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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 않는다는 말
김연수 지음 / 마음의숲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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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부드러운 흰 색 바탕에 빨간 코끼리가 인상 깊게 그려있는 <지지 않는다는 말>. 누구에게나 힘이 되고 용기가 되는 말이리라고 생각된다. '약육강식'이 대표하는 우리 사회에서 이 보다 더 힘나는 말이 어디 있을까.

그러나 사실 이 책을 펼치기 까지 얼마나 힘이 들었는지 모른다. 개인적으로 위로를 받는 다는 것은 위로 받을 상황이 풍부하게 깔려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져 썩 유쾌하게 생각하지 않는 편이기 때문이었다. 어쨌거나 이왕 지사 책이 내 손안에 있으니 읽어보기로 마음먹고 펼쳐들었을 때, 생각보다 부담스럽게 다가오지 않아서 참으로도 다행이었다.

 

 

  김연수 작가를 몰랐다. 그가 누구인지 어떤 작품을 펼쳤었는지 잘 모르고 시작하였기에 나는 그에 대해 백지였고 조금 더 가감 없이 다가갈 수 있었다.

열정 가득한 그도 삶에서 성공을 맛보기도 했고 또 실패를 맛보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그 지난 시간들에 대해 우쭐해 하지도 않았고 대단히 여기지도 않았다. 또 회의적이지도 않았다. 지나갔던 시간들이 좋았고 슬펐고에 관계없이 이미 지나간 시간들이었고 그는 그것을 바탕으로 조금 우스개 농담과 함께 풀어나가며 자신에게 파이팅을 외쳤다.

 

그 파이팅의 대상이 작가가 되었건 독자가 되었건 에너지를 얻어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실 파이팅을 외쳐주는 김연수 작가가 파이팅을 외치는 것이 아니라 그의 긍정적인 기운에 빨려들어 내가 어느 덧 동화되어 파이팅을 외치는 것이 아닌지 하는.

 

책을 읽다보면 어느 덧 깨닫게 될 것이다. 김연수 작가는 누구나 갖길 원하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고 있다.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기란 사실 말처럼 쉽지 않다. 사람이기에 욕심을 부리고 기억을 하며 후회하고 슬럼프에 빠진다. 젊은 청춘들도 이러한데, 어느 덧 인생의 반을 바라보는 김연수 작가 정도의 나이가 되면 더더욱 회의적으로 변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김연수 작가는 노련하게도 자신의 나이를 숨기고 싶은 건지 혹은 젊은 청춘보다 더 뜨거운 열정을 가지고 있는 건지 이 책에서는 회의적인 삶에 대한 고찰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 책을 읽기 전 도입부에 나는 이렇게 언급했다. 위로를 받는 다는 것은 위로 받을 상황이 깔려있는 것이고 지지 않는 다는 말은 지는 상황이 깔려있는 것이라고.

하지만 책을 펼치고 얼마 되지 않으면 작가는 벌써 답을 제시 한다. 지지 않는 다는 말이 반드시 '이김'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마치 마라톤 결승점을 통해 들어오는 선수들의 순서와 관계없이 열렬한 환호를 보낸 것과 같이.

 

인생은 마라톤 같다는 말을 많이 쓴다. 오랜 시간 천천히 뛰면서 앞으로 많은 것을 보고 등 뒤로 많은 것을 보낸다. 숨을 헐떡이며 달리다 결승점을 통과하면 등수에 관계없이 자신에 대한 벅차오름과 박수 속에 희로애락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결국 지지 않는 다는 말은 그런 것이 아닐까 한다. 모두가 박수 받는 것. 어쨌거나 우리는 이미 출발선상에서 출발해서 달리는 마라토너니까 말이다.

 

 

  뜨거웠던 이번 여름에 나는 많은 것을 하고 싶었고 또 지난 시간들에 많은 것을 후회하고 괴로워했었다. 그러나 결국 달라지는 것은 없었고 앞으로 다가올 시간들이 남았다. 지금이라도 남은 시간을 알차게 보내기 위해서는 <지지 않는 다는 말>을 잊지 말고 단지 내가 마라토너일 뿐이라는 생각으로 한 번 해볼까한다.

