고, 주인공을 괴롭히던 누군가가 벌을 받는 권선징악의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이렇게 따뜻할 수도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던 것만큼은 어렴풋이 남아있다.
그 이야기를 읽고서 무럭무럭 자라 어느 덧 ‘어른’이라고 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지만 그래도 가슴속에 고이고이 접힌 민트색의 종이학처럼 접혀 있는 이야기는 아직도 내게 소박한 세상과 그 따뜻함을 전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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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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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이 시작하고 어느 덧 한주가 지났네요.

7월을 시작하는 첫 주는 개인적으로 힘들었던 주예요.

지인의 뜻밖의 사고 소식에 부랴부랴 달려가서 돌봐드렸거든요.

많이 회복되셨지만, 여전히 우울해하는 모습에 마음이 좋지가 않네요.

더운 여름에 더욱 활기차게 보냈으면 하는 지인에게 소개해주고 싶은 신간들로 꼽아보았어요 :)

 

 

      첫 번째, 제목만으로도 말랑말랑해지는 느낌!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무라카미 하루키/비채]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고 재미있게 읽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가 새로 출간되었네요. 기나긴 장편의 소설들도 재미있지만 무라카미가 돋보이는 또 다른 순간은 바로 에세이형의 글들이라고 생각해요.

독특하고 기발하고 흥미로운 생각들이 묻어나있는 무라카미의 이번 에세이는 라디오의 일년 치 글을 묶었다고 하네요. 더불어서 오하시 아유미의 그림들은 무라카미의 글들을 돋보이게 하고 이 책을 한 껏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함은 말 할 필요도 없죠.

아마 6월의 최고 에세이가 아닌가 하고 과감히 꼽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두 번째, 네버 엔딩 스토리

  [함부로 애틋하게 :정유희(글),권신아(그림)/소담출판사]

 

 이번에도 좋아하는 출판사에서 좋아하는 권신아님의 그림을 볼 수 있게 되었네요. 함부로 애틋하게라는 기분 좋은 제목과 함께 출간된 이 책은 서로의 글과 그림에서 영감을 얻어 작업하였으며 풍부한 감수성을 느낄 수가 있다고 하네요.

 

 

      세 번째, 고요로 들다

 [시인의 오지 기행 :김산 외 22인/문학세계사]

 

 무더운 7월이 그래도 즐거운건 아마 7월 말에서 늦으면 8월 초에 있을 여름휴가 때문이 아닐까 해요. 매번 시끌벅적했던 휴가를 다녀오신 분이라면 이 책을 읽고 시인들이 들려주는 고요한 휴가를 다녀오심을 이번에 추천해드립니다. 저는 매년 조용한 휴가를 다녀오는데 그것도 참 매력있거든요:)

총 23명의 시인들이 이야기하는 오지로 떠나간 안내서이자 여행에세이 랍니다. 각 시인들의 개성들도 엿볼 수 있고 여행지에서 어떤 생각을 했는지 또 무엇을 보았는지도 함께 곁들일 수도 있어요.

이 책을 읽고 딱 꽂히는 시인분이 다녀온 여행을 따라가보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7월을 굉장히 흥미롭게 해주는 책 중의 하나일 것 같아 추천합니다.

 

 

 

      네 번째, 어른과 아이가 함께 읽는 철학 동화

 [내 마음의 길잡이, 개와 고양이 :

 에크하르트 톨레(지은이),패트릭 맥도넬(그림)/웃는 돌고래]

 

 이번 신간 에세이들은 마음을 말랑말랑하게 만들어 줄 책들이 참 많네요. 나이가 들 수록 현실과 반대되는 동화를 찾게 되는데, 딱 반가운 책이 나타났네요. 그림동화인데도 철학적인 요소가 가미되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아이와 함께 읽어도 좋다하니 일석이조네요.

 

 

     다섯 번째, 30년간 사형수들을 보내며 얻은 삶의 가치들

 [어른 공부 :양순자/시루]

 

 <어른 공부>는 책 부제를 보며 더 놀랐던 책이예요.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인 30년동안 사형수들을 보면서 얻은 삶의 가치. 사회에 좋지 못한 일을 저지르고 사형수가 되었지만 결국 그들도 나약한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가게 되는 그 곳에서 마지막을 바라보며 어떤 것을 배웠는지 정말 궁금하게 만드는 책이예요.

단순히 시간이 흐름에 따라 어른이 된다고 생각해왔던 저를 한번 더 반성하게 만들기도 했구요. 거창한 공부를 하는 <어른 공부>가 아니라, 어쩌면 당연하지 않아?라고 생각될 그러한 소제들에서 공부를 한다고 하지만 그래도 마음에 묵직하니 많은 생각들을 안겨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

시작부터 참 바쁜 7월을 열게되었고,

또 이달에 해야할 일들을 정리해보니 참 바쁜 한달이 될 것 같네요.

뜨거운 더위만큼이나 뜨거운 열정으로 함께 하는 달일 것 같아 미리 각오 좀 하려구요.

