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랄랄라 하우스 - 묘하고 유쾌한 생각의 집, 개정판
김영하 지음 / 마음산책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랄랄라 하우스>라는 제목만 들어도 벌써부터 기분이 저만치 앞서 유쾌해지고, 무언가 설레는 일이 가득할 것만 같았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다가와서 읽혀졌다. <랄랄라 하우스>는 실제 공간에서 존재 하는 물리적인 집은 아니다. 단지 이 책의 저자 김영하가 지은 ‘생각의 집’이다. 얼마든지 변형이 가능하고 또 원하는 데로 고칠 수 있는 멋진 ‘생각의 집’인 만큼 이 책은 2005년에 처음 출간되었고 올해 새롭게 다듬고 수정하여 다시 내놓게 되었다.
처음부터 신간을 읽었던 것은 아니다. 그냥 스치듯이 책 제목을 들었던 것 같다. 읽지 않아도 익숙한 제목이었고, 너무 익숙하다보니 마치 내가 언젠가 읽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착각을 하게 만들기도 했었다. 그랬기 때문에 이번 개정판 출간의 소식이 너무나도 반가웠고 이번에는 착각하지 않도록 꼭 읽기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랄랄라 하우스>에 대한 알 수 없는 익숙함을 배제하고 이 책을 기대하였던 또 다른 이유는 바로 고양이 방울이와 깐돌이에 관한 것이다. 내 사적인 공간은 나 혼자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기에 그 누구와도 공유할 수 없다는 생각에 내가 사는 집은 일절 손님 거절이다. 그게 그 누가되었건 말이다. 밖에서는 신나게, 안에서는 나만의 공간이라는 생각으로 재미있게 살아왔지만, 문득 어느 순간 집에 따뜻한 온기가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그래도 검은 머리의 짐승은 절대 출입금지!) 때마침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랄랄라 하우스의 고양이들이었다.
방울이와 깐돌이의 일상을 주도면밀히 관찰하는 것은 아니지만, 짧은 호흡으로 들려주는 김영하 작가의 이야기는 매우 흥미롭다. 구어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작가와 대화하는 기분이 들 정도니 말 다한 셈이지 않을까 싶다.
이 책에 대하여 조금 더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작가 김영하에 대한 느낌을 찾기는 조금 어려웠다. 뜬금없는 악담 같기도 하지만, 절대 악담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단지 ‘작가’라는 데서 오는 무겁고 진중한 느낌은 훌훌 털어버리고 엉뚱하고 재치 발랄한 중년의 사내가 앉아서 자신의 생각이 이러이러한데 세상은 아니더라고! 하는 유쾌한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어서 한 말이기 때문이다. 길지 않게 한 페이지에서 두 페이지로 마무리 되는 일상 속에서 벌어지는 재미난 에피소드들은 카페에서 마주보고 수다 떠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단순히 재미난 에피소드들을 들려주는 것에 끝나지 많은 않는다. 은근슬쩍 자신의 의견을 깔아두기도 하고 은근한 권유를 하기도 한다. 마치 고도의 심리전에 휘말린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아마 이것을 느낄 때쯤이면 책을 다 읽고 덮은 후가 아닐까 싶다.
시작은 귀여운 고양이들로 했지만, 끝은 김영하의 일상 훔쳐보기로 끝난 것 같아서 조금 우스웠다. 그렇다고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이 책이 마냥 가볍고 유쾌하지만은 않다. 스타벅스 커피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하기도 하며 태극기의 단상이라는 주제로 <랄랄라 하우스>기준으로 다소 긴 호흡으로 무려 아홉 페이지에 걸쳐 이야기를 풀어나가기도 한다. 주제만 보고서는 무거울 수 있지만 그 것 마저도 가볍게 그리고 흥미롭게 이끌어 나가는 것이 바로 작가 김영하의 재주가 아닐까 싶다. 생각지도 못한 것으로 툭 주제를 던져놓고 우스운 발상으로 마무리 짓기도 하고, 진지하게 파고드는 모습은 이 책을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데 충분했다.
이렇게 연관 짓다 보니 문득 <랄랄라 하우스>라는 제목도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든다. 읽다보면 정말로 ‘랄랄라‘라는 소리가 절로 날 정도로 재미있으니 말이다. 더운 여름이라고 추리소설이나 스릴러 영화만 본다는 편견을 이번에 타파할 정도로 가벼워서 좋았고 유쾌해서 좋았다. 끈적끈적한 몸을 시원하게 씻고 난 후 차가운 맥주와 함께 흥이 나는 멜로디를 깔아두고 읽는 책은 최고였으니까 이렇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하나가 마음에 들면 두 개가 마음에 들고 그러다 보면 전부가 마음에 드는 것이 사람 아닌가 싶다. <랄랄라 하우스>에 대하여 애초부터 콩깍지가 씌었던 나는 무엇을 이야기 하든 다 이뻐 보이고 재미있었다. 욕심 같아서는 다음번에는 개정판이 아닌 시리즈로 또 다른 하우스가 생기길 꿈꿔보기도 한다.