 

빨간 코끼리처럼 온몸이 붉게 달아오를 때 까지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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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 두번째 무라카미 라디오 무라카미 라디오 2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오하시 아유미 그림 / 비채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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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라카미 하루키. 그의 이름을 처음 접하게 된 건 어느 덧 색이 바래어진 추억 한 켠에 자리 잡고 있는 고교시절까지 올라간다. 처음 하루키의 작품을 접하고 나서 난생 처음 느꼈던 알 수 없는 기분은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그 느낌이 좋고, 하루키의 작품을 매번 손에 쥘 때 마다 그 시절에 젖어 들곤 한다.

 

일본의 대표 작가라고는 하나 이미 한국에서도 많은 팬들을 거느리고 있는 그는 한동안 소설을 집필해왔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맥주회사가 만드는 우롱차'같은 에세이를 선보이게 되었다. 다시 말해 에세이 쓰기가 소설 쓰기가 어렵다는 이야기지만 앓는 소리와 달리 본연의 무라카미 스타일대로 톡톡 튀면서도 즐겁게 읽어 내릴 수 있는 이야기가 가득하다.


책에 실린 글들은 지극히 일상적일뿐만 아니라 지나치게 소소한 이야기들이라 글로 적어두지 않으면 그냥 한 부분으로 놓쳤던 시간들에 불과하지 않았을까 한다.
그런 의미에서 사소한 나의 시간을 특별하게 만드는 재주를 가진 하루키 마술사의 능력은 놀라웠다. 나에게 일어나는 평범한 일들을 놓치지 않고 기억한다는 것, 남들에게 평범하고 보잘 것 없는 일이라도 특별함을 부여한다는 것. 이는 분명 생각보다 쉬운 작업은 아닐 터이니 말이다.
물론 책에 집필 된 글들은 잡지 <앙앙>에 위클리 에세이로 연재했던 글들을 추려서 엮은 것이라고는 하나 내 일상에 애정이 없다면 글들이 좀처럼 써지지 않을 것 같다는 것이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이다.

 

 

  에세이를 좋아하는 이유는 단 하나이다. 그 사람의 가치관을 알 수 있다는 것.
눈을 뜨는 것과 동시에 집 안의 가족들과 혹은 집 밖에서 마주 치는 그 모든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그들의 생각을 통해 가치관을 알기란 어렵다. 그 이유를 인간은 끊임없이 자신에 대한 한 구석을 숨기고 싶어 하는 욕망에 있다고 보는데, 그러한 인간마저도 솔직하게 자신을 표현하는 곳이 바로 글 또는 그림 혹은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각자가 재능이 있는 분야로 자신의 깊은 내면까지 들춰내는데, 그 중에서도 글 그리고 다양한 장르 중에서도 에세이는 특히나 가치관을 잘 닮아내는 장르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한 번쯤 에세이를 읽다보면 작가와 대화를 하는 기분이 들고 또 나의 이야기를 주고받는 기분이 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에 있지 않을까?


또한, 말로 주고받는 이야기들은 찰나의 순간들을 오가기 때문에 강렬하게 오해의 요지를 남길 때도 있지만 글은 어지간하면 그러한 일이 잘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도 참 좋다고 생각한다.
분명 작가의 삶과 내 삶은 다르고 그렇기 때문에 가치관도 다를 수 있다. 이를 서로간의 대화로 주고 받다보면 '대화가 통하지 않는 사람'으로 끝날지도 모르나 책으로 읽다보면 이러한 사람도 있구나 하고 자연스레 수용하게 된다는 것이다.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라는 제목만으로도 어쩐지 싱그럽다. 식물도 감정을 느낀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식물의 기분과 감정이라는 건 독특하고 재미있다. 뭐랄까 감정이 없는 사물인척 위장하면서 생물이라는 소리처럼 들린다고나 할까.