모두들 열정가득하고 파이팅 넘치는 한달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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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제
츠네카와 코타로 지음, 김해용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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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초 여름이 다가오는 그 즈음에는 미스터리와 판타지 그 중간즈음의 글을 꼭 한편씩 읽는다. 작년에도 한 권 읽었던 것 같은데 아쉽게도 지금 당장 제목이 떠오르지 않는다. 아무튼간에 그 책을 읽으면서 나는 몹시도 기묘한 분위기에 매료되었고, 일부러 그 책을 꼭 새벽까지 기다렸다가 졸릴 때 읽었다. 졸릴 때 읽으면 글을 읽으면서 환상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에 더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이번에 만나게 된 <초제>역시 초 여름이 다가오는 그 즈음에 만난 미스터리와 판타지 그 중간의 작품이었다.

<초제>는 책을 펼치기도 전에 표지가 참 좋았다. 이 책의 분위기를 잘 표현한 것 같아서 좋았다. 그리고 덧붙이자면 계속 강조 하는 초 여름의 소나기가 내리는 그 분위기를 잘 표현 한 것 같아 마음에 쏙 들었다. 빗물이 떨어지는 모습을 반짝이는 흰 글씨로 표현하다니. 책을 펼치기도 전에 느낌이 좋아서 기분 좋게 책을 펼칠 수가 있었다.

 

  각각의 단편 다섯 이야기들은 담담하다. 기묘하고 비현실적인 분위기 속에서도 차분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더 신비스런 분위기가 피어올라나왔다. 다섯 편에서 주인공들은 각자 다르지만, 아름다운 땅 비오쿠(어딘가에는 존재하는 아름다운 공간이나 이제는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공간)를 중심으로 이야기는 진행된다. 전편에서 등장하였던 인물이 짧게 재등장하기도 하고 나오지 않기도 한다. 스토리가 이어지는 듯 하기도 하고 별개 인듯 종 잡을 수 없이 그저 분위기에 따라 쓸려갔다. 그 무엇보다 <초제>에 집중했던 이유는 신비하고 으스스한 분위기와 별개로 처연한 주인공들의 태도와 지친듯한 모습들이 었다. 그들은 원초적인 공간에 집중을 하였고 그 기원들에 많이 집중을 하고 있었다. 태초로 돌아가 아름다움을 보는 것이야 말로 작가가 표현하고 싶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정도로 말이다.

 

  책에 실린 이야기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누자면, 가장 기억에 남는 편은 아무래도 시작을 알렸던 짐승의 들판이었다.  <야시>라는 작품으로 국내 팬이 있다고는 하나 내게는 낯선 작가인지라 그리 큰 기대를 하지 않고 펼쳤으나 분위기와 은근히 섬뜩한 이야기는 이 책에 본격적으로 집중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짐승의 들판'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어린아이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운명과도 같다는 메시지만 던져주고 결국 끝나 더 여운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제22회 야마모토 슈고로 상 후보작! 환상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신비한 이야기!

 

  홍보문구가 아주 시원스럽다. 그리고 정말 솔직하게 표현되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몇번이나 환상과 현실을 오갔는지 모른다. 혹시 실제로 이런 곳이 그 어딘가에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잠시했다가 너무 몰입했다며 쑥스럽게 웃으며 현실로 돌아와 다시 책에 집중하기도 했다. 그러면 다시 환상의 세계로 빠지고 그렇게 몇 번을 반복하다보면 <초제>의 끝을 보게 되었다.

(야마모토 슈고로 상은 일본의 출판사 신쵸샤가 주관, 후원하는 소설상이다. 오랜 세월 신쵸샤 주최로 이어져 오던 일본문학대상 후속으로 순문학을 대상으로 하는 미시마 유키오 상과 함께 1988년 창설되었으며, 매년 5월 한 차례 수상작을 선정한다. 순문학보다는 이야기 자체가 우수한 소설에 주어지는 상이며, 주로 오락성이 강한 소설이나 연애소설, 인간의 내면 심리를 깊이 있게 다룬 소설 등을 수상작으로 선정한다. 주요 수상작가와 작품에는 요시모토 바나나(티티새), 양석일(피와 뼈), 이사카 코타로(골든 슬럼버), 미야베 미유키(화차), 텐도 아라타(가족사냥) 등이 있다. 본작 『초제』는 2009년 22회 야마모토 슈고로 상 후보에 올랐으나 아쉽게 수상에는 실패했다.)