어쨌거나 제목만으로 피식 웃음이 나오고 두근거리게 만드는 것이 하루키의 힘이자 동시에 그의 독특한 면을 엿보는 기분이다. 학교 다닐 때도 그러한 친구가 있었던 것 같다.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이 규정된 생활을 하는데 알게 모르게 조금 생각이 독특한 아이.
그런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이성적인 날에는 실없는 소리라고 딱 잘라 생각하게 되지만 도리어 감성적인 날에는 더 없이 재미있는 이야기로 다가온다.


하루키의 이번 책도 그러했다. 그 동안 미뤄왔던 수술이 있었는데 이 기회에 병원에서 시원하게 요양이나 할 셈으로 수술날짜를 받아두고 수술 후 틈틈이 읽었다. 그냥 생각 없이 읽었고, 읽었고, 읽었다.
하릴 없이 병원에만 틀어 박혀서 출혈의 위험 때문에 가만히 누워있는 것 밖에 할 것이 없었던 나는 이성적인 나로 돌아올 틈이 없었고 덕분에 말랑말랑하게 감성적인 나는 채소가 된 기분으로 또 바다표점과 키스를 하듯이 재미있게 읽어 내려갔다.

 

 

  더불어 삽입된 삽화들은 글 못지않게 재미있다. 한 번쯤 따라 그리고 싶게 만드는 삽화도 있었고 그렇지! 할 만큼 재미있는 삽화도 있어서 한 권 더 사서 너무 재미있는 그림은 다이어리에 끼우고 틈틈이 꺼내 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어쨌거나 하루키의 책은 그렇다.
언제나 나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가 그 기분을 맛보여 준다. 그 것이 무엇이든 간에 말이다. 어쩌면 내가 지나치게 하루키의 '팬'일지도 모르지만, 어쨌거나 내게는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는 재미있는 책이었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에세이와 동등하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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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랄랄라하우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랄랄라 하우스 - 묘하고 유쾌한 생각의 집, 개정판
김영하 지음 / 마음산책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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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랄랄라 하우스>라는 제목만 들어도 벌써부터 기분이 저만치 앞서 유쾌해지고, 무언가 설레는 일이 가득할 것만 같았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다가와서 읽혀졌다. <랄랄라 하우스>는 실제 공간에서 존재 하는 물리적인 집은 아니다. 단지 이 책의 저자 김영하가 지은 생각의 집이다. 얼마든지 변형이 가능하고 또 원하는 데로 고칠 수 있는 멋진 생각의 집인 만큼 이 책은 2005년에 처음 출간되었고 올해 새롭게 다듬고 수정하여 다시 내놓게 되었다.

처음부터 신간을 읽었던 것은 아니다. 그냥 스치듯이 책 제목을 들었던 것 같다. 읽지 않아도 익숙한 제목이었고, 너무 익숙하다보니 마치 내가 언젠가 읽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착각을 하게 만들기도 했었다. 그랬기 때문에 이번 개정판 출간의 소식이 너무나도 반가웠고 이번에는 착각하지 않도록 꼭 읽기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랄랄라 하우스>에 대한 알 수 없는 익숙함을 배제하고 이 책을 기대하였던 또 다른 이유는 바로 고양이 방울이와 깐돌이에 관한 것이다. 내 사적인 공간은 나 혼자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기에 그 누구와도 공유할 수 없다는 생각에 내가 사는 집은 일절 손님 거절이다. 그게 그 누가되었건 말이다. 밖에서는 신나게, 안에서는 나만의 공간이라는 생각으로 재미있게 살아왔지만, 문득 어느 순간 집에 따뜻한 온기가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그래도 검은 머리의 짐승은 절대 출입금지!) 때마침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랄랄라 하우스의 고양이들이었다.

방울이와 깐돌이의 일상을 주도면밀히 관찰하는 것은 아니지만, 짧은 호흡으로 들려주는 김영하 작가의 이야기는 매우 흥미롭다. 구어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작가와 대화하는 기분이 들 정도니 말 다한 셈이지 않을까 싶다.

 

 

  이 책에 대하여 조금 더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작가 김영하에 대한 느낌을 찾기는 조금 어려웠다. 뜬금없는 악담 같기도 하지만, 절대 악담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단지 작가라는 데서 오는 무겁고 진중한 느낌은 훌훌 털어버리고 엉뚱하고 재치 발랄한 중년의 사내가 앉아서 자신의 생각이 이러이러한데 세상은 아니더라고! 하는 유쾌한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어서 한 말이기 때문이다. 길지 않게 한 페이지에서 두 페이지로 마무리 되는 일상 속에서 벌어지는 재미난 에피소드들은 카페에서 마주보고 수다 떠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단순히 재미난 에피소드들을 들려주는 것에 끝나지 많은 않는다. 은근슬쩍 자신의 의견을 깔아두기도 하고 은근한 권유를 하기도 한다. 마치 고도의 심리전에 휘말린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아마 이것을 느낄 때쯤이면 책을 다 읽고 덮은 후가 아닐까 싶다.

 

 

  시작은 귀여운 고양이들로 했지만, 끝은 김영하의 일상 훔쳐보기로 끝난 것 같아서 조금 우스웠다. 그렇다고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이 책이 마냥 가볍고 유쾌하지만은 않다. 스타벅스 커피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하기도 하며 태극기의 단상이라는 주제로 <랄랄라 하우스>기준으로 다소 긴 호흡으로 무려 아홉 페이지에 걸쳐 이야기를 풀어나가기도 한다. 주제만 보고서는 무거울 수 있지만 그 것 마저도 가볍게 그리고 흥미롭게 이끌어 나가는 것이 바로 작가 김영하의 재주가 아닐까 싶다. 생각지도 못한 것으로 툭 주제를 던져놓고 우스운 발상으로 마무리 짓기도 하고, 진지하게 파고드는 모습은 이 책을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데 충분했다.

 

 

  이렇게 연관 짓다 보니 문득 <랄랄라 하우스>라는 제목도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든다. 읽다보면 정말로 랄랄라라는 소리가 절로 날 정도로 재미있으니 말이다. 더운 여름이라고 추리소설이나 스릴러 영화만 본다는 편견을 이번에 타파할 정도로 가벼워서 좋았고 유쾌해서 좋았다. 끈적끈적한 몸을 시원하게 씻고 난 후 차가운 맥주와 함께 흥이 나는 멜로디를 깔아두고 읽는 책은 최고였으니까 이렇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하나가 마음에 들면 두 개가 마음에 들고 그러다 보면 전부가 마음에 드는 것이 사람 아닌가 싶다. <랄랄라 하우스>에 대하여 애초부터 콩깍지가 씌었던 나는 무엇을 이야기 하든 다 이뻐 보이고 재미있었다. 욕심 같아서는 다음번에는 개정판이 아닌 시리즈로 또 다른 하우스가 생기길 꿈꿔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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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뱅이언덕]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빌뱅이 언덕 - 권정생 산문집
권정생 지음 / 창비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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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출하게 제목과 권정생 산문집이라는 글씨 외에는 그 어떤 화려한 그림하나 없이 흰색과 민트색이 어우러진 바탕에 민들레씨가 폴폴 날아다니는 표지를 보면서 권정생 선생님의 이미지와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마 ‘권정생’이라는 조금은 낯선 이름에 고개를 갸웃거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뒤이어 몇 가지를 붙인다면 금세 이야기는 달라지리라고 예상된다. 동화 이야기 <강아지 똥>이 그의 대표작이고 <몽실 언니>도 마찬가지로 대표작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고, 순수함과 동심이 가득 베어 나와 한번 읽으면 쉽사리 잊히지 않는 자랑스러운 우리 동화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한다.

 

 

  동화 이야기의 대부분이 사랑스럽고 오밀조밀한 느낌을 주지만, 그 중에서도 권정생 선생님의 동화들은 조금 더 특별하다. 여타 동화이야기보다 더욱 사랑스럽고 더욱 포근한 느낌이 넘쳐난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여러 이유 중 하나가 소박한 배경에다가 특별하지 않은, 어찌 보면 조금은 눈에 띄지 않는 사물 혹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따뜻한 이야기를 만들어내었기 때문에 그렇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빌뱅이 언덕>을 읽기로 마음먹었을 때만 해도, 산문집을 읽으면서 이렇게 가슴이 아프거나 또는 먹먹해지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다. 동화가 소박하니 선생님도 그렇게 삶을 보내셨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저 흔히 볼 수 있는 소박하고 행복한 유년시절을 보내왔고 또 그러한 나날들을 계속 보내셨으리라는. 그러나 내 생각이 참 부끄러울 만큼 선생님의 유년시절은 그렇게 행복한 나날들이 가득하지만도 않았으며 또 어떤 시간들은 죽기보다 괴로웠다라고 표현하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 따스한 이야기 나왔다는 것은 자신을 희생하면서도 타인을 위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 나온 것이리라 생각된다. 동화가 전해주는 것처럼.