 

  이 책의 작가 쓰네카와 고타로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 대해서 많은 의문을 품고 있는 세계관을 보여주었다. 당연하리라고 생각되는 것들에 의문을 품고 기괴하고 신비롭게 그러나 현실적인 세계는 마치 미로와 같았다. 빠져들지 않을 것 같았으나 시작부터 말도 안되는 짐승의 들판이라는 주제로 몰입하게 만들어 아침의 몽롱한 마을을 방문하는 것으로 놓아주었다. 그러나 현실로 돌아온 나는 이 세계가 과연 진실인지 아닌지 한 번의문을 품게되었다. 진정한 스릴러물을 시작하기 전 초여름, 그러니까 지금, 딱 빠지기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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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동이 어깨동무 합니다 - 더불어 함께 사는 세상을 꿈꾸며
김제동 지음 / 위즈덤경향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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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김제동. 연예인 중에서 이 사람만큼이나 정치와 연관되어 많이 나오는 사람이 있을까? 어쩌면 문제인이라고 판단되어질지도 모르지만 사실 이 사람만큼이나 두루두루 사랑받는 연예인도 얼마없다. 누구 말대로 그는 정계에서는 눈에 가시같은 존재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입은 비뚤어져도 말은 똑바라로 하라는 말이 그를 위해 있듯이 시원솔직하게 말해주는 그가 있어서 속내가 시원한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내가 김제동을 좋아하는 이유는 솔직하게 일침을 놓는 그의 정치적 면모때문은 아니다. 그냥 다양하고 때로는 뜻밖의 인맥을 자랑하는 그 사람들과 어우르고 생각을 주고 받는 이야기들이 참 좋다.

 

 <김제동이 어깨동무 합니다>는 <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에 이은 두 번째 작품이다. 전작만큼이나 다양한 인물들과 소통할 수 있고 그들의 생각을 들을 수 있다. 더군다나 이번에 출간된 책에서는 목적에 대한 색깔이 분명해져서 연대화합을 위해 노력하는 인물들이 더 확실하게 자기 생각을 주장하고 은근히 묻어있는 김제동의 생각들도 엿볼 수 있었다.

 

 연대화합과 실천이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시작하는 것과 달리 이 책은 그리 무겁지 않다. 오히려 유쾌하고 재밌으며 간간히 입에 웃음을 달고 본다. 그러나 한번쯤 다시 생각하게 되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김제동이 어깨동무 합니다>는 그런 이유로 많은 이들이 찾아 읽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실천을 위한 그리고 다양한 분야의 오피니언리더들의 주장과 생각들을 딱딱하고 무겁지 않게 풀어나간다. 정말로 내가 소통하는 느낌이 들고 인터뷰형식으로 서술된 본문은 그들이 진솔하게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만든다.

 

 김제동과 만난 이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색들이 강하다. (김제동을 포함하여) 그들이 자신의 분야에서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과 또 털어놓는 고민들에 대해서는 많이 놀라웠다. 개인적으로 이번 책에서는 가수 이효리에대해 다시보는 계기가 되었다.
개인적으로 그 전까지 이효리를 가수의 이미지보다는 재기발랄한 여성쯤으로 생각하였다. 그러나 그녀의 재기발랄한 뒷 모습에 동물에 대해 책임지려는 모습과 자기자신의 심신을 위하여 (종교는 아니지만) 불교사상을 품으며 행하여 나누고 내가 발전 할 수 있는 것들에 노력하는 모습에 많이 놀랐다. 보이는 모습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다시 일깨워주었다.

 

 이렇다. 이게 이 책의 매력이다. 인물에 대해 새로운 모습을 보고 그들이 '나만 잘먹고 잘살면 되!' 라는 모습을 보여주는게 아니라 우리 시대의 각 계층과 나누고 소통하려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멀리서 떨어진 모습의 그들은 좋은 것만 보고 좋은 길로만 다닐 것 같은데 꼭 그렇지도 않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우리네와 소통하고 교감하게 만든다. 바로 이 부분을 이끌어내는것이 저자 김제동 그러니까 인터뷰이였고 말이다.

 

 ‘웃음의 기본적인 구조를 살펴보면 사람들은 익숙하지 않은 것에 웃고 새로운 발상을 해냈을 때 웃습니다. 혁명이라는 게 그런 겁니다. 누구도 봄을 예상하지 못했을 때 이렇게 꽃을 땅 위로 밀어 올립니다. 꽃이 땅을 뚫고 나온 게 아니라 땅의 깊숙한 기운이 꽃을 밀어 올려주는 것이죠. 그래 아이고 내 새끼들 세상에 나올 때가 됐다, 이게 혁명 아닙니까. 꽃잎이 떨어지는 것도 혁명이고 낙엽이 지는 것도 혁명이죠. 그렇게 보면 웃음은 늘 혁명과 맞닿아 있습니다. 끊임없이 변화하지 않습니까. 고정돼 있는 것은 절대로 웃음을 줄 수 없습니다. 끝없이 변해야 되는 것입니다.’  <김제동 심층 인터뷰 중에서>


 

 책을 다 읽었고 덮었음에도 바라보고 있으면 흐뭇하다. 이 책을 읽은 독자라면 누군들 안그러할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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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2-06-08 09:51   좋아요 0 | URL
리뷰 일찍 쓰셨네요.
자신이 묻고 싶은 것보다 상대가 말하고 싶은 걸 묻는다는 제동씨,
참 괜찮은 사람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