 

 

  1부로 들어가기 전에 이런 글이 쓰여 있다.

 

나는 왜 동화를 쓰게 되었는지 나 자신도 모른다. 언제 무엇이 계기가 되었는지 그런 걸 생각해보지도 않았다. 누구나 가슴에 맺힌 이야기가 있으면 누구에겐가 들려주고 싶듯이 그렇게 동화를 썼는지도 모른다.

 

권정생 선생님을 잘 몰랐던 나는 책을 읽으면 읽어갈수록 새롭게 그를 알아가고 새로운 사실들에 놀라면서 읽어 내렸다. 하지만 책을 덮고 나서도 잊히지 않는 것은 첫 문장이다. 머리말을 읽고 본격적으로 읽어보겠다며 자세를 고치고 나서 가장 처음 본 문장이 ‘나는 왜 동화를 쓰게 되었지는 나 자신도 모른다.’ 여서 그렇지 않을까 한다.
지금도 저 한 줄만큼은 어쩐지 먹먹해져 온다. 나 자신도 모르게 시작하게 된 일이지만, 아마 오랫동안 품어온 한이 있었기에 그렇지 않았겠냐는 담담한 활자들은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반성도 하게 만들었고, <빌뱅이 언덕>을 그저 권정생 산문집으로 바라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의 삶속에서 많은 것을 배워나가고 깨닫게 되는 시간들로 바꾸어 놓았다.

 

 

  권정생 선생님이 곁에 계셨던 시간 들 중 1975년부터 2006년까지 잡지 및 산문집, 절판된 책들 속에서 엮어낸 글들은 선생님의 동화만큼이나 따뜻하기도 하고 위에서 언급했듯이 이유 없는 먹먹함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많은 것을 가지려하지도 않고, 나를 돌아보기도 하며 사회를 걱정하기도 한다. 조용하고 차분한 선생님의 삶은 왜 그렇게 먹먹해졌는지 모르겠다. 딱히 꼬집어 말할 수 있는 이유도 없는데 말이다. 어쨌거나 이 책은 내 책장 가운데 눈에 띄는 한 구석에 앉아 가슴이 따뜻해지고 싶거나 반대로 먹먹해지고 싶은 날에도 꺼내 읽게 될 것 같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정확히 언제 읽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어린 시절 한 구석에 읽었던 동화 <강아지풀>은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다. 주인공의 착한 일로 갑작스럽게 높은 신분으로 변하는 것도 아니고, 주인공을 괴롭히던 누군가가 벌을 받는 권선징악의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이렇게 따뜻할 수도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던 것만큼은 어렴풋이 남아있다.
그 이야기를 읽고서 무럭무럭 자라 어느 덧 ‘어른’이라고 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지만 그래도 가슴속에 고이고이 접힌 민트색의 종이학처럼 접혀 있는 이야기는 아직도 내게 소박한 세상과 그 따뜻함을 전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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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동이 어깨동무합니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김제동이 어깨동무 합니다 - 더불어 함께 사는 세상을 꿈꾸며
김제동 지음 / 위즈덤경향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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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제동. 연예인 중에서 이 사람만큼이나 정치와 연관되어 많이 나오는 사람이 있을까? 어쩌면 문제인이라고 판단되어질지도 모르지만 사실 이 사람만큼이나 두루두루 사랑받는 연예인도 얼마없다. 누구 말대로 그는 정계에서는 눈에 가시같은 존재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입은 비뚤어져도 말은 똑바라로 하라는 말이 그를 위해 있듯이 시원솔직하게 말해주는 그가 있어서 속내가 시원한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내가 김제동을 좋아하는 이유는 솔직하게 일침을 놓는 그의 정치적 면모때문은 아니다. 그냥 다양하고 때로는 뜻밖의 인맥을 자랑하는 그 사람들과 어우르고 생각을 주고 받는 이야기들이 참 좋다.

 

 <김제동이 어깨동무 합니다>는 <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에 이은 두 번째 작품이다. 전작만큼이나 다양한 인물들과 소통할 수 있고 그들의 생각을 들을 수 있다. 더군다나 이번에 출간된 책에서는 목적에 대한 색깔이 분명해져서 연대화합을 위해 노력하는 인물들이 더 확실하게 자기 생각을 주장하고 은근히 묻어있는 김제동의 생각들도 엿볼 수 있었다.

 

 연대화합과 실천이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시작하는 것과 달리 이 책은 그리 무겁지 않다. 오히려 유쾌하고 재밌으며 간간히 입에 웃음을 달고 본다. 그러나 한번쯤 다시 생각하게 되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김제동이 어깨동무 합니다>는 그런 이유로 많은 이들이 찾아 읽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실천을 위한 그리고 다양한 분야의 오피니언리더들의 주장과 생각들을 딱딱하고 무겁지 않게 풀어나간다. 정말로 내가 소통하는 느낌이 들고 인터뷰형식으로 서술된 본문은 그들이 진솔하게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만든다.

 

 김제동과 만난 이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색들이 강하다. (김제동을 포함하여) 그들이 자신의 분야에서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과 또 털어놓는 고민들에 대해서는 많이 놀라웠다. 개인적으로 이번 책에서는 가수 이효리에대해 다시보는 계기가 되었다.
개인적으로 그 전까지 이효리를 가수의 이미지보다는 재기발랄한 여성쯤으로 생각하였다. 그러나 그녀의 재기발랄한 뒷 모습에 동물에 대해 책임지려는 모습과 자기자신의 심신을 위하여 (종교는 아니지만) 불교사상을 품으며 행하여 나누고 내가 발전 할 수 있는 것들에 노력하는 모습에 많이 놀랐다. 보이는 모습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다시 일깨워주었다.

 

 이렇다. 이게 이 책의 매력이다. 인물에 대해 새로운 모습을 보고 그들이 '나만 잘먹고 잘살면 되!' 라는 모습을 보여주는게 아니라 우리 시대의 각 계층과 나누고 소통하려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멀리서 떨어진 모습의 그들은 좋은 것만 보고 좋은 길로만 다닐 것 같은데 꼭 그렇지도 않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우리네와 소통하고 교감하게 만든다. 바로 이 부분을 이끌어내는것이 저자 김제동 그러니까 인터뷰이였고 말이다.

 

 ‘웃음의 기본적인 구조를 살펴보면 사람들은 익숙하지 않은 것에 웃고 새로운 발상을 해냈을 때 웃습니다. 혁명이라는 게 그런 겁니다. 누구도 봄을 예상하지 못했을 때 이렇게 꽃을 땅 위로 밀어 올립니다. 꽃이 땅을 뚫고 나온 게 아니라 땅의 깊숙한 기운이 꽃을 밀어 올려주는 것이죠. 그래 아이고 내 새끼들 세상에 나올 때가 됐다, 이게 혁명 아닙니까. 꽃잎이 떨어지는 것도 혁명이고 낙엽이 지는 것도 혁명이죠. 그렇게 보면 웃음은 늘 혁명과 맞닿아 있습니다. 끊임없이 변화하지 않습니까. 고정돼 있는 것은 절대로 웃음을 줄 수 없습니다. 끝없이 변해야 되는 것입니다.’  <김제동 심층 인터뷰 중에서>


 

 책을 다 읽었고 덮었음에도 바라보고 있으면 흐뭇하다. 이 책을 읽은 독자라면 누군들 안그러할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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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2-06-08 09:51   좋아요 0 | URL
리뷰 일찍 쓰셨네요.
자신이 묻고 싶은 것보다 상대가 말하고 싶은 걸 묻는다는 제동씨,
참 괜찮은 사